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1호 프로파일러'와의 작별

2017. 4. 29. 08: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북관 2층에 있는 과학수사회의실에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찰 1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경감)의 명예퇴직 순간을 함께하고자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이 마련한 자리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명예퇴직..동료들이 퇴임식 마련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선배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북관 2층에 있는 과학수사회의실에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평소 회의용으로 쓰던 탁자 위에는 간단한 다과와 케이크가 놓였다.

회의실 벽에는 '권일용 선배님 명예퇴임식'이라고 쓴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경찰 1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경감)의 명예퇴직 순간을 함께하고자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이 마련한 자리였다.

198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권 팀장은 일선 형사와 현장 감식요원을 거쳐 2000년부터 경찰 최초 프로파일러로 활동했다.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숱한 강력범죄자를 상대하며 범죄심리분석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경찰에서 통상 정년을 채우기 전 명예퇴직하는 경우 따로 퇴임식이 열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날 모인 직원들은 권 팀장을 '선배님'이라 부르며 범죄심리분석 분야를 개척한 '1호'와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함께 자리한 조종완 과학수사관리관(경무관)은 "권 팀장이 평소 묵묵히 일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퇴직한다고 하니 더 잘 챙겨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몸은 경찰을 떠나지만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과학수사에 몸담으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던 터라 많은 동료들이 눈물을 보였다. 한 후배 경찰관은 그의 약력을 읽어 내려가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짬을 내 참석한 과학수사 요원도 있었다.

이상숙 행정관은 "이제 경찰이 아닌 제2의 인생을 설계하실 텐데, 더 좋은 앞날이 기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권 팀장님과는 최면수사 분야를 함께 했던 만큼 앞으로도 관련 세미나 등에서 계속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이날 경찰관으로는 마지막으로 정복을 입었다. 명예퇴직자에게는 1계급 승진 예우가 주어지므로 그의 어깨에는 무궁화가 3개로 늘어난 경정 계급장이 달렸다. 권 팀장은 "'3초 경정'이 됐다"며 멋쩍어했다.

그간 동고동락한 동료들의 손편지가 벽면 프로젝터 화면에 동영상으로 띄워질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쳤다.

"아내가 오늘만큼은 울지 말고 오라고 했는데…"라며 쑥스러워한 그는 "주변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래에 얽매이는 것"이라며 현재에 충실하자는 짧은 고별사를 남겼다.

행사 말미에는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권 팀장이 불어 끄는 시간이 마련됐다. 촛불은 경찰을 떠나 '첫발'을 딛는다는 뜻을 담아 1개를 꽂았다.

pulse@yna.co.kr

☞ 최정윤 남편이자 이랜드 부회장 장남 구속…주가조작
☞ 심상정 "말 안 섞으려 했는데", 홍준표 "나도 얘기하기 싫다"
☞ '성추문' 시달린 방송사 "여성 CEO 물색 중"
☞ "30 넘은 여자가 스스로 싱싱한 줄 안다"…폭언 교수
☞ '엄태웅 성폭행 무고' 여성, 반성 않더니 결국…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