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세요? 그러다 법정갑니다

황국상 기자 2017. 4.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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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선거지원단 동행취재기] 보기싫다고 벽보찢고..'00 후보는 빨갱이' 가짜뉴스 퍼나르고..선거법 위반은 무조건 정식재판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공정선거지원단 동행취재기] 보기싫다고 벽보찢고…'00 후보는 빨갱이' 가짜뉴스 퍼나르고…선거법 위반은 무조건 정식재판]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어제 관내에서 모 후보의 얼굴을 커터칼로 길게 그은 선거 벽보가 발견됐습니다. 담배불로 특정 후보의 눈동자만 지져서 구멍 낸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이 안 잡힐 거라고 생각하고 저지르는 일들인데 저희가 잡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다 잡아냅니다.”

서울 은평구 선관위에서 공정선거지원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 A씨는 “선거 벽보 훼손은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 지는 엄연한 범죄”라며 “과거에는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에만 의존해야 했지만 지금은 골목마다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어렵지 않게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각지 3100명의 공명선거지원단, 선거법위반 예방·단속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19대 대통령 선거를 15일 남겨둔 지난 24일 공정선거지원단 동행취재를 위해 서울 은평구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를 찾았다. 응암동 임시사무실 한 켠에는 훼손된 선거 벽보가 둘둘 말려 있었다. A씨를 비롯한 은평구 선관위 산하 공정선거지원단원이 전날 밤 시민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수거한 벽보다.

공정선거지원단은 공직선거법이 선거부정 감시·예방 등을 위해 각급 선관위에 설치토록 규정한 조직으로 과거의 ‘선거부정감시단’의 명칭이 바뀐 조직이다. 은평구에서 활동하는 27명을 비롯해 전국 각지 지원단원의 수는 3100여명에 달한다.
은평구 관내에만 499곳에 대선후보들의 사진이 담긴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비바람에 선거 벽보가 훼손되는 경우가 다수이나 여전히 술에 취해서, 또는 내가 싫어하는 후보의 얼굴이 보기 싫다는 등 이유로 벽보를 훼손하는 행위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왜 내 집에 함부로 선거 벽보를 붙였냐”며 선거 벽보를 훼손했다가 체포된 미국인 영어강사의 경우는 일반시민이 부지불식간에 범법행위를 저지른 대표적인 경우다.

은평 공정선거지원단의 B팀장은 “과거만 해도 관에서 벽보를 붙였다고 하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벽보로 인해 내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홧김에 담장 벽보를 마구 훼손해 버리는 것은 엄연한 범법행위”라며 “벽보부착 위치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동사무소, 선관위 등을 통해 민원을 정식으로 제기해서 벽보를 옮겨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벽보훼손, 선거공보물 무단수거 등 법령인지 못한 위반행위 ‘여전’

그나마 과거에 비해서는 선거 관련 법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져서 악의적인 벽보훼손 행위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단원들이 비바람으로 떨어지거나 훼손된 벽보를 바로 잡으려고 손을 대면 선관위 관계자인 줄 모르던 일반시민들이 ‘벽보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냐’며 항의할 정도로 선거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일들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폐지를 수집해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우편함 옆에 쌓여 있는 선거공보물을 모아 폐지업체에 넘기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은평구 공정선거지원단원 C씨는 “선거공보물은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 법이 정한 홍보물”이라며 “공보물이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는 비록 고의가 아닐지라도 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금품 살포나 향응제공 등 선거와 관련한 과거의 악습들은 이번 대선에서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국회의원 등 선거의 경우 후보자들이 많은 만큼 선거운동도 과열되기 십상이고 후보자들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들도 후보자 수에 비례해 많아진다. 그만큼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고 적발되는 건수도 많았다.

이에 비해 대통령선거는 후보의 당락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선거과열도 덜하고 부정행위의 빈도도 낮다는 평가다.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선거를 치러온 각 정당 차원에서도 선거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상당히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과거에는 후보자나 선거운동본부 관계자가 유권자를 모아놓고 향응을 제공한다는 제보가 오면 식당 근처에 잠복하고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곤 했지만 최근엔 그러한 경우는 많이 줄었다”며 “선거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악질적인 부정행위는 그만큼 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혜화동 서울시 선관위에서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원들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인터넷 게시물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현재 약 250여명이 활동하는 사이버지원단에는 사이버수사 전문가,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로스쿨 출신 위법성 검토요원 등이 포진해 있다. /사진=황국상기자


◇사이버공간 선거법 위반행위 급증…5년새 4.3배

현실 공간에서 선거법 위반 행위는 줄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급증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8대 대선이 끝난 이후 지난 25일까지 약 4년4개월간 사이버공간에서의 선거법 위반 적발 건수는 3만1079건으로 2012년 제18대 선거 기간(2007년 12월~2012년 12월) 적발된 건수(7201건)의 4.3배에 달했다.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및 후보자 가족 등 비방, 지역·성별 비하 및 모욕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된 건수만 벌써 20건으로 지난 18대 대선 전 기간에 걸친 사이버 위반행위 고발 건수(10건)의 2배에 이르렀다.

‘모 후보는 빨갱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다거나 ‘모 후보의 국적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게시물을 뿌린다거나 개인 블로그에 특정 후보의 치매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4월17일~5월9일, 22일간)이 10여일 이상 남은 만큼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사이버공간에서의 선거운동은 더욱 치열해지고 위반 건수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2014년 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선거범죄 대응센터’를 통해 24시간 2500여 주요 사이트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위법게시물을 조기 포착해 조치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서울시 등 전국 광역시·도 단위의 선관위에서도 인터넷정보 검색요원, 로스쿨 출신의 위법성 검토요원, 데이터베이스 분석 요원 등 총 250여 명으로 구성된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해당 게시물의 위법성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게시자나 게시판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삭제요청, 경고 등 조치가 취해진다. 위법성 정도가 클 경우 게시자에 대한 출석요구 등을 통해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 시 통신자료 요구, 디지털포렌식 등 과학적 조사기법을 적용한 후 고발 등 조치를 내린다.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선관위 산하의 공정선거지원단원들이 바람 등에 훼손된 선거벽보를 바로잡고 있다. 훼손된 선거벽보는 대부분이 비바람 등에 의한 것이지만 여전히 술김에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라는 등 이유로 선거벽보를 훼손하는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선거벽보 훼손은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진=황국상기자


◇“선거법 위반행위는 무조건 정식재판行, 각별한 주의 필요”

서울 선관위 사이버 지원단을 담당하는 서혜민 계장은 “사이버공간에서의 정보유통량이 많은 데다 유통속도 역시 빨라지면서 위반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보를 우연히 가짜뉴스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그것을 사실이라 믿고 의도치 않고도 법 위반을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부지불식간에 저질렀다 하더라도 선거법 저촉행위는 무겁게 단속된다. 법무법인 화우의 홍경호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행위는 그 정도가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무조건 정식재판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위반자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다”며 “음주운전이나 단순폭행 등이 구약식(약식명령 청구)을 거쳐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를 납부하면 끝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후보자나 선거운동본부의 경우 미등록 선거운동원에 대한 급여지급 등에 대한 문제가 가장 잦다”며 “일반 유권자의 경우 허위사실 공표나 후보자 비방 등 사이버공간에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저지르는 행위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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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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