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쇼핑 가세요?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받아보시죠

손승욱 기자 2017. 4. 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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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름돈을 동전으로 받지 않고 왜 포인트로 받냐고요?

"오는 2020년부터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게 한국은행 계획입니다. 그렇게 동전이 없어지면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받아야 합니다. 그 시범 사업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 현금을 내고, 앱을 열고, 바코드를 보여주면 "끝"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마트 계산대 앞. 쇼핑을 마친 뒤 현금을 냅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듭니다. 이어 SSG페이 앱을 엽니다. 몇 번 누르면 거스름돈을 돌려받기 위한 바코드가 뜹니다. 그걸 계산대에 내밉니다.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면 계산대에 계신 직원분께 여쭤보면 됩니다. 바코드를 들이대면 “띠” 소리가 납니다. 그렇게 되면 동전으로 받을 거스름 돈을 포인트로 받는데 성공한 겁니다.

이번 연휴,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면서 고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혹시 현금으로 물건을 사시게 되면,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한 번 받아보면 어떨까요?

● "아직 시범사업입니다"…대형마트, 편의점 제휴 앱만 가능

말 그대로 시범사업이라 아직 제약이 많습니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슈퍼라면 L포인트 앱을 열면 되겠죠. 편의점도 마찬가지입니다. CU라면 T머니나 하나머니로 받을 수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이라면 네이버페이로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앱 하나로 통일하면 좋겠지만, 아직 시범사업이라 일단 대형 유통업체들의 제휴 앱에서만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런 내용의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첫 사업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에 포인트로 주고 있는 겁니다. 일단, 대형마트 2곳과 백화점,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시작했는데, 워낙 큰 업체들이 참여하다보니 '동전 대신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매장이 전국적으로 2만 3천여 곳에 이릅니다.
 
이번 사업은 한국은행이 동전 없이 거래가 가능한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시범사업입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일단 현장에서는 편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물론 모바일 금융에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진짜로 동전이 정말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뭐가 가장 불편할 것 같으십니까?

● 커피자판기 어쩌나…전통시장, 코인세탁소, 노래방도 걱정

가장 불편한 것, 제 주위에서는 이상하게도 커피 자판기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금을 넣었을 때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주는 자판기는 거의 없죠. 하지만 조만간에 휴대전화의 앱을 보여주면 결제도 되고, 거스름돈도 받는 설비가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는 불편하겠죠.
 
또 포인트 결제 시스템 비용이 없거나, 아니면 비용 때문에 설치하지 못하는 영세 상점이나 전통시장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코인세탁소, 노래방도 장비를 보강하기 위해 추가 비용이 들어가겠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불편이 있을까요? 전자 금융, 그러니까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금융을 잘 모르거나 이용하지 않는 중, 장년층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도 공급자 측면이나 소비자 측면 모두 전자금융에서 '소외되는 집단과 개인'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동전이 사라지면 물가가 오른다?

논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판기 주인이 이런 생각할 수 있습니다. “거스름돈 포인트로 주려면 설비를 바꿔야 하는데, 그냥 다 1천 원으로 올려버리면 되지” 실제로 그렇게 되면, 동전 대신 포인트로 주기 위해 자판기 뜯어 고칠 이유가 없어지겠죠.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커피값이 500원에서 1천 원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걱정인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전 없는 사회가 물가 상승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한국은행 판단입니다. 한국은행은 "오히려 동전 대신 포인트로 주게 되면 판매자 입장에서 일일이 동전으로 줘야 하는 불편이 없어지기 때문에 10원 미세 단위까지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500원 상당의 물건 가격을 올릴 때 바로 600원이나 1,000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530원으로 올려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70원을 동전으로 거슬러 받을 경우, 바지 주머니에 10원짜리 넣고 찰랑찰랑 다니기 불편하지만, 그냥 포인트에 찍어주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일부의 우려처럼 동전없는 사회가 시작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700원짜리는 1천 원이 될 것이고, 1천 7백 원짜리는 2천 원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상당수의 물건 가격의 끝자리가 천 원 단위에 맞춰지는 방식의 물가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는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하면 1천 5백원을 1천 원으로 내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물가 상승이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하는 시스템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아직은 더 우세합니다. 실제로 동전이 사라지기까지는 한참 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첨단 금융기술들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1만 원 보내줘”라고 말만 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돈을 보내는 서비스가 실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 "포인트는 현금이다"
 
핀테크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통합 포인트 제도입니다. 현금과 전혀 관계없던, 중장년층에게는 쌓이든 말든 별 신경 안 쓰던 이 포인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정비에 나선 이후 사실상 현금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동전 대신 포인트로 받은 거스름돈을 ATM기에서 바로 현금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현금과 맞바꿀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에 쓰이는 포인트들도 물건 구입 장소가 제한적인 몇몇 포인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통장으로 옮길 수 있는 사실상의 '현금'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하나머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통장으로 현금처럼 바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조만간 대형마트, 편의점들은 거스름돈 포인트가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는 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모든 얘기는 현금을 냈을 때입니다. 카드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아직 현금 결제 비율이 26% 수준은 됩니다. 여전히 거스름돈으로 동전이 필요한 상황인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물건을 사면서 지폐를 내고, 동전을 돌려받는 세상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기관이, 내가 어디서, 어떻게 돈을 쓰고 무얼 사는지 전부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전없는 사회, 더 나아가 현금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번 시범사업이 미리 예상되는 부작용들을 꼼꼼히 찾아내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손승욱 기자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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