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윤식당', 이 판타지 공간의 효용가치

입력 2017. 4. 30. 11:20 수정 2017. 4. 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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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끼리 모이면 '윤식당'이 화제라고 한다.

실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윤식당'을 본다면 현실성 결여를 지적할 것이다.

매주 1시간 30분짜리 '윤식당'이라는 판타지 공간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이런 것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이 판타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삶의 속도를 (마음속으로나마) 조금 늦추고, 좌우를 둘러보고 온 길(뒤)을 다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윤식당'의 효용가치는 꽤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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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사람들끼리 모이면 ‘윤식당’이 화제라고 한다. “프로그램 구조는 정말 단순한데, 왜 그렇게 재밌지”, “윤여정 씨가 (요리) 못할 것 같은데, 잘해내더라”, “음식 메뉴는 별 거 없지만 신선한 주스와 따끈따끈한 음식이 인상적이야”


실제 제 가족모임에서 나온 얘기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리조트 섬에서 열었던 ‘윤식당’은 윤여정 사장을 비롯해 정유미, 이서진, 신구 등 직원 4명이 각자 임무를 충실히 해냄으로써 국민 홀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완벽한 판타지 공간인지 모른다. 내가 <‘윤식당‘ 기획의 비밀>이라는 기사에서 썼듯이 ‘윤식당’은 “짧은 일정의 외국 휴가에서 돌아오기 싫을때, 그곳에서 조그만 가게나 한번 열어보면 어떨까?”라는 이진주 PD의 자연스러운 발상에서 시작됐다.

‘윤식당‘은 외국손님들이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엄지 척을 보내고 있지만 직원들은 매출을 걱정하지 않는다. 매출액을 걱정하지 않는 식당이라는 말 자체가 로망이자 판타지다. 식당 주인이 매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공부 안해도 되는 교수, 기사 안써도 되는 기자나 다름없다. 가장 큰 스트레스가 없어진 거다.

윤여정도 윤고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희한한 게 제일 피곤한 날이 손님이 없는 날이다. 손님이 없으면 더 피곤하다. 막 요리를 하고 있을 때는 피곤한지 안 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막상 손님이 몰려들면 ‘멘붕’급으로 정신을 못차리면서도 일단 식당 주인(역)이 되면 손님이 많이 와 매출을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윤식당’처럼 하루 20인분 팔고 문 닫으면 4명의 직원 월급주기도 힘들다. 이들이 걱정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시청률 뿐이다. 하지만 배우인 이들이 실제로 식당이 생업이 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실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윤식당‘을 본다면 현실성 결여를 지적할 것이다. “현실에서 저리 일하면 3개월에 빛만 몇천일듯”이라는 댓글도 있다.

이국 가서 음식장사 하는 모습을 담은 ‘윤식당‘이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라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이 현실감 떨어지는 예능의 왕대박 시청률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현실의 세계(생존의 공간)와 실존의 세계(판타지의 공간)를 아울러 지니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생존의 세계에서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하지만 판타지의 세계에서는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다. 각박한 현실을 떠나 환상과 꿈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들이 만들어진다. 실존의 공간은 극장이나 TV 예능이건, 여행지나 펜션이건, 잔디밭이나 패들보트이건 상관이 없다.

‘윤식당’을 보고 있으면 한 템보 느리게 갈 수 있는 감성여행에 동승한 기분이지 않은가? 자신을 돌아보고 바쁘게 달려온 인생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판타지 여행. 매주 1시간 30분짜리 ‘윤식당’이라는 판타지 공간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이런 것이었으면 한다.

물론 로망은 로망일 뿐이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이 판타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삶의 속도를 (마음속으로나마) 조금 늦추고, 좌우를 둘러보고 온 길(뒤)을 다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윤식당‘의 효용가치는 꽤 높은 셈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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