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안 털어도 미세먼지 수북한 대한민국?"

김현주 2017. 4. 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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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는다. 국내 미세먼지 기준 현실화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단 중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원인 자체를 원천봉쇄해야 한다."(20대 대학생 A씨)

"대기오염이 이렇게 심해질 때까지 도대체 정부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유입된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요샌 창문 열어 환기시키는 것도 겁난다."(30대 주부 B씨)

"사시사철 너무나도 당연했던 맑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게 이젠 어려워졌다. 숨 막히고 답답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서글프다."(40대 자영업자 C씨)

공식적으로 미세먼지 주의보는 발령되지 않았지만 하늘이 뿌연 경우가 더러 있다.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공기의 질이 나쁜데, 미세먼지 주의보는 발령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29일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올해 1∼3월 미세먼지 농도는 32㎍/㎥로, 2015∼2016년 같은 기간(30㎍/㎥)에 비해 2㎍/㎥ 높아졌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8일로 2015년 동기와 같았지만, 지난해(4일) 보다 2배로 늘어났다.

올해 1∼3월 국내 39개 권역을 합산한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는 86회로, 2015년(55회)과 지난해(48회)에 비해 31∼38회 급증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대기 질은 더욱 좋지 않다.

환경부 분석 결과와는 무관하게 야외활동에 제약이 있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빴던 날이 더 많았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미세먼지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수시로 확인하는 국민이 많아진 것도 이런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 못 믿겠다"…사설 미세먼지 정보 앱 설치, 수시로 체크하는 이들 늘어나

이는 정부의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세먼지(PM10)가 시간 평균 농도 150㎍/㎥를 넘겨 2시간 이상 지속하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300㎍/㎥를 넘겨 2시간 이상 지속할 때는 경보를 발령한다.

현재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라고 해도 최고치인 150㎍/㎥를 2시간 이상 넘기지 않으면 주의보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민이 대기 질 상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체계를 포함한 관리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미세먼지 관리 기준 자체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은 물론 주요국가 기준보다 더 허술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한국이 채택한 미세먼지(PM10) 관리 기준 '48㎍/㎥'을 WHO 권고 기준인 '30㎍/㎥'으로 상향하고, 전국적으로 관리 대책을 강화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 위험률을 2∼11%나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실내공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호흡기질환 걸릴 가능성 '高高'

이런 가운데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 환기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실내 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포름알데히드·곰팡이 등으로 인해 호흡기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되레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실내에서 흔히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는 독성이 매우 강하며, 공기 중 농도가 높을 경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과장에서 열린 '초미세먼지 위험성 알리기 캠페인'에서 아이와 함께 참석한 미세먼지대책촉구 네이버카페 모임 회원이 아이의 코를 풀어주고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건물을 지을 때 쓰이는 접착제나 가구 도색제 등에서 방출되는 경우가 많다. 농도 0.1ppm 이하의 포름알데히드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코·목에 자극이 오며, 농도가 0.25∼0.5ppm 수준이면 호흡기장애 환자나 천식 환자는 심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50ppm에 이르면 건강한 사람에게도 폐의 염증과 함께 현기증·구토·설사·경련 등 급성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곰팡이도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집이 오래됐거나 습기가 잘 차면 집안 어디든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실내 습도가 60% 이상인 주택은 그보다 습도가 낮은 주택보다 곰팡이가 2.7배 많다는 연구도 있다. 공기 중 곰팡이 포자는 천식을 유발할 수 있고, 민감한 사람에게 코 막힘, 눈 가려움증, 호흡 곤란, 피부 자극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내공기 오염에 따른 연간 사망자수 430만명 육박

WHO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실내공기 오염에 따른 연간 사망자 수는 약 430만명으로, 실외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인원(약 370만명)보다 오히려 더 많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면역 체계가 약한 영유아·노약자·임산부나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암 환자가 집에 있으면 실내공기 질 관리와 환기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사 등으로 인해 하늘이 뿌옇게 흐린 날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을 돌며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 땐 외출을 삼가고 창문만 닫고 지내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밀폐된 공간에 포름알데히드·곰팡이와 같은 오염물질이 쌓이면 오히려 실외보다 실내에서 호흡기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 수치가 낮은 날에는 대기 순환이 잘되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사이에 맞바람이 들어오도록 5∼20㎝ 폭으로 창문을 열고 반드시 환기를 해야하고, 에어컨·가습기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실내 습도를 40∼60% 이하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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