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㉟] 감칠맛 커피

입력 2017. 4. 29. 15:35 수정 2017. 4. 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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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커피 매니아(Mania)이다.

하루 종일 커피를 마셔서 속이 쓰릴 만도 하지만 김 과장은 퇴근 후에도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간다.

한참을 줄서서 받아 든 커피를 김 과장은 아주 맛있게 마셨다.

"아니 이렇게 쓴 것을 돈 주고, 그것도 길게 줄을 서서 왜 마신담. 김 과장님은 참 이해 할 수가 없네~ " 하지만 같은 사무실 과장이 사준 커피라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하고 억지로 끝까지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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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교수

김 과장은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커피 매니아(Mania)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에 집에서 커피를 내려 커다란 텀블러에 담아서 출근을 한다. 아침나절이면 벌써 커피다 다 떨어져서 점심식사 후에는 회사 앞 커피숍에 가서 텀블러에 가득 아메리카노(Americano)를 담아서 사무실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커피를 마셔서 속이 쓰릴 만도 하지만 김 과장은 퇴근 후에도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간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 대리는 김 과장을 따라서 맛있다는 소문 난 카페로 간적이 있었다. 원래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맛있는 커피를 사주겠다고 해서 찾아 간 카페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공연에 줄서서 있는 것은 이해가 가도 커피를 마시려고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은 이대리가 볼 때는 아무래도 낯선 모습이었다. 

한참을 줄서서 받아 든 커피를 김 과장은 아주 맛있게 마셨다. “참 맛있다~ 이 대리도 한 번 마셔봐~” 김 과장의 말에 기대를 하면서 한 모금 마셨는데, 웬걸 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속으로 이 대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쓴 것을 돈 주고, 그것도 길게 줄을 서서 왜 마신담. 김 과장님은 참 이해 할 수가 없네~ ” 하지만 같은 사무실 과장이 사준 커피라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하고 억지로 끝까지 마셨다. 이 대리는 속으로 결심했다. “내 다시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리라”고…

그런데 그 다음 날 이 대리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김 과장이 마시는 커피를 보면서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든 것이다. 점심시간에 회사 앞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Americano) 한 잔을 시켜서 마셨는데, 어제는 그렇게 써서 마시기 힘들었던 커피가 오늘은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콤달콤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마실 만 했다.

이 대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상하네. 어제는 분명히 썼었는데…” 이 대리는 김 과장 몫으로 테이크아웃(takeout)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무엇이 이 대리로 하여금 다시 커피를 마시도록 했을까? 커피의 어떤 맛과 향이 이 대리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쓴 맛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을까? 이 대리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다름 아닌 감칠맛이었다.

최우성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 사람이 느끼는 기본적인 미각에는 쓴맛, 단맛, 짠맛, 신맛, 네 가지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1908년 일본 도쿄제국대학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해초스프에서 새로운 맛을 찾아내어 학계에 보고했다. 그것이 바로 제 5의 맛인 우마미(旨味)이다. 일본인은 음식이 맛있을 때 우마이(うまい)라고 외친다. 맛있다는 뜻이다. 우마미란  '맛있는 느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말로 감칠맛에 해당된다. 

국어사전에 보면 감칠맛이란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듯이 맛깔스러운 맛”이라고 되어있다. 이 대리가 커피에 끌리는 이유는 바로 감칠맛에 있었던 것이다.

감칠맛이 나는 커피 한잔 마시며 좋은 사람과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기분 좋은 주말 오후가 되기를 권해본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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