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17. 4. 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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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습니다 이토 다카시 지음, 안해룡·이은 옮김, 알마 펴냄

“‘내가 죽으면 와줄 거냐’고 심미자 할머니가 물은 적이 있었다.”

궁금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에 충격을 받아 취재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심경을 밝혔던 ‘일본인’ 포토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30년이 넘도록 남한과 북한, 필리핀, 중국 등을 다니며 끊임없이 기록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 책에 실린 담담하지만 울림이 큰 사진과 생생한 증언은 이 궁금증에 힌트를 주고 있다. 바로 ‘증거’다.

과거와 마주하지 않으려는 일본에게 자국인 저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했다. 다시금 전쟁의 길로 가려는 일본에게 역사를 직시하게 하고, 자신이 만났던 피해자들의 증언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만난 피해자들 가운데, 세상을 떠난 남한 여성 9명, 북한 여성 11명의 증언과 사진 르포르타주를 담았다.

민주언론, 새로운 도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지음, 검둥소 펴냄

“우리는 진정한 여론 없이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모든 사람들의 호응과 지원을 기대한다.”

1984년 12월19일 서울 장충동 베네딕토수녀원 피정의 집에 100여 명이 ‘잠입’했다. 송건호·김인한·최장학·김태홍· 김승균 등 해직 언론인과 문익환·백기완·김근태 등 재야 인사였다. 이들은 종이에 먹물로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창립총회’라고 써 붙였다. 그렇게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첫발을 뗐다.

민언련은 1985년 6월 시사 월간지 <말>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듬해 9월 민언련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말> 특집호를 냈다. 2만2000부가 모두 팔렸고 나중에는 복사본까지 돌았다. 민언련의 씨앗은 해직 기자들이 뿌렸다. 34년간 돌보고 키운 건 바로 회원들이었다. 전두환씨가 최근 펴낸 ‘회고록’이 얼마나 가짜 역사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김건우 지음, 느티나무책방 펴냄

“김수영의 ‘김일성 만세’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시는 언론 자유 문제를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누구인가. 일부 진보 세력은 친일파를 지목한다. 보수 세력 또한 이를 부정하지 못한다. 다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일제 말 학병 세대에 주목했다. 태평양전쟁에 강제징집을 당한 전력으로 ‘친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일제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세대. 특히 그들 다수는 근대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인 서북지역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 한국전쟁기에 월남했다. 반공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대한민국의 협소한 이념적 지형 속에서 좌파 언저리까지 서성거렸다.

장준하, 김준엽, 지명관, 서영훈, 백낙준, 장기려, 선우휘, 김성한, 양호민, 지학순, 조지훈, 김수영, 함석헌, 강원용, 문익환…. 이 책은 그들이 진정한 ‘우익’으로 대한민국에 아로새긴 역사를 복원해낸다.

슈퍼허브 산드라 나비디 지음, 김태훈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최상위 1%의 부가 곧 나머지 99%의 부를 넘어설 것이다.”

복잡한 금융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세계 금융 시스템의 최정점에 앉은 지배자들(‘슈퍼허브’)을 분석하는 것이다. 슈퍼허브들이 어떻게 엄청난 부와 권력을 획득했고 현실의 금융 시스템을 조종하고 있는지 파헤쳤다. 이들의 권력 행사 방식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세계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글로벌 최상위 80명이 최하위 36억명과 같은 규모의 재산을 갖고 있는 세상이다. 슈퍼허브들은 금융 시스템에 적응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다. 변호사이자 금융 전문가인 저자 역시 슈퍼허브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저작에 필요한 내부자 정보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취재할 수 있었다.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는 없어. 우리는 더 대단한 일을 했어.”

삶이 불러일으키는 질문들이 있다. 인생의 한 국면에서 만나게 되는 결혼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을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체 결혼이란 뭘까.

소설은 첫눈에 사랑에 빠져 영원을 약속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남편 로토의 관점(‘운명’)과 아내의 마틸드의 관점(‘분노’)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세상 모든 이야기와 관계는 서로 다른 측면과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소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차이를 만들어낸 사회적이고 존재론적인 조건을 탐구하는 데까지 밀고 나아간다.

저자는 “페미니스트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게 만드는 권력 구조를 인식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 소설을 페미니즘 소설이라 부를 수 있다”라고 말한다.

디지털 중독자들 베르트 테 빌트 지음, 박성원 옮김, 율리시즈 펴냄

“모든 혁명은 환희와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저자는 15년간 인터넷 의존증을 연구해온 독일 출신 정신과 의사다. 블록마다 PC방이 있지도 않고 아기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놀지도 않는 자국 대신 저자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은 “인터넷 의존증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고, 최초로 전염병처럼 퍼져나간 나라”로 소개된다.

책에 소개된 임상 사례를 보면 이 ‘전염병’은 점점 고약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리적 제약도 없앴다. 일각에서 상찬해 마지않는 디지털 원주민(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세대)들은 우울증·ADHD 따위를 얻는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중독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발 빠른 대응도 한국이 독일 학계에서 주목받은 이유라고 적혔다. 관련 업계와 미디어에서 십자포화를 퍼붓는 바로 그 규제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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