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과 야유 속 챔프전을 달군 '이정현-이관희'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사진 오른쪽)이 28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서울 삼성 이관희를 앞에 두고 패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이정현(안양 KGC인삼공사)과 이관희(서울 삼성)는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이 됐다. 그들이 공을 잡을 때만큼 코트가 뜨거워지는 시간도 없다.

지난 안양 2차전에서 이정현과 충돌 이후 그를 강하게 밀쳐 퇴장 조치된 이관희가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소화하고 코트에 돌아왔다. 28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4차전 1쿼터 도중 그가 교체 투입되자 삼성 홈 팬은 한 목소리로 이관희를 연호했다.

그러나 이관희가 공을 잡자 야유 소리도 들려왔다. 관중석 한쪽 사이드를 가득 채운 KGC인삼공사 팬의 목소리였다. 지난 3차전과 마찬가지로 이정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삼성 팬의 야유 소리가 나왔다. 그럴 때마다 KGC인삼공사 팬들은 목소리 높여 이정현의 이름을 외쳤다.

삼성은 경기 초반 KGC인삼공사의 기세에 밀려 연속 10득점을 허용했다. 2-10으로 뒤진 1쿼터 중반 이상민 삼성 감독은 김태술과 임동섭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주희정과 이관희를 투입했다.

금세 경기 양상이 바뀌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연속 4득점을 올렸고 이관희가 돌파 후 레이업을 성공시켰고 슛동작 반칙까지 얻어냈다. 그러자 뜨거운 응원 소리가 체육관을 뒤덮었다. 삼성은 기세를 몰아 13-12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두 선수는 주요 승부처에서 매치업을 펼쳤다. 몸싸움은 격렬했지만 우려했던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반칙을 하면 심판을 향해 손을 들어 인정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두 선수는 이미 3차전을 앞두고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이관희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해 해서는 안 될 파울을 했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희의 수비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그를 강하게 밀쳤던 이정현 역시 "그런 파울을 한 데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신경전을 펼치는 대신 경기에 집중했다. 3차전에서 9득점에 머물렀던 이정현은 다시 공격의 중심에 서서 14점 5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분전했다. 이관희는 5점 4리바운드 1스틸을 올렸다. 기록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허슬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은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82-78로 승리해 3차전 패배를 만회하며 2승2패 균형을 이뤘다. 이제 두 팀은 오는 30일 안양실내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5차전을 치른다.

이정현이 더 많은 응원을 받을 곳이고 아마도 이관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야유를 받을지 모른다. 두 선수의 매치업에 대한 관심은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4차전을 통해 경기에만 집중하는 두 선수의 매치업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잠실=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