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순형, 중거리슛 고수의 비결

김정용 기자 2017. 4. 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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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5골 8도움이요."

권순형은 지난해 자신이 기록한 골과 도움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 3개 정도 골과 도움을 기록하는 것이 고작이던 선수가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5와 8`은 권순형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짧은 요약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권순형의 플레이는 여전하다. 제주는 현재까지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각각 한 번씩 패배했는데 모두 권순형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경기였다. 리그 최강을 노리는 제주에서 보이지 않는 기여도가 큰 선수다. 물론 보이는 기여도 역시 크다. 권순형은 이번 시즌에도 아직 초반인 가운데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두 골 모두 아래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대로 인스텝으로 때린 중거리슛이었다.

`풋볼리스트`는 4월 초 권순형과 서귀포 현지에서 인터뷰를 나눴고, 장쑤쑤닝 원정을 다녀온 27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가졌다. 권순형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제주 미드필드는 발전한다

많은 선수가 바뀌었고 미드필드도 마찬가지예요. 작년까지는 (송)진형이와 호흡을 많이 맞췄고, 그 다음이 작년에 온 (이)창민이었어요. 올해 (이)찬동이가 들어온 뒤 수비적으로 더 단단해진 것 같고 호흡도 잘 맞아요.

제 역할이요? 경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패스 연결을 하면서 미드필드에서 가장 많이 뛰어줘야 하는 위치거든요. 보이지 않게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더 잘 감당해야 할 것 같아요.

찬동이는 다 아시겠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도 파이터형이고, 상대 공격이 우리 수비수들에게 바로 넘어가지 않도록 끊어주는 역할 많이 하고 있고요. 저는 약간 더 위에 위치해서 경기를 조율하거나 연결하는 역할을 많이 맡고 있고. 창민이는 조금 더 앞선에서 공간으로 뛰어주기도 하고 연결고리고 되기도 하고 결정을 짓기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우리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은 딱딱하게 정해진 게 없어요. 상황에 맞춰서 움직여요. 한 명이 측면에 쏠려 있으면 반대쪽을 다른 사람이 지키자, 라고 약속을 하는 거죠. 윙백이 오버래핑한 자리도 미드필더가 커버할 수도 있고, 스토퍼가 커버하면 그 자리를 미드필더가 또 커버할 수도 있고. 유기적으로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제주와 함께 부활

2009년 강원에서 프로 데뷔하자마자 어려움부터 겪었죠. 신생팀이라 지는 횟수가 많았고, 같은 포지션에 (이)을용이 형과 오하시 마사히로 같은 베테랑이 있어서 뛰기도 힘들었고, 축구 수준도 갑자기 높아졌고요. 첫 팀이고 고향 팀이라 더 잘하고 싶었는데. 제주에 왔을 땐 좋았어요. 2012년이었는데 진형이와 짝을 맞춰서 재밌는 축구를 했죠. 지금과 비슷한 축구 스타일이요. 제 기억에 시즌 40경기인가 뛰었을 거예요.

그런데 1년 동안 잘 나간 뒤 문제가 생겼죠. 2012년에 체력 소모가 많았고, 잘 쉬는 대신에 운동을 많이 했어요. 욕심이죠. 2013년 초에 연골이 파열되더라고요. 그래서 경기 감각을 잃었고, 회복 후엔 새로 영입된 윤빛가람 선수 등에게 밀렸고. 그 뒤에 군대에 다녀왔죠.

부상으로 고생하던 시절에 조성환 감독님이 코치셨는데, 제가 몸 만드는 걸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떻게 도와줬다는 건가요?) 음, 그게, 훈련량으로… 훈련을 아주 많이 시켜주셨죠…. 죽을 정도는 아니었고요, `이게 더 건강해지는 거야`라면서 많이 시키셨죠. 그리고 상주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훈련량을 늘려서 몸을 잘 만드니까 확실히 점점 괜찮아지는 걸 느꼈어요.

작년에도 제가 주전이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어요. 백지 상태로 시작한 거죠. 동계훈련 부터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죠. 올해 뭔가 걸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제 모든 걸 다 걸었죠. 축구에만 진짜 집중하려고 했고. 그걸 감독님이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성실하게.

#골 넣는 미드필더

우리 팀은 작년에도 골과 도움이 많이 분산됐어요. 감독님은 모든 선수가 공격 상황에서 슈팅이든 크로스든 적극적으로 하길 원하세요. 그래서 다들 자신감 있게 시도를 하는게 공격 포인트 분포도가 퍼져 있게 만들어요.

제 중거리슛도 작년에 갑자기 늘어났죠. 프로 입단 이후 일년에 한 골 정도 넣는 추세였는데 상주상무 입단하면서 많이 넣기 시작했고(당시 2시즌 동안 4골) 그 이유가 상주 시절 파트너는 이호, 김성환, 최현태 등이었는데 저보다 수비적인 선수들이거든요. 편하게 공격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런 슈팅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올해도 찬동이 덕분에 마음 놓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 같고요.

예전에는 기회가 와도 `아 때릴까말까` 망설였는데 지금은 과감하게 때리려는 편이죠. 아마추어 때도 골을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제 생각에는 제주 동료 중에 공격력 좋은 선수가 워낙 많다보니까 분산이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슈팅 찬스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동료들 덕분에.

요령이요? 힘을 너무 주면 오히려 볼이 벗어나더라고요. 그냥 갖다 맞춘다는 생각으로 많이 때리는 것 같아요. 저는 인스텝으로 주로 때리는 편이고요. 흘러나오는 볼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땅 많이 푸고 그래요.

#뛰어난 플레이메이커가 되기 위해

저는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선수도, 빠른 선수도 아니라서 생각의 속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그래서 간결하게 볼처리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팀 템포가 빨라지고 매끄러워지기 때문에. 미리 상황 인식을 해 놔야 되죠. 그게 생각의 속도인 것 같아요. 축구는 모든 상황이 다 다르니까 순간순간에 맞는 플레이를 해야 되는 거니까요.

장거리 패스 연습을 많이 해요. 훈련 끝나면 주로 백동규 선수를 남겨놓고 킥 연습을 해요. 예전부터 룸메였는데 제가 잘 부려먹는 후배라서. 패스 축구는 동료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동료 선수가 어떤 성향인지, 공간에 줘야 하는지 발밑에 줘야 하는지 구분해서 패스를 해야 돼요. 에를 들어 (안)현범이는 공간으로 줘야죠. 현범이에게 패스하는 건 편해요. 빠르니까 잘 받아주거든요.

#경기 중 쾌감을 느낄 때

좋은 호흡으로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을 때. 그럴 때 관중들도 희열을 느끼고 탄성을 지르시잖아요? 개인으로서 하는 플레이가 아니고 팀으로서 만드는 플레이잖아요. 그럴 때 쾌감은 골과 비슷해요.

올해 경기 중 예를 들자면 전남전이었던 것 같은데. (박)진포가 오버래핑 나갈 때 제가 패스를 띄워서 해 줬는데 그 다음 크로스를 통해서 골이 들어갔거든요. 그런 장면 나올 때 굉장히 희열을 느끼죠. 제 어시스트로 기록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AFC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우승

국제 대회는 처음이에요. 힘들긴 하지만 못해먹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요. 잘 회복해서 다음 경기 준비해가며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금이 우리 팀에 중요한 시기잖아요. 매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장쑤전(25일, 2-1 승) 하프타임 때 (김)원일이가 그러더라고요. 저희는 하프타임에 나가기 직전 선수들끼리 짧은 미팅을 하는데, 원일이가 `작년부터 제주에 있었던 선수들 작년 생각 좀 해 봐라. ACL 나가려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지금 떨어지면 너무 아깝지 않냐`라고 했어요. 다들 같은 마음가짐이었고, 결국 역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어느 대회든 우승을 좀 하고 싶어요. 선수로서 우승한 적이 없어요. 공격 포인트나 개인상 같은 건 다른 선수들이 다 해도 되니까 우승 좀 했으면 좋겠어요. 작년에도 비슷했어요. ACL에 나가자는 간절함이 있으니까 결국 이룰 수 있었거든요. 올해도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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