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만 '실종 아동'이 아니다

양원모 위키트리 기자 입력 2017. 4.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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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사무실은 마치 작은 요새 같았다.

2평 남짓한 컨테이너 한 편에 2012년부터 3년 동안 '전미찾모'가 찾은 미아, 실종자가 적힌 화이트보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전미찾모' 사무실을 찾은 여러 정치인이 "실종자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천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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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양원모 위키트리 기자 ‘개구리소년’ 26주기 취재기

[미디어오늘 양원모 위키트리 기자]

지난 13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사무실은 마치 작은 요새 같았다. 2평 남짓한 컨테이너 한 편에 2012년부터 3년 동안 ‘전미찾모’가 찾은 미아, 실종자가 적힌 화이트보드가 놓여 있었다. 사무실 벽은 미아, 실종자 신상이 담긴 전단지로 빼곡했다. 이런 전단지 묶음이 사방을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구리 소년(우철원, 조호연, 김영규, 박찬인, 김종식)’ 26주기 추도식이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열렸다. 세방골은 2002년 ‘개구리 소년’ 유골이 발견된 곳이다. ‘전미찾모’ 나주봉(59) 회장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나 회장은 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 직후 20년 넘게 범인을 쫓고 있다.

▲ 위키트리 '개구리 소년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 화면 갈무리.

(관련기사: 위키트리 '개구리 소년'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구리 소년’은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공식 수사가 끝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나 회장에게 ‘개구리 소년’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 회장은 13일 ‘개구리 소년’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관련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중에는 차마 기사에 실을 수 없는 ‘음모론’ 같은 이야기도 있었고, 여태까지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비화 같은 것도 있었다.

인터뷰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 회장이 “개구리 소년만 실종 아동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내 아동 실종 사건에서 하나의 ‘상징’ 일뿐 이외에도 수많은 아동이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 했다는 것이다.

▲ 양원모 위키트리 기자.
실종자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1991년 이후 나 회장이 찾은 미아, 실종자는 650명 정도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한 해 실종자 수와 비교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16년 경찰에 접수된 전체 실종자, 미아 신고 3만 8281건 가운데 아동 182명, 지적장애인 82명, 치매환자 21명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작년에만 3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증발한 것이다.

나 회장은 컨테이너 벽에 붙은 수많은 실종 전단을 보면서 “저 애들은 애들도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전미찾모’ 사무실을 찾은 여러 정치인이 “실종자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천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전미찾모’는 사실상 나 회장 혼자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구에서 매년 지급하는 300만 원가량 보조금을 빼면 후원도 거의 없다. 나 회장은 이 300만 원으로 실종자 전단을 뽑고, 현수막을 만들고, 사무실 운영비를 댄다.

나 회장은 2년 전 생계 문제로 ‘전미찾모’를 그만두려 했지만, 실종자 가족들 만류로 마음을 돌렸다. 현재는 보험설계사로 ‘투잡’을 뛰며 생계를 잇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택한 건 시간 제약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실종자가 생기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야 하는 그에게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보험설계사는 딱 맞는 직업이다.

곧 5월이 다가오지만, 나 회장은 5월이 싫다. 그는 “평소 미아, 실종자 문제에 관심도 없던 언론이 5월 5일 어린이날만 되면 ‘이들을 찾아야 한다’고 떠든다”고 말했다. 순간 뜨끔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 단위 행사가 많아 실종자가 급증하는 것도 걱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2016년 기준) 아동이 가장 많이 실종된 달도 5월이었다. 더구나 올해는 19대 조기 대선으로 실종 가족, 아동들에 대한 관심이 예년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 회장은 “요즘 뉴스를 보면 죄다 대선 얘기 뿐”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에게 5월은 ‘가족의 달’이나 ‘대선의 달’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잔인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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