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깡통집'.."먼지 풀풀 날려도 쌓인 구두가 행복"

신현우 기자 입력 2017. 4. 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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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평(3.3㎡) 남짓한 공간의 일터에서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주씨는 "한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구두를 닦는 고정 고객을 빼면 새 고객이 하루에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이 일로 밥도 먹고 애들도 다 키웠는데, 먼지도 냄새도 얼마든 좋으니 저기 한켠에 닦을 구두가 계속 쌓여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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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 노동]<2>구두 미화원, 식탁2개 크기 수선대.."건강보다 줄어드는 일감이 걱정"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편집자주] 한 평(3.3㎡) 남짓한 공간의 일터에서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업무 공간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주목받는 지금,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각기 다른 일에 종사하는 ‘한 평 근로자'의 생활과 근무 환경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1회>톨게이트 요금 징수원-<2회>구두 미화원-<3회>지하철 가판대 상인

[['한 평' 노동]<2>구두 미화원, 식탁2개 크기 수선대…"건강보다 줄어드는 일감이 걱정"]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구두수선대./사진=신현우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구두수선대. 한 구두미화원이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4㎡(1.2평) 남짓한 구두수선대. 짙은 갈색이 칠해진 철제 부스 입구에 들어서자 구두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환풍기. 천장에 달린 형광등만이 내부를 밝혔다. 바닥엔 다양한 구두 수선도구들이 놓여 있고 벽에 부착된 스피커에선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문을 닫으니 빛 한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27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구두수선대. 30년 경력의 구두미화원 주모씨(63)는 퇴근 전 구두를 닦으러 오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일부 손님은 수선대 안 의자에 앉지 않고 햇볕을 쫓아 밖에서 서성였다. 코를 찌르는 구두약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는 이도 눈에 띄었다.

출입구 외에 두개의 창문이 있지만, 내부로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형광등을 끄자 수선대는 암흑 세상으로 바뀌었다. 구두 손질은커녕 바로 앞사람도 분간하기 힘든 수준. 주씨와 손님이 앉을 자리 외엔 각종 수선 도구가 자리를 메웠다.

손님이 맡긴 구두가 깨끗해질수록 주씨의 손은 검게 변했다. 햇볕에 그을린 적 없는 그의 얼굴과 대비될 정도. 주씨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점심 먹고 화장실 가고 구두 수거하러 가는 게 바깥생활 전부"라며 "코나 목이 늘 칼칼하고 눈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도상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구두수선대 규격(가로x세로x높이)은 2.8mx1.5mx2.0m, 점용면적은 2.4~4.2㎡ 안팎이다. 가정에서 쓰는 4인용 식탁 두개를 합친 수준이지만 각종 도구 때문에 실제 활용 공간은 이보다 좁다.

구두가 닦여 쌓일수록 수선대 내부 공기는 탁해졌다. 풀풀 날리는 구두 먼지 탓이다. 흡사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날과 같았다. 바깥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365일 이 공간에서 맑은 공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주씨는 "종일 마신 먼지 때문에 집에 가서 코를 풀면 새까만 코가 나오고 여름에는 문을 열고 있지만 겨울에는 이마저도 어려워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삶을 '눈치 보는 인생'에 빗댔다. "옆 빌딩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손님이 언제 올지 몰라 용변도 제대로 보지 못해요. 공간이 좁아 일부 도구는 수선대 밖에 놓고 싶지만 단속 당할까봐 쉽지 않죠."

수선대 밖에 물건을 두다 관할구청 단속에 적발될 경우 시정명령과 함께 벌점을 받게 된다. 특히 허가기간 누적 벌점이 120점을 넘을 경우 즉시 점용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날 한 손님은 수선대 내 탁한 공기 때문에 연신 기침을 쏟아냈다. 회사원 김모씨(35)는 "어두침침한 데다 구두약 냄새도 강해 차라리 밖에 서 있는 게 낫다"며 "구두에 붙어있던 먼지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미세먼지보다 구두수선대 공기가 더 나빠 가게에서 일하는 게 많이 힘들 것 같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구두 미화원의 걱정은 따로 있다. 경기 불황에 최근 몇년간 고객이 3분의 1로 줄었다. 주씨는 "한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구두를 닦는 고정 고객을 빼면 새 고객이 하루에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이 일로 밥도 먹고 애들도 다 키웠는데, 먼지도 냄새도 얼마든 좋으니 저기 한켠에 닦을 구두가 계속 쌓여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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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우 기자 hw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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