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랙리스트 방어 전략 바꾼 김기춘..딸 진술서도 증거로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기춘(78·구속수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방어 전략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증언을 제외한 모든 증인의 진술조서 등에 대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다가 태도를 바꿨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실장 측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13개의 서류 증거를 채택하는 데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중엔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꼽혔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의 진술조서, 김 전 실장의 딸이 쓴 진술서 등이 포함됐다. 비교적 김 전 실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사람들이다.
당초 김 전 실장은 지난 3월21일 블랙리스트 재판(3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이 신청한 86명의 진술조서 등에 대해 증거 채택을 동의하지 않았다. 통상 이 경우 당사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직접 신문해야 한다.
이때문에 ‘재판 방해’ 전략을 편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김 전 실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재판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정에 나온 증인들이 대부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하는 증언을 내놨다. 지난달 12일 오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법정에서 “실무자로서 블랙리스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했다. 같은달 20일에 진행된 재판에서 우상일 전 예술정책관은 “블랙리스트 업무를 중단해야한다고 청와대 행정관에게 권하자 ‘당신만 다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재판 초부터 블랙리스트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국정 운영의 일환’이라며 당당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입장을 바꾼 것은 불리한 증언이 이어지면서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재판의 효율을 위한 것일 뿐 별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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