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작, 박경훈은 다음을 본다

조남기 2017. 4. 30. 09: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늦은 시작, 박경훈은 다음을 본다



(베스트 일레븐)

지난 29일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9라운드 성남 FC-안산 그리너스전은 박경훈 성남 감독에게 특별했다. 자신이 K리그 감독이 된 뒤 200번째로 맞는 경기여서다. 그러나 박 감독에겐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시즌 ‘첫 승’이었다. 리그 꼴찌로 전락한 팀을 어떻게든 되살려야 했다. 다행히 성남은 1승에 성공했고, 박 감독은 200번째 경기만큼은 좋은 기억으로 남겼다.

사실 1승을 했어도, 그간 심적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을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은 “지도자를 한다면 늘 겪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길어졌다. 팬들 실망도 컸을 거다. 우린 우승을 바라던 팀이었다”라고 1승 직후조차 지난 시간 마음고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남은 8라운드까지 3무 5패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 팀을 이끄는 박 감독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땠을 지는 짐작조차 힘들다.

성남은 K리그 챌린지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도 있어 보였다. 이른바 ‘클래식급’ 선수들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가 있었고, 팀 전력을 상승시킬 외국인 선수들도 적절하게 영입한 듯했다. 그러나 성남의 시즌 초반은 영원히 풀 수 없는 꽈배기처럼 꼬였다. 선수는 많은데 많은 이들이 부상에 신음해 정작 쓸 수 있는 자원이 없었다. 그러면서 팀은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성남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현실을 타개해야 했다. 이름의 무게를 버리고 ‘도전자’의 입장으로 K리그 챌린지에 임해야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차분하게 기다렸다고 한다. 모두가 힘든데, 선수들을 다그친다고 승리가 뚝딱 나오는 게 아니어서다. 선수들 스스로가 느끼길 바랐다.


박 감독의 바람은 안산전서 조금은 이루어진 듯했다. 성남 선수들은 질서정연했다. 엉성하던 조직력이 이제야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전방의 황의조는 상대를 위협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두 줄 수비를 만들어 안산 공세 차단에 주력했다. 홈팀은 점유율을 쥐고 성남을 압박했지만, 성남 선수들의 응집력이 워낙 뛰어나 골을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모두의 하나 됨이 성남의 첫 승을 가져온 셈이다.

물론 성남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긴 했다. 플랫 3를 사용했지만 사이드백이 전진을 자제해 사실상 플랫 5였다. 미드필더진도 역습 상황을 제외하곤 일렬로 늘어서 수비 요새 구축에 신경을 썼다. 상술했듯, 정복자가 아닌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챌린지를 헤쳐 가겠다는 의지였다. 박 감독은 챌린지만의 생소한 경기 흐름에 대해 언급했는데, 성남은 그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듯했다.

첫 승을 거둔 박 감독은 기쁨을 나타냈다. 성남을 제외한 챌린지 아홉 개 팀을 모두 상대하며 마지막에야 거둔 승리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과 희생정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승리를 향한 열망이 더욱 결집될 수 있다면, 팀에 탄력이 붙을 거라고도 자신했다. 더해 박 감독은 지금 이 시간이 지도자인 자신마저 성장시킬 거라고 덧붙였다.

일단 성남은 그들에게 필요했던 1승을 취했다. 경기 내용은 둘째 치고 무엇보다도 1승이 필요했던 시점인지라 결과를 얻었다는 측면에선 나름 성취감도 있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면 스쿼드는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 때고, 그 때에 이르러 선수단 간 조화를 꿈꿔야 한다. 최근 젊은 선수들로 버틴 성남이기에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구조화가 필수다.

박 감독은 전술적으로도 다변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엔 실점을 막기 위해 5-4-1 아니면 3-4-3으로 실리적 운영을 했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궁극적 포메이션은 4-2-3-1이라며 언젠간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전술적 변화를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는 점에선 흡족함을 나타냈다. 박 감독은 앞으론 상대에 따라 보다 다양한 맞춤형 전략들을 준비할 참이다.

성남은 이제 1승 3무 5패다. 반전이 일어났다고 말하긴 어렵고, 이제야 첫 발 정도를 뗀 셈이다. 시작은 분명 늦었다. 그러나 좋은 팀으로 거듭날 계기 정도는 마련하지 않았나 싶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안산전 소득을 짚었다. 현 시점에선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만일 성남이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4월 29일 안산전 승리는 반등의 시작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