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근·진경준 판결로 본 박근혜 '뇌물' 재판 전망은

성도현 기자 입력 2017. 4.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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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뇌물 묵시적 인식 '유죄'..'부정청탁' 인정 관건
뇌물 혐의는 직무관련성·대가성 입증돼야..檢이 입증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삼성 등으로부터 59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65)에 대한 첫 재판이 2일 열린다. 가장 형량이 센 뇌물죄를 두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강요 등 총 18개 혐의를 받는데 특히 삼성·롯데·SK와 관련해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최근 제3자뇌물 혐의 유죄를 받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5)과 뇌물 혐의 무죄를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49) 사건이 이와 유사한데 진 전 검사장에게 무죄를 내린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뇌물과 관련 Δ정유라씨 승마지원 명목 77억9735만원(213억원 약속) Δ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Δ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등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영재센터와 두 재단이 제3자뇌물수수다.

롯데와 관련해서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도록 한 혐의가 제3자뇌물수수다. SK 관련 부분은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을 주도록 요구했지만 실제로 지원하지는 않아 제3자뇌물요구가 됐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 News1 안은나 기자

◇정옥근 사건…상호 묵시적 인식·양해로 '유죄'

정 전 총장은 원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이 한 차례 사건을 파기했고 결국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5번의 재판 끝에 지난 27일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정 전 총장은 해군 차기호위함 수주대가로 STX그룹에서 7억여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다.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지만 아들 명의의 요트회사를 통해 돈을 받은 게 입증됐다.

대법원은 STX 측이 정 전 총장에게 구체적으로 청탁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STX와 해군 사이 각종 사업과 관련해 해군참모총장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한 상호 묵시적 인식과 양해 아래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봤다.

즉 대법원은 정 전 총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아들이 이익을 받도록 STX 측에 거액의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무관련성에 더해 제3자뇌물죄 입증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까지 인정됐다.

이 사건을 토대로 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 측 출연 등이 직접적인 청탁이 없었어도 서로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음이 인정된다면 재판부 역시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재단 출연 등과 경영권 승계는 관련이 없다며 '부정한 청탁' 부분을 방어 중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역시 앞으로 이 부회장과의 독대 등에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진경준 전 검사장. © News1 신웅수 기자

◇진경준 사건…'포괄적 뇌물'도 입증 안 돼 '무죄'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무렵 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48)로부터 9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이 부분은 무죄를 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를 기소할 때 구체적인 청탁이 없어도 전체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되면 성립하는 '포괄적 뇌물죄' 법리를 적용했다. 이 경우 개별 사안에 대한 모든 입증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법원은 넓은 범위에서도 직무와 관련된 돈을 주고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판례는 구체적으로 특정 직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주지 않아도 넓은 범위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유죄로 본다. 일반 뇌물죄보다 검찰 측 입증 부담이 적다.

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이익과 직무 사이의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약 10년간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특정한 직무와 관련해 이야기할 만한 현안이 없었고 김 대표의 향후 형사사건 발생 개연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대표는 법정에서 "진 전 검사장이 검사이고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형사사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돈을 줬다"고 말했지만 법원은 "김 대표가 막연한 도움에 대한 기대감을 넘어 돈을 준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토대로 보면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명목 77억9735만원 뇌물 혐의와 관련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가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지원 대가로 이 부회장의 편의를 봐줬는지 등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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