美만 바라봤는데.. '사드 10억弗' 뒤통수에 참담한 韓외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 4.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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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없는 외교 실패
中 반대에도 사드 배치 강행.. 美 비용 청구에 구실도 잃어
일각선 "동맹국 맞나" 비판
닥쳐올 외교 위기
日대사 항의성 초치 패턴화.. 北 무력도발 독자해결 난항
트럼프 흔들기도 계속될 듯

소통없는 외교 실패
中 반대에도 사드 배치 강행.. 美 비용 청구에 구실도 잃어
일각선 "동맹국 맞나" 비판
닥쳐올 외교 위기
日대사 항의성 초치 패턴화.. 北 무력도발 독자해결 난항
트럼프 흔들기도 계속될 듯

주한미군 유조차 2대가 30일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인근 도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성주군 주민과 원불교 교무·신도 등 100여명은 이날 유조차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했다. 연합뉴스
'100% 함께하겠다'며 순항하던 한·미 관계까지 흔들리면서 한국의 3강(미국.중국.일본) 외교는 유례없는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전가' 발언으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 안보 사령탑이 나서서 사드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이번 파장을 가져온 '트럼프의 입'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

이번 일로 한국 외교가 입은 내상은 특히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양국 간 아무런 소통도 없이 중차대한 메시지가 밖으로 흘러나왔다는 것은 외교채널이 가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 소외(코리아패싱)'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본질적으로 미.중 간 이슈인 사드를 한·미 동맹 차원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논리는 그야말로 궁색해졌다.

수습도 서툴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과 관계를 다질 때 쓰는 '뱉어놓고 흔들기' 전략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예상했다는 듯 여유있게 대처했어야 할 일을 '진위를 파악하겠다' '통보받은 바 없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은 4월에만 무려 세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비핵화는 없다'는 시위를 하고 있고, 일본과는 관계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독도는 일본 땅' 주장이 담긴 외교청서가 발행되는 등 새로운 갈등의 빌미만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트럼프의 입

한·미 양국 안보사령탑이 사드배치 비용을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양측 간 기존 합의를 4월 30일 재확인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양상을 보면 어떤 문제든 '일단 지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건만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처음 나온 직후 우리 정부가 미국 측 부담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트럼프는 개의치않고 또 한 번 "왜 우리(미국)가 돈을 내야 하느냐"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정립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 틀 자체를 흔들었다. 오랜 동맹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미·일 간 무역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 당선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일본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몰아세우며 엔저 현상을 비판하는 등 압박을 이었다. 당황한 아베 총리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자리 70만개' '10년간 4500억달러 투자'등의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또 시진핑 주석과 만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무력공습을 감행해 대북압박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함과 동시에 중국이 북핵해결에 역할을 해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래'를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사드에 대한 돈 얘기를 꺼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이라는 평가가 많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발언을 반복할 것"이라면서 "워싱턴이 슬쩍슬쩍 던지는 사인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외교적으로 우려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저변에서 한·미 간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믿었던 美까지…참담한 한국 외교

돈보다 더 큰 문제는 사드를 다루면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본질적으로 미.중 간 문제인 사드배치를 두고 오도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 중국과도 척을 지더니 미국과도 잡음이 흘러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중국과 관계악화까지 감수해가면서 한·미 동맹 차원에서 사드를 들여왔다고 했는데 결국 미국으로부터 받은 취급은 동맹국이 아니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여기에 일본과의 갈등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귀임 이후에도 풀릴 기미 없이 새로운 갈등 요인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외교부가 일본 대사나 공사를 초치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무려 6차례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우리가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외교관계에서 '이례적'이어야 할 조치가 패턴화돼버린 것이다.

북한은 4월에만 세번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국제사회에 정면으로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 쏜 탄도미사일은 몇 분 날아가다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의도된 폭발로 알려졌다. 핵탄두 폭발 전 단계인 탄두폭발실험으로, 북한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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