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학리그] 계속되는 해체설, 대안은 없는 걸까?

김우석 입력 2017. 4. 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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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학리그 원년 우승을 차지한 용인대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여대부 해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대부 초대 챔피언인 용인대가 농구부를 2018년까지만 잠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극동대와 전주비전대의 해체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현재는 확실히 일단락된 상태다.  

극동대는 지난해 후반 해체라는 단어와 마주쳐야 했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인해 대학 운동부에 대한 강력한 감사가 있었고,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하에 연달아 여자 대학 농구부 해체가 학교 내부에서 논의되었던 것.

하지만 한상호 총장은 농구부가 갖는 의미에 대해 다르게 평가했고, 농구부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농구부에 관심이 많은 교수들이 의기 투합해 농구부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 극동대는 ‘대학리그 참가가 어려울 것 같다’라는 의견을 연맹에 전달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농구부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하며 대학리그에 참가 중이다.

극동대를 이끌고 있는 박대인 감독은 “한상호 총장님 이하 학교 관계자 분들의 관심과 격려로 농구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정말 큰 감사를 드린다. 성적으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다. 더욱 열심히 해서 좋은 발자국을 남겨 보겠다.”라는 인터뷰를 남겼다.

극동대와 같이 해체설을 겪었던 전주비전대 역시 현재는 해체와 무관한 상태다. 전주비전대를 이끌고 있는 고태창 감독은 “대학리그에서 참가해 너무 많은 점수차로 계속 지다 보니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학교 안팎에서 ‘학교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들이 흘러나오며 겪었던 해프닝이다. 많은 이유로 선수들 수급이 어려웠고,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이래 저래 어려운 시즌인데 다른 학교의 동업자 정신도 아쉽긴 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해체’라는 단어와 직면했던 여대 농구부 

왜 여대부는 끊임없이 해체 혹은 해체설이 나도는 걸까? 앞선 사례를 살펴보자.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농구부가 없어졌다. 모두 농구부 존속의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체 운동을 통한 팀 워크 함양, 일체감 형성 등 구기 종목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했고, 여자 대학들은 팀 운동의 장점을 이용하려 당시 구기 종목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농구부를 운영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구기 종목을 통한 팀 워크 함양이라는 장점보다는 관리에서 어려움이 더 커진데다, 여학생을 가진 학부모들이 운동 선수로서 농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확연히 줄어 들었다. 단체 종목보다는 골프 혹은 스케이트 등 개인 종목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박세리(골프)나 이상화(스피드스케이트), 김연아(피겨스케이트), 손연제(리듬체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결과로 여자 명문 대학이 세 학교(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가 차례로 해체했다. 2002년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2006년 이화여대가 팀을 정리했고, 2009년 성신여대 농구부가 문을 닫았다. 세 학교 해체로 인해 여대 농구부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고, 학부모들 관심은 더욱 줄어들고 말았다.

대학 구조조정 명분을 앞세운 관리의 문제, 그리고 줄어든 니드(NEED)로 인해 운명을 달리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들도 존재한다. 여자 선수들 직업 선택에 있어 프로화가 되기 이전에는 금융권 팀들이 즐비했다. 농구를 그만두더라도 여자에게 적합한 직업인 은행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했다. 하지만 IMF를 기점으로 많은 금융권 팀들이 해체를 결정했으며, 이 부분 역시 진로와 관련한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대학들도 농구부 운영의 이유가 줄어들기도 했다.

해체설 이후 용인대 벤치 모습

‘공부하는 운동선수’ 롤 모델, 용인대 여자 농구부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서두에 언급한 세 학교 중 두 학교(극동대, 전주비전대)는 해체를 면했지만, 용인대는 내년까지 팀을 운영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용인대 해체에는 많은 안타까움이 섞여 있다. 최근 학교 체육 트렌드 중 하나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이다. 1972년부터 약 45년 동안 지속되어 온 엘리트 체육의 폐단(은퇴 후 진로 문제, 사회경험 부족, 선수 스카우트와 관련한 비리, 선수 시절 지원과 관련한 의존적 성향 등)을 정리하기 위한 국가적인 정책이다.

용인대는 이 부분에서 롤 모델과 같은 학교다. 레저스포츠학과에 재학 중인 농구부 선수들은 대부분이 성적 장학금을 받고 있다. 약 40명 정도로 구성된 각 학년 마다 농구부 학생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것. 또, 용인대는 1999년 창단 이후 한 해에 두 번 이상은 우승을 차지하며 여대부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5년 시작된 대학리그에서 통합 우승을 일궈냈고, 계속 3위 안에 입상하며 강자로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용인대를 졸업한 선수들은 WKBL에서 활약을 하거나 은퇴한 선수들이 즐비하고 각급 학교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김성은 용인대 감독을 시작으로 방지윤 숙명여고 코치 등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 부천 KEB하나은행 포워드 백지은도 졸업생이다. 

이미 10전부터 ‘공부하는 운동선수’ 모델을 확실히 확립한 용인대는 수년 전부터 한국 학생 체육에 적용되는 새로운 모델의 선구자 역할을 해낸 것. 결과로 유도, 태권도 등 학교 내에 많은 스포츠 팀이 존재하지만 농구부를 육성 종목으로 채택해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인대는 지난해 전격적으로 농구부를 해체를 결정했다. 학내 구조 조정을 사유로 공부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농구부를 없애기로 한 것. 농구계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용인대 해체는 연이은 여대부 해체를 야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여고 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학교가 없어진다는 이유가 존재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지원이 다소 적지만, 학부모들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용인대 진학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또, 학교 체육과 관련한 국가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용인대 농구부 해체라는 결정은 아쉽기 그지 없었다.

해체와 관련해서 복합적인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앞에 내세운 이유는 학내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용인대는 농구부 이외에도 많은 종목들을 특기자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조금만 내용을 조정하면 굳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할 수 있는, 학교 체육 선진화의 표본이 된 농구부를 없애는 것에 많은 안타까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유지의 이유들, 새로운 패러다임 적용?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먼저, 한국 스포츠는 지난 해를 기점으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통합을 시작했다. 용인대가 내년까지 해체라는 결정을 뒤엎지 못한다면 농구부를 학원 스포츠의 또 다른 표본으로 만들면 된다.

현재 농구부 운영의 키워드 중 하나는 ‘특기자 제도’다. 신입생 선발 시에 특기자 TO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핵심 중 하나다.

2018년 이후 농구부가 없어진다면 특기자 제도를 통한 신입생을 받지 않고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미래 트렌드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을 농구부 속에 포함시키면 된다. 농구를 시키는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해 협회에 등록하는 부분은 학교에서 임의대로 막을 수는 없다. 고교 시절까지 농구만 해온 학생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학교 체육의 가장 큰 목표인 ‘지적·도덕적·신체적 발달을 통한 인격의 완성’이라는 정신에 정면으로 위반되기 때문이다.

특기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면 분명히 운영에 어려움을 있겠지만, 유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단 해체라는 결정은 내려진 상태지만, 어떻게든 운영은 가능하다.

용인대를 이끌고 있는 김성은 감독은 “해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정말 대략난감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나나 선수들이 많이 안정을 찾았고, 지금은 운동에 매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잠정 해체라는 아쉬운 순간을 지나고 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농구부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지금 1학년들 역시 프로 진출이라는 목표를 갖고 우리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이고, 나는 학생들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때 까지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안타까운 인터뷰를 남겼다.

현대는 마케팅의 시대다. 용인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홍보 수단을 스스로 놓치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1년 하고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 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보자.

사진 = 용인 카스, 점프볼 제공 

김우석 basketguy@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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