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내민 10억달러 '사드 청구서'

[경향신문] ㆍ로이터 회견 “FTA는 재협상 또는 종료”
ㆍ“사드 비용 한국 부담 통보”…대선정국 안보 논란 거세질 듯
ㆍ국방부 “한국은 부지 제공, 운용·유지 미국 부담 변함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1조1300억원 상당 비용을 한국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한국이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끔찍하다”며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협정 폐기까지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우리가 (한국을) 보호하고 있는데 왜 10억달러를 내야 하나”라며 “한국이 내는 것이 적절할 거라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 ‘10억달러’를 5번이나 반복하며 강조했다. 그는 “그것(사드)은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굉장한 장비다. 미사일을 하늘에서 바로 격추한다”고 말했다. 한 익명의 전직 국무부 관리는 로이터에 “사드 비용은 12억달러(1조4000억원)로 추산되지만 미국은 사드를 한국에 팔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가 만든,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라며 “한국에는 좋은 협정이지만 우리에겐 형편없는 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협상 시점에 대해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손본 후 (한·미 FTA) 재협상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협상 방침은 “바로 곧, 지금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는 NAFTA보다 폐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해 “분명 북한과 심각하고, 심각한 충돌로 가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공영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것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틸러슨은 다만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며 “올바른 의제란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 몇 년간 멈췄다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완전한 핵 폐기가 의제일 때 대화가 성사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