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의 스피드, 키예프를 휘저었다

2017. 4. 2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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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평가받아왔던 기동성으로 유럽 강호들 침몰시켜
(서울=연합뉴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헝가리에 역전승을 거두고 거침없는 3연승을 달렸다.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으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었다. 샷하는 신상훈. 2017.4.26 [하키포토 임채우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헝가리전 역전골에 이어 슛아웃까지 이어진 우크라이나와 혈투에서 마침표를 찍은 신상훈(24·안양 한라).

그는 키 170㎝에 체중은 78㎏으로 체구가 무척 작은 편이다. 하지만 순간 스피드에서 그를 따라올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아시아 특유의 기동성과 조직력으로 일을 냈다.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3승 1연장승 1패, 승점 11점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꿈에 그리던 월드챔피언십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랭킹 23위인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16위), 오스트리아(17위), 헝가리(19위), 폴란드(20위), 우크라이나(22위) 등 총 6개국이 출전했다.

이중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한국은 역대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를 통틀어 최악의 대진으로 평가받은 이번 대회에서 강등만 면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딛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톱디비전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2014년 7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백 감독은 단점보다는 우리가 가진 장점에 주목했다.

특히 스피드를 높이 샀다. 백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스케이트를 잘 타고 빠르다. 선수들도 야무지다. 기술적으로도 이 정도면 됐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스피드에 체력을 덧입혔다.

그 결과는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카자흐스탄을 5-2로 격파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카자흐스탄은 1부 리그 승격을 겨냥해 9명을 귀화시키는 등 이번 대회에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나섰다. 그중 북미 출신 5명 중 4명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한국 귀화 선수 중엔 브라이언 영이 NHL 17경기, 알렉스 플란트가 10경기를 뛴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스피드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뛰어난 팀들은 퍽을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처넣는 것)한 뒤 상대 진영에서 퍽을 돌리며 작은 팀들의 힘을 빼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퍽을 돌리다가 열린 찬스에서 득점하는 것이 일종의 득점 공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카자흐스탄이 덤프해도 재빨리 움직여 퍽을 걷어내며 상대의 전략을 무력화시켰다. 그런 뒤 빠른 역습으로 나섰다. 덩치가 큰 카자흐스탄 선수들은 한국의 스피드를 따라오지 못했다.

예전에는 이처럼 퍽을 빼앗은 뒤에도 '보디체크'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백 감독으로부터 세부 전술을 익힌 선수들은 상황마다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선수들이 알고 있었다. 조직적인 공격 전개가 가능해진 것이다.

3-1 역전승을 거둔 헝가리전에서도 한국은 3피리어드 빠른 역습 과정에서 역전골과 쐐기골이 터져 나왔다.

신상훈이 퍽을 덤프한 뒤 백 보드에 튕겨 나온 퍽을 그대로 슬랩샷으로 연결한 장면이나 신상우가 2대 1의 기회에서 넣은 쐐기골도 결국에는 '달리기 시합'에서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격 진영에서도 한국은 2~3명의 선수가 순식간에 압박에 나서 퍽을 빼앗아낸 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오픈 기회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탁월한 스피드는 일대일에서 상대를 제치는 능력이 떨어지고 수비진이 약하다는 단점을 메우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한 것은 체력이었다. 지난 2년에 걸쳐 여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을 다진 한국은 3피리어드 내내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3피리어드 역전극이 유독 많았던 이유다.

김상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만의 장점인 스피드와 순간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한국은 장점인 스피드로 난공불락의 상대로 여겨졌던 팀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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