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4억3000만원짜리 스피커는 어떤 모습?

김편 오디오칼럼니스트 입력 2017. 4.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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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코도' 스피커 © News1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칼럼니스트 = 4억3000만원짜리 스피커가 국내에 상륙했다. '억' 소리 나는 초고가 오디오의 세계에서도 사실 1억원이 넘는 스피커가 흔치 않은 마당에 그냥 가뿐히 4억원을 넘겼다.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사 그리폰(Gryphon)이 올해 1월 공식 발표한 '코도'(KODO)라는 스피커가 그 주인공.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수입사 DST코리아 주최로 열린 시연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KODO’는 일본어로 '심장박동'을 뜻한다.

그리폰은 국내 오디오파일들이 선망해마지않는 하이엔드 브랜드. 그래픽 아트 디자이너였던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E. Rasmussen)이 1985년에 설립, 하이엔드 앰프와 CD 플레이어, DAC을 비롯해 2000년부터 스피커를 생산해오고 있다. 특히 앰프의 기하학적이며 정교한 설계와, 블랙 톤의 투명 디스플레이에 선연하게 빛나는 초록과 황갈색의 로고와 심볼은 현대 산업디자인의 최첨단을 걷는 강렬한 상징과도 같았다.

코도는 그리폰의 기존 플래그십 스피커였던 '포세이돈'(Poseidon)을 뛰어넘는 상위 라인업. 2004년 출시된 포세이돈은 한 채널당 높이 1.98m짜리 2개 타워로 구성돼 한 채널에 총 17개 유닛(트위터, 드라이버)이 달린 초대형 시스템이다. 출시 당시 2억5000만원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화제를 모았으며, 높이 1.98m가 제작자 플레밍 라스무센의 실제 키란 사실이 밝혀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코도는 포세이돈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코도 역시 포세이돈처럼 한 채널당 2개 타워로 구성돼, 한쪽 미드하이(Mid-high) 타워에서는 중고역, 다른쪽 베이스(bass) 타워에서는 저역을 낸다. 베이스 타워에 강력한 초저역 재생을 위한 1000W 출력의 클래스AB 앰프를 내장한 설계도 똑같다. 각 유닛들이 알루미늄 전면 배플에 동심원상으로 배치됐고, 시간축 및 위상 일치를 위해 가운데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간 오목렌즈형 설계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지만 높이가 2.4m로 커졌고, 2개 타워에 달린 유닛도 19개로 늘어났다. 7가지 색상의 사이드 패널을 선택해 붙일 수 있는 점도 새로운 아이디어다.

그리폰 '메피스토' 파워앰프. © News1

유닛과 내부 설계 변화는 더 두드러진다. 우선 미드하이 타워에는 포세이돈에 채택됐던 고역용 링 라디에이터 대신 문도르프제 리본형 AMT 트위터가 투입됐다. 감도가 무려 100dB에 달한다. 이 트위터를 가운데에 두고, 스캔스픽제 4인치 미드레인지 유닛 4개, 새로 설계한 5인치 그리폰 커스텀 미드베이스 유닛 6개가 위아래 대칭 형태로 배치됐다. 이 미드하이 타워의 감도는 무려 96dB에 이르러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도 너끈히 울릴 수 있다. ‘포세이돈’의 감도는 94dB였다. 베이스 타워에는 역시 새로 설계한 8인치 그리폰 커스텀 우퍼가 8개 달렸다. 내부를 8mm 두께의 알루미늄과 목재 등을 혼합해 짠 2개 타워의 무게는 합쳐서 1t이 넘는다.

그러면 양 채널에 38개 유닛, 정격 출력 1000W, 최대 출력 4000W를 갖춘 스피커가 들려준 소리는 어땠을까. 코도 시연은 그리폰의 모노블럭 파워앰프 '메피스토'(Mephisto, 1억4000만원), 프리앰프 '판도라'(Pandora, 5000만원), CD플레이어 '미카도'(Micado, 2400만원), DAC '칼리오페'(Kalliope, 3600만원)가 동원됐다. 스피커를 포함해 총 7억원에 육박하는 어마무시한 초하이엔드 조합이다.

'아론 코플란드의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에서는 여러 악기들이 홀로그래픽하게 출몰하는 가운데 그야말로 대포를 쏘는 듯한 무시무시한 초저역이 울려퍼졌다. 30평이 넘는 시연회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에너지로, 과연 클래스AB 증폭을 통해 얻어낸 묵직한 1000W 출력답다. 광활하게 펼쳐진 스테이징과 섬세하게 포커싱된 이미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 AMT 트위터의 탁월한 물성 덕분인지 고역 역시 상쾌하고 청명하게 쭉쭉 뻗어갔다.

'존 루터의 피에 예수(Pie Jesu)'는 오르간의 초저역 사운드를 배경으로 느닷없이 등장하는 수십명의 남녀 합창단원들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녹음된 성당의 홀톤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잔향이 풍부한 사운드다. 웅산의 'I Love You'는 보컬과 피아노, 첼로의 어쿠스틱 사운드의 그윽한 향연. 체감성 정숙도가 매우 높았는데, 웅산의 입모양과 기척, 발성의 세세한 아티큘레이션이 그대로 전해졌다.

사실, 필자는 지난 2015년 5월 독일 뮌헨오디오쇼에서 플레밍 라스무센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거구의 그가 그래픽 아트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점도 놀라웠지만, 오디오를 향한 그의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는 더욱 놀라웠다.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추구하는 사운드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일종의 착색(colorization )이 연상되기 때문이죠. 저는 리얼리즘(realism)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현실과 같은 소리를 낸다는 것이지요. 좋게 들리는 소리는 오히려 만들기 쉽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노란 선글래스를 끼면 마치 햇빛이 난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진짜는 아닙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머리로 듣는 게 아니라 닭살이 돋을 만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맞다. 코도는 비록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격대이긴 하지만 플레밍 라스무센이 말한 그대로 닭살이 돋을 만한 소리를 냈다. 과연 그리폰의 '얼티밋 플래그십' 스피커답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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