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10년대계 만들자]⑤ 돈버는 '기업가 정신'에서 해법 나온다..국내 특허 연평균 200건 돌파

황민규 기자 2017. 4.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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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는 2013년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에서 대학생 대상 강연회에서 “중국 사람들이 미세 먼지로 고통받아 큰 불평을 한다"면서 “불평을 기회로 여기고 해결하려는 사람은 성공하지만, 불평만 잘하는 내 동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미세먼지 해결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창업자가 정부 차원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의 혁신을 통한 미세 먼지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개발자인 김지홍 LG전자 주임, 정순기 LG전자 책임. / LG전자 제공

실제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내 IT 기업 및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도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혁신 기술을 찾는 민간 기업에서 미세 먼지 해법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공기청정기 시장은 2000년대 초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후 중국, 한국 등에서 수요가 늘며 최근 3년간 성장률이 1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후 공기청정기 시장이 지난 2014년 5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140만대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시장은 올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된다.

◆“밤새도록 고기 구워 미세먼지 측정”...삼성·LG, 미세먼지 공략 총력전

실내에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공기 청정 기술이나 첨단 공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이를 원천 차단하는 공조시스템 구축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등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공기의 질을 최적화하는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 성능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대기 중 미세먼지를 자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공기순환'까지 고려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 첫 결과물이 올해 출시된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다. 이 제품은 360도 구조로 설계한 흡입구와 토출구를 각각 적용해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실내 공간의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공기청정기에 적용해 실내 공기 상태, 사용자 습관에 따라 최적의 옵션을 학습해 바람 세기 등을 조절하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실제 올해 내놓은 에어컨 제품군에도 실내 공기 상태가 안 좋으면 자동으로 공기청정을 작동하는 기능이 실험적으로 적용됐다.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의 개발자인 정순기 책임은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실생활 테스트 환경을 만들어놓고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고기를 구웠을 때 입자가 어찌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밤새 고기를 굽기도 하고 된장찌개를 끓여보기도 했다"며 "다양한 환경에서 측정한 실내 공기 오염도를 토대로 완벽한 청정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이미 판매 중인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과제로 인공지능을 접목한 공기정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실내 공간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인공지능으로 대기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컨디션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미세먼지 측정의 정확도를 향상하기 위해 센서의 성능뿐만 아니라 센서가 수집한 정보의 분석능력 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코웨이 유구공장 생산라인. 대형 가전업체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가전업체도 미세먼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코웨이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료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4월부터 7월까지 12주간 공기청정기 사용이 호흡기 질환과 실내 공기 질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공기청정기 제품을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 올해는 국내 병원과 미세먼지가 피부 관련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 “1조 넘는 공청기 시장, 우리도 노린다”...중고·중견 가전업체도 합세

대유위니아, SK매직 등 공기청정기나 청소기 제품을 판매하는 가전 기업뿐만 아니라 웨어러블형 미세먼지 제거기술 등 이색적인 신기술로 미세먼지 해결에 나선 중소 및 스타트업 기업들도 눈길을 끈다.

대유위니아는 연구개발 인력과 제품군을 확대한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미세먼지 이슈가 많다 보니 대유위니아에서도 연구개발 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전반적으로 공기청정기 수요도 늘어나 현재 3개인 공기청정기 제품 라인업을 추가로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유위니아는 오프라인 현장판매원끼리 서로 '미세먼지 스터디'를 꾸려 소비자에게 미세먼지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 노력도 하고 있다.

SK매직은 SK텔레콤 등 SK 내 관계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 AI가 탑재된 공기청정기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앞으로 AI 기능을 더욱 강화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SK 관계사들과 협업해 포괄적인 홈케어 시스템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웨이(021240)는 미세먼지 등 실내 공기 질 이슈에 발맞춰 각 집안 공기 질에 따라 공기 순환을 다르게 하는 ‘에어 다이나믹스 테크놀로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교원웰스는 공기청정기 판매 비중을 20%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잡고 공기청정기 라인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세먼지 특허 연평균 200건 돌파…”정부, 미세먼지 기초 자료 공개하면 민간 혁신 더 활성화할 것”

공기청정기로 대표되는 미세먼지 가전 시장에서 침구청소기로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업체도 있다. 레이캅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각해진 작년과 올해는 예년보다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며 “침구 미세먼지 제거와 관련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무브가 특허출원한 ‘넥밴드형 에어 블로워’ / 텍스트무브 제공

미세먼지 관련 이색 특허도 눈에 띈다. 컴퓨터 주변기기와 스마트 액세서리 제조업체인 텍스트무브는 지난해 8월 ‘넥밴드형 에어 블로워’를 특허출원했다.

텍스트무브 측은 “제품을 목에 착용하는 형태로 제작해, 정화된 공기를 사용자의 얼굴 주변으로 분사하거나 마스크로 직접 공급해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해당 특허를 설명했다.

김진환 텍스트무브 대표이사는 “미세먼지가 대세로 떠오른 만큼, 실용화할 수 있으며 휴대성을 강조한 공기청정 제품을 내놓고 싶었다”고 특허출원 이유를 밝혔다.

조선비즈가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에 등록된 특허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술 특허 출원이 10년 전 연간 27건 수준에서 매년 급격히 증가해 2015년 이후로는 연간 평균 200여 건 수준 출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미세먼지 시장을 첨단 기술로 선점하려면, 정부가 보유한 미세먼지와 관련한 데이터를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자료보다, 정부가 주도해 미세먼지 관련 세부적인 자료를 민간 기업에 제공한다면 공기청정 관련 연구개발이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고급 필터 개발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세먼지 추가 대책을 언급하며 아직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미세먼지 기준과 수치 측정 방법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를 표기하는 방법이나 공기 환경을 측정하는 기준 등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기준이 명확하면 연구개발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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