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그 이후..전쟁과 평화 갈림길

평화재단 2017. 4. 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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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진단] 대화의 기운은 국제공조의 제2국면에서 나온다

[평화재단]

 전쟁 위기 속의 2017년 4월 한반도

한반도에 4월 내내 드리웠던 전쟁위기의 암운이 두 차례의 고비를 넘기며 서서히 걷히고 있다. 첫 번째 고비는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5주년의 태양절이었다. 두 번째 고비는 4월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들 기념일을 전후로 실시될 것이 예상되었던, 그래서 만일 실제로 실시된다면 미북 간에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것이 예상되었던,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은 없었다.

미국과 북한 간에는 4월 들어 일촉즉발의 긴장분위기가 조성되어 왔다. '전략적 인내'는 끝났고 선제공격 등 군사적 행동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는 미국과 '전면전엔 전면전으로, 핵전쟁엔 핵타격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북한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 치킨게임을 벌인 것이다. 위기는 25일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4일 미국의 원자력잠수함 미시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세계 최대급 원자력잠수함이다. 사정거리 1600킬로미터의 순항미사일 약 150여 기가 탑재 가능한 미시건함이 칼빈슨함을 중심으로 한 항모 강습단의 일원으로 한반도에 전개됐다. 25일 서해에서는 한국 해군 왕건함과 미군 웨인 메이어함이 함포사격 등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홍콩 <동망(東網)>의 보도에 따르면 25일 북중 접경지대에서는 북부전구 소속의 중국 육해공군 및 로켓군 20만 명 병력이 이날 새벽부터 긴급 출동이 가능한 상시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군사력을 동원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북한은 '말폭탄'으로 대응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25일 북한의 <통일신보>는 "지금 미국이 조선반도에 위험천만한 전쟁 불구름을 몰아오고 있다"고 몰아세웠고, 같은 날 대외용 선전매체 <메아리>는 17일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던 펜스 부통령의 언행을 두고 "북침전쟁을 최종 검열했던 덜레스를 방불케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리고는 "미국의 무모한 객기는 적들이 움쩍하기만 한다면 우리 식의 선제타격으로 침략의 본거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우리 공화국의 의지와 결심을 더욱 확고히 해줄 뿐"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미 해군

미·중 공조를 통한 대북 압력이 닿는 곳은?

6.25 전쟁의 후방기지가 되었던 일본 도쿄에서는 25일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모여 대북 대응을 조율하고 있었다. 한·미·일은 "북한이 추가 도발 시 감내할 수 없는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도 일본을 방문해서 4개국이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 문제를 둘러싼 미·중간의 공조와 중국의 대북 압력은 4월 초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시아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다. 24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전화통화가 있었고, 우다웨이 대표의 도쿄 방문은 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24일의 통화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관 각국이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같은 방향을 향해 가야 한반도 핵 문제와 비핵화 실현을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하여 미·중간의 소통과 조율을 강조했다.

때마침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북한에 경고와 함께 출구를 제시하고 있었다. <환구시보>와 그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북한에 대해 북한이 예상대로 핵실험을 할 경우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한발 뒤로 물러나는 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지혜로운 것'이라고 하여 북한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었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현재 핵 성과물을 가지고 미국과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조금 뒤로 물러서는 것은 분쟁을 한층 풀기 쉽게 할 것이며, 이는 다른 방식으로 도전에 직면하려는 용기"라고 태도 변화의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는 폭탄으로 가득 찬 퍼즐 같아서 북한은 성냥을 켜서 폭발시켜서는 안 되며 소프트랜딩을 하려는 큰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공조의 제2국면을 준비하는 움직임

'위(危)'와 '기(機)'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위기'일진대, 고조되는 위험 속에 숨은 기회의 싹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기회로의 출구는 의외의 방향에서 열릴 수 있다. 고조되는 위험 속에서 한국에서는 흘려버린 작은 변화가 북한과 일본 사이에 있었다. 북한의 송일호 북일교섭담당대사가 17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던 것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유사시에는 일본에 가장 큰 피해가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일본 측에서는 납치피해자 조사 문제에 대해 질문이 나왔고, 송일호 대사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협의를 파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발했다. 이 시점에서 송일호 대사가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는 북일 교섭 재개를 요구하는 북한식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메시지에 일본이 반응했다. 4월 18일에는 아베 수상이 펜스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논의하면서 일본이 북한과의 사이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납치문제가 있음을 전달했다. 나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은 23일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해서 납치문제가 "일본이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권에게 납치문제도 지극히 중요하며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는 미국의 양해를 얻어 일본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2년 미·일 간의 밀월관계를 배경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일본 수상이 북한을 전격 방문했던 것이 기시감으로 느껴지는 움직임이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중국이 미국과 공조를 강조하며 최근 베이징-평양 간 항공노선을 폐쇄하고 원유 수송의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 선박의 블라디보스토크 정기항로를 전격 허가했다. 2002년 당시 북·일 정상회담을 외곽에서 적극 지원했던 것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것을 아울러 고려하면 이러한 움직임도 맥락이 있어 보인다.

원래 외교전에서 압박이란 협상을 염두에 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다. 미국과 중국의 책임자들은 압박이 가져온 위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국제공조의 제2국면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중과의 협의와 조율에 이어 아베 수상은 27일부터 러시아 방문 길에 오른다. 작은 변화이긴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배경에 놓고 보면, 북한이 예상되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실험을 자제하고 대규모 화력훈련으로 대체했던 것은 북한 나름대로 정세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평화는 비핵화와 휴전체제의 극복에 있다

시선을 다시 한반도로 돌려보자. 4월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25일 서울 시민은 서울 상공에서 실시된 블랙이글 축하비행 연습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9일 잠실운동장에서 열리는 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축하비행 예행연습이 있었던 것이다. 전쟁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상공은 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북한 원산 일대에서는 장사정포 등 300∼400문을 동원한 대규모 화력훈련이 실시되었다. 이는 13일부터 26일까지 일정으로 경기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되고 있던 한미군의 연합 화력훈련에 대한 일종의 맞불 시위였다. 그렇다면 이는 북한 실정에서 봤을 때 일상에서 크게 일탈한 것은 아니었다.

25일 한반도에서는 이렇게 일상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반도는 투명한 가시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피곤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상반기의 4월 위기설을 넘겨도 하반기에 다시 10월 위기설, 11월 위기설, 또 무슨 위기설이 튀어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해마다 관행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휴전체제의 구조화로부터 비롯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진이 화산폭발의 전조이듯, 잦은 위기의 내습은 역으로 휴전체제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전면화된 1994년, 세계는 탈냉전 이후 지구화라는 새로운 질서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었다. 세계적 수준의 냉전체제가 걷힌 동아시아에서 전쟁의 위험이 더욱 커진 것은 냉전체제 하에 감춰져 있던 휴전체제가 표면으로 부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지만 평화는 정착되지 않는 만성적 상시적 전쟁위기상태, 이것이 휴전체제의 본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휴전체제의 휘발성을 최대한으로 높여 놓았다.

언제까지 우리는 '전쟁위기와의 공존'이라는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견디어야 하는 것인가. '휴전체제'를 깨고 전쟁을 할 것이 아니면 평화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평화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 휴전체제를 사는 국민의 숙명이다.

국민의 숙명을 안고 탄생할 차기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수준의 공조 게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휴전체제의 극복을 이루어내야 한다. 다행히도 한반도는 최고조의 위험을 넘기면서 희망도 되살아나고 있다. 어느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절망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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