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키운 고영표, 완봉으로 보답하다

양형석 2017. 4. 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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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9일 LG전에서 생애 첫 완봉 역투, kt 5연패 탈출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kt가 오랜만에 타선이 폭발하며 5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6-0으로 완승을 했다. 작년 시즌 수원구장에서 1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LG의 선발 헨리 소사는 이날도 4회를 채 넘기지 못하고 9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 투수가 됐다.

kt의 캡틴 박경수는 3회 1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하위 타선에 배치된 이해창과 박기혁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뛰어난 타격감을 뽐냈다. 마운드에서는 많은 투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 고영표가 9이닝을 모두 책임지며 113개의 공으로 LG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주권, 라이언 피어밴드에 이어 kt의 역대 3번째 완봉 투수가 배출되는 순간이었다.

사이드암 출신 김진욱 감독 부임 후 선발 투수로 변신

전남 나주 출신의 고영표는 광주 동성고에 입학해 친형 고장혁(KIA 타이거즈, 개명 전 이름 고영우)와 함께 뛰다가 화순고로 전학을 갔다. 화순고 졸업 당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한 고용표는 동국대 진학 후 2012년 KBO 총재기 MVP, 2013년 춘계리그 우수 투수상을 차지하며 대학 야구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대학 졸업반이던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10순위)로 kt에 지명된 고영표는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12경기에 등판했다. 당시 kt를 이끌던 조범현 감독은 사이드암으로서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고영표를 불펜 투수로 활용하고 싶었다. 고영표는 2015년 5월9일 LG전에서는 1이닝 동안 2점을 내주고도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되며 데뷔 첫 승을 따내는 등 2015시즌 내내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고영표는 2015 시즌 46경기에 등판해 3승4패 5.68을 기록했다. 1군 데뷔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썩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피안타율 .301가 말해주듯 안정감 있는 투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고영표는 2016 시즌에도 계속 kt의 불펜을 지켰다. 53.경기에 등판해 56.1이닝을 던진 고영표는2승4패5홀드 5.59를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해 딱히 나아진 것이 없는 성적이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kt에 김진욱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OB 베어스 시절 잠수함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세 번이나 10승 이상을 기록했던 김진욱 감독은 대학시절 선발 투수로 좋은 활약을 했던 고영표에게 선발 변신을 지시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지만 작년 시즌 9이닝당 볼넷이 3.04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된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고영표는 불펜보다 선발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착실히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 고영표는 시범경기에서 '선발 적합도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kt 마운드에는 고영표 외에도 이상화, 정성곤, 류희운 등이 5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면 선발에서 탈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 동안 1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90으로 호투했고 당당히 kt의 5선발로 낙점됐다.

첫 승 후 3연패에도 신임을 보낸 김진욱 감독에게 완봉으로 보답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긴 했지만 고영표는 3월 31일 SK 와이번스와의 개막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했다. 어차피 5선발 투수는 첫 등판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개막전에서 1.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홀드를 챙긴 고영표는 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 경기를 가졌다. 고영표는 이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산발 5피안타 1실점으로 묶으며 생애 첫 선발승을 따냈다.

하지만 이대로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고영표의 선발 적응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다음 등판이었던 12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2이닝 4실점(3자책)으로 시즌 첫 패배를 당한 고영표는 1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다시 5.1이닝 4실점으로 연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4이닝 6실점으로 허무하게 무너지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즌 개막 후 2번째 경기까지 1.17에 불과했던 고영표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5.56으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투구 이닝은 점점 줄어든 반면 자책점은 점점 늘어났다는 점이 좋지 않았다. 고영표의 공이 상대 타자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발 경험이 전무했던 5선발이 3경기 연속 패전 투수가 되면 로테이션을 걸러주거나 불펜으로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3연패를 당한 고영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29일 LG전에 선발 등판한 고영표는 특유의 낮은 제구력으로 LG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빠른 공은 시속 140km에 머물렀지만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무려 14개의 땅볼 아웃을 유도했다. 9회 대타 안익훈과 박용택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을 땐 과감한 투구로 3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5.56으로 시작했던 고영표의 평균자책점은 3.98까지 떨어졌다.

피어밴드도, 돈 로치도, 정대현도 끊지 못한 kt의 연패를 통산 선발 등판 경험이 10번도 채 되지 않는 5선발 고영표가 완봉 역투로 끊어냈다. kt는 올 시즌 성적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그리고 현재 그 길을 가장 착실하게 걷고 있는 선수는 바로 구단 역대 3번째 완봉승의 주인공이 된 고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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