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끔찍한 협정" 한·미 FTA 첫 폐기 거론..무역적자 해결 압박 전략인 듯

이효상 기자 입력 2017. 4. 28. 22:57 수정 2017. 4.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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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부 “FTA 관련 미국 측 공식 요청은 없어”…발언 취지 확인 작업
ㆍNAFTA 재협상 주시…트럼프식 협상 전략에 “폐기 맞불” 주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끔찍한 협정”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종료’를 언급한 데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압박 수위를 높여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전략”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호들갑스러운 대응으로 트럼프식 협상에 말려들기보다는 차분히 다음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미 FTA 종료’로 맞받아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미 FTA와 관련해 그동안 “개정” “논의 재개” 등 발언으로 ‘재협상’에 대한 운을 지속적으로 띄워온 트럼프 행정부가 ‘종료’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이 사실이 전해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정부에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미국 측의 공식 요청은 접수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온 만큼 앞으로도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미국 측에 설명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종료’를 처음으로 언급해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과 맥이 일치한다.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앞으로 한·미 FTA 개정(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한·미 FTA 개정 논의와 관련해 “한국과 잠재적으로 재개하는 것(potentially reopening)”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을 조급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트럼프의 인식을 유추해보면 한·미 FTA를 고치는 게 목표라기보다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미 FTA의 어떤 조항이 문제가 되어서 미국의 어떤 부문이 타격을 받는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미국의 일자리를 줄였다”거나 “무역적자를 심화시켰다”는 수준의 언급만을 반복하고 있다. 무역적자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무역불균형 시정에 관한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가 무역적자에 대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6월 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현재 트럼프는 캐나다, 멕시코와의 NAFTA 재협상을 통해 트럼프 FTA 모델을 만드는 중”이라며 “미국이 구체적인 전략을 만들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한국은 NAFTA 재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음에도 미국이 압박을 이어가는 기저에는 트럼프식 협상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중국의 무역흑자와 환율조작 의혹을 지적해왔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에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유보하며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을 끌어들였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한번 양보하면 트럼프가 또 다른 조건을 내걸 수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하면 같이 폐기하자고 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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