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참여정부 대북지원 70억달러로 핵개발" 논란의 진실은?

정용인 기자 입력 2017. 4. 29. 15:21 수정 2017. 5. 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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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월 25일 JTBC·한국정치학회 등이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 참가한 원내 5당 후보들이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 기자단
·홍준표 후보 등 보수후보들 주장 사실검증해보니
“대선후보 TV토론을 보면서 ‘혹세무민이라는 것이 저런 거로구나’라고 생각했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 10월 9일에 있었으니 그건 대북지원금을 전용했다고 치자. 참여정부 시기를 훨씬 지나 진행된 2차, 3차 핵실험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했을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4월 25일, JTBC와 한국정치학회 등이 주최한 대선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지금의 북핵위기는 DJ, 노무현 정부 때 70억 달러(약 8조원) 이상을 북에 퍼줬기 때문이다. 핵 하나 만들려면 2억~3억 달러가 든다. 북한은 돈이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말기에 핵실험을 처음 했다. 이명박 정부 때 4번을 했다. 그럼 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했겠는가. 핵을 만들려면 3~5년 정도 기술이 필요하다. 돈 넘어온 것으로 기술을 축적해 만든 것이다.” 홍 후보는 매 토론회마다 ‘70억 달러 퍼주기로 북핵위기’ 주장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액수 산정의 근거는 토론에서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DJ·참여정부 북핵 책임론’은 홍 후보만 주장한 것이 아니다. 역시 새누리당계로 탄핵사태 이후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속아서 현금을 퍼주는 사이에 핵과 미사일에 대한 기초적인 개발이 다 됐고, 그 증거가 1차 핵실험이다.”

■20년째 되풀이된 ‘대북 퍼주기’ 공세 “이른바 ‘퍼주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후부터 벌써 근 20년 된 이야기다. 사실 이에 대해 반박자료는 적지 않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통일부에서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가 적지 않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의 말이다. 홍 후보가 주장한 70억 달러의 ‘근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분류했다. “정부가 북한에 현금으로 지불한 경우는 거의 없다. 크게 보면 인도적 지원, 민간 경제협력, 정부 차원의 공적 투자의 셋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전 세계 어디에서 보더라도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이야기하는 나라는 없다. 인도적 지원으로 들어간 경우 비료가 되었든, 쌀이 되었든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두 번째 민간 경협은 북측의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준 것보다 우리 기업이 얻은 이득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역시 퍼주기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고 한 경우는 개성공단이 처음 시작되고 그 규모나 비중이 더 커진 것이 이명박 정부 시기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공적투자도 철도·도로 등 차관과 개성공단 만들 때 전력이나 통신 등 기반시설 관련인데, 이 역시 우리 기업을 위해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내역을 보면 결국 이것은 정치공세이고, 선동이다.”

■현대 대북사업금 송금은 전용됐나 4월 27일, 통일부는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대북송금 설명자료’라는 것을 배포했다. 통일부 자료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올해 2월까지 대북송금 및 현물 제공 내역으로, 송금과 현물을 각각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으로 구분해 총액을 제시한 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 차원으로 현금이 제공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산가족 화상상봉센터 건립을 위한 자금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가 전부였다. 민간 차원에서 관광, 교역·위탁가공, 개성공단 등의 교류로 DJ정부 시기에는 총 17억455만 달러,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22억938만 달러의 송금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의 ‘대북 송금’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업체들이 입주를 시작한 개성공단이 주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2억7629만 달러였고, 2016년 2월 최종 중단되기 전까지 박근혜 정부 시절 개성공단 대북송금액은 2억5438만 달러였다.

홍 후보가 주장한 70억 달러는 민간 차원의 송금액과 양대 정부의 대북 현물지원을 포함해야 근사치를 얻을 수 있는 수치다. 현물지원 내역을 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엔 7억6610만 달러, 노무현 정부 시절 21억4694만 달러를 제공했다. 현물 제공 역시 정부 차원과 민간의 합친 액수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현금과 현물지원을 다 합치면 김대중 정부 시절 24억7065만 달러와 노무현 정부 시절 43만5632만 달러가 된다. 두 액수를 합쳐야 68억2697만 달러가 돼 홍 후보가 주장한 수치에 가까워진다. 통일부 자료가 보도된 후 여야 각 캠프는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윤관석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은 “DJ·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센터 건립물품 구입비용으로 40만 달러를 제외하고 보낸 현금은 없었고, 민간 차원의 거래과정에서 북한에 지급된 현금은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훨씬 많았다”며 “거짓말, 색깔론 정쟁을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 측 박대출 공보단장은 “통일부 자료를 봐도 현금과 현물을 합쳐 북한에 흘러들어간 자금은 68억 달러에 이른다”며 “통일부 자료를 자의적으로 왜곡한 논평을 일방적으로 받아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자료, 같은 수치를 두고 각각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송금 부분은 보다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있었다. 특검은 현대그룹이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북측에서 받는 조건으로 4억5000만 달러(약 5118억원)를 북한에 송금했고, 그 중 1억 달러는 정부의 정책지원금이라고 발표했다. 앞서의 통일부 자료에는 민간 차원의 기타 항목에 이 액수가 반영돼 있지만 실제로 그 중 1억 달러는 정부 정책 차원의 대북지원금에 포함돼 있는 셈이다. 당시 특검은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전에 이뤄져 정상회담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에 이어진 재판에서 당시 법원은 “송금행위와 정상회담의 관련성은 인정하나 송금행위는 통치행위가 아니며 실정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송금 자체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어찌되었든 현대가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매개로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한 것은 팩트다. 그렇다면 이 돈이 북핵 개발 용도로 전용되었을 가능성은? <주간경향>은 DJ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햇볕정책과 이어지는 대북 포용 화해협력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급 인사들을 접촉해 이들 보수 후보들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현대가 정상회담 개최를 이용해서 북측과 미리 합의해놓고 정부를 물고 들어가려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가 정상회담을 돈 주고 사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왜 모른답니까!” 임동원 전 장관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 언급돼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임 전 장관은 그 당시 국정원장으로 DJ를 보좌하고 있었다. 책에 따르면 임동원 원장과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 등이 현대의 대북송금과 관련한 ‘첩보’를 듣게 된 것은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5월 4일 밤이었다. 북측의 SOC 사업 등에 대한 30년 독점권을 현대가 갖는 대신 4억 달러를 북측에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보고를 받은 DJ나 당시 핵심 실무진 모두 이 합의에 부정적이었다. 임 전 장관은 책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통일부는 현대의 사업승인 요청을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접수를 거부했지만, 현대가 이미 저질러 놓은 일을 쉽사리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현대가 우리 정부의 사전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일이라 해도 북한과 이왕 합의한 이상 정부가 나서서 취소시킬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3년 후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조사하도록 했던 이른바 ‘대북송금사건’은 이렇게 잉태됐던 것이다.” 임 전 장관은 이 책에서 대북송금 특검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특검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매우 깊었다. 민족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비전이 결여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첫단추를 잘못 뀀으로써 남북관계를 경색케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북송금 특검 이후 남북관계는 오랜 기간 얼어붙는다. 이른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계속되었지만 10·4 남북공동선언으로 대표되는 남북 정권 차원의 교류는 참여정부 후반부에 들어서야 다시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보수정부 시기, 북핵위기 오히려 가속” 홍 후보의 ‘70억 달러 지원’의 또 다른 근거는 엉뚱한 데서 발견된다. 지난 2010년 미의회조사국(CRS)의 ‘한·미관계 현안보고서’다. 작성자는 래리 닉시 당시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이었다. 보고서는 DJ정부와 참여정부 시기인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한국이 북한에 약 70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제공했고, 그 중 29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에 제공한 현금의 출처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며, “현금 지급업무 대부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노동당 39호실이 담당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엘리트를 위한 사치품, 대량살상무기 관련 부품 구입 용도의 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39호실 전용 이야기가 나온 근거다. 보고서는 “현대가 1999년에서부터 2000년 사이에 공개·비공개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북한에 제공했을 당시 북한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용 부품과 재료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데 외환 사용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현대가 보냈다는 4억5000만 달러라는 액수 중 5000만 달러는 현금 지원이 아니라 류경 정주영 체육관을 지을 때 물자로 보낸 것이다. 4억 달러 현금은 어디에 썼는지 당시 국정원에서 여러 방법으로 추적한 적이 있다.” 이 시기 국정원 고위관계자를 역임한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의 말에 따르면 북으로 송금한 돈의 대부분은 중장비 부속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당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북한의 공장 가동률이 30%가 안 되었다. 무역교역만으로 그 돈을 마련할 수는 없었고, 현대에서 보낸 돈이 여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정화 사업이라는 미명으로 수행되던 농지조성사업과 중장비 도입 등으로 돈이 사용된 것으로 결론냈다.” DJ정부 말부터 참여정부 시기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세현 전 장관은 이렇게 반문했다. “미국이 북한 핵정보나 미사일 개발 관련을 소상히 알고 있는데, 실제 한국의 돈을 받아서 개발했다면 왜 몰랐겠나. 당장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를 끊으라고 압박을 했을텐데 참여정부 시기까지 대북 협력사업이 계속 진행되지 않았는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한 2016년 9월 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김연철 교수는 “실제 대북 지원자금이 북핵 개발 용도로 전용되었는지 우리가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과 같은 나라는 국가가 외환의 준관리자로 기능한다. 달러를 한 곳에 모아 국가 자원으로 쓴다. 정확히 들어오고 나간 자금 중 한국으로부터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 일치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제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했는데, 그 편의점 아들이 마약을 했다 하죠. 그렇다면 제가 그 마약자금을 댔다고 할 수 있나요?”

앞의 전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3년 이후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과 노동자 해외파견 등을 통해 거둬들인 돈이 엄청 많았고, 또 제재하기 전까지 중동지역에 군사장비 수출이 많았는데 그 돈으로 개발자금을 확보하고 핵개발에 썼을지는 모르지만 그 역시 어느 부분에서 지출이 되었다고 단언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 DJ정부와 참여정부 시기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지하지 않았고,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위해서 6자회담을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프로그램 작동을 저지하지 못했다. 결국 햇볕정책은 틀렸고, 모두 속은 것이 아닐까. 햇볕·포용정책이 아니라 와해·붕괴를 염두에 두는 것이 옳았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미쳤다기보다, 너무 이성적이다(North Korea, Far From Crazy, Is All Too Rational).”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9월 10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얼핏 봐서 ‘미친 짓’으로 보이는 북의 핵개발 강행이 정치분석가들이 보기엔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라크 카다피 등의 몰락을 보면서 북이 갖는 ‘미국의 침략’에 대한 공포는 ‘진짜’이며, 압도적으로 강한 국가(미국)에 맞서는 약소국이 자기의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핵무장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현재의 북핵위기를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인접한 미국 군사기지와 한국의 항구들을 공격한 후,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런 능력은 갖추지 않았지만 다음 15년 내에는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출 것으로 믿고 있다.”

“비핵개방 3000이니 전략적 인내니 하면서 경제적 제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지난 9년 동안 핵개발이 가속화된 것이 아닌가.” 정세현 전 장관의 말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핵개발 논리에는 미국과 적대관계가 기본이며, 남북 사이의 적대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미국을 축으로 한 주변국과의 지루한 협상과정은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려는 최종 목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거꾸로 북핵 개발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취했던 햇볕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가속화되었다는 주장이다.

“역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아니고 예를 들어 정동영·문재인 정부였다면 한반도는 이미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다.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해주공단도 완공되었고, 남북은 경제공동체 수준으로 가 있었을 것이다.” 정세현 장관 후임으로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전 장관의 말이다. 그는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차이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보려고 했던 시기와 북핵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해결할 생각이 없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며 “지난 보수정부 9년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한반도를 지구의 낙오자로 만들어버린 시기”라고 주장했다.

■“햇볕정책 공과 논할 대상 아니다” 앞서 세 차례에 걸친 대선후보 토론을 보며 의아했던 점은 보수 후보들의 주장에 대해 DJ·참여정부를 계승한다는 후보들이 적극적인 반론을 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햇볕정책의 공과를 가려 계승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햇볕정책은 기본적인 철학의 문제로 공과 과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표를 의식해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대화를 할 수 있다’와 같은 식의 주장을 실제 집권한 뒤에도 계속 주장한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빠졌던 오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이다. 4월 27일, 논란이 되었던 사드가 일방적으로 배치됐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방한 당시 “차기 대통령에게 결정권을 넘기겠다”는 브리핑과 달리 대선 전 ‘알박기’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북핵’을 둘러싼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야권 후보들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유엔 대북결의안에서 이른바 벌크 캐시, 대량의 현금을 제재한다고 했지만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금강산 관광 등의 자금은 벌크캐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담의 재개”라며 “한국 정부로선 햇볕정책의 영어 표현인 관여(engagement)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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