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규정상 '비용 지불' 근거 없어..부채의식으로 'FTA 개정' 등 얻어낼 의도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17. 4. 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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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를 한국 측이 부담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은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전반적 한·미동맹 유지 차원에서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드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배치를 결정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사드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미국은 사드 포대를 들여와 운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한 비용은 추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정산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한국이 돈 내고 사드 포대를 구입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주고 싶어도 지불 근거가 없기 때문에 줄 수가 없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드 배치 비용을 전적으로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근거도 없는 ‘가욋돈’을 한국에 요구하는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한국 방위를 위해 이처럼 많이 기여하고 있으니 한국이 이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함께 거론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물론 국방예산 증액, 한·미 FTA 개정 등을 강력히 요구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다음달 출범하는 한국 차기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국 내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드 배치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들이 사드 배치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한 외교소식통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고 일부 국민들이 신앙처럼 맹신하고 있는 사드의 실체가 밝혀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일 뿐 아니라 한국의 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국가 관계라면 엄중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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