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밀착 경호·24시간 '갑호비상'..대선 앞둔 경찰의 숨가쁜 23일

이현진 2017. 4. 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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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선거상황실 가동
각 후보당 인력 10~30명이 총리 등 4부요인급 '을호' 경호
자택 경호에 지방 일정때도 동행
늘어난 사이버 범죄 철처 차단, 자체적으로 3만여건 삭제
투표함 이송·훼손방지 임무도 개표 완료때까지 '비상 대기'

[ 이현진 기자 ]

Getty Images Bank


28일 오후 4시께 서울 상암동 MBC경영센터 주변에 사복 경찰관이 몰렸다. 대통령 선거 후보 경찰경호팀의 ‘선발대’다. 이날 오후 8시에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2차 토론회에 앞서 치안 상태를 점검하러 온 것. 이들은 후보가 차에서 내리는 지점부터 녹화 장소까지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경찰특공대 탐지견도 동원돼 폭탄 등 위험물질 검색에 나섰다. ‘이상 없음’ 판정이 나면 외부 출입 통제가 시작된다. 토론회 시간에 맞춰 후보가 도착한 뒤부터 밀착 경호가 이뤄진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투표일인 다음달 9일까지 총 23일. 경찰은 대선후보만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찰청은 이 기간 연인원 26만5000명을 투입한다. 다음달 초 ‘황금연휴’는 선거 기간 연가 사용이 금지된 경찰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다. “피곤하다기보다 그저 무사히 끝나길 바란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후보당 최대 30명이 ‘밀착 경호’

이들의 임무는 크게 경호·수사·경비로 나뉜다. 대선후보와 가장 밀접한 업무는 경호다. 주요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한 뒤부터 경찰의 24시간 경호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경호는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4부 요인과 같은 ‘을호’ 수준이다.

후보당 10~30명의 인력이 붙는다. 경찰청이 1000여명의 전국 경호 인력풀에서 희망자를 받아 154명을 꾸렸다. 여자 경호원도 10명 포함됐다. 이수오 경찰청 경호계장은 “300명가량이 지원해 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경호 업무 자체가 흔한 경험이 아닌 데다 대선후보를 가까이 모신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경호의 가장 좋은 방법은 ‘옆에 붙어있는 것’이다. 후보가 지방에 내려가면 같은 숙소에 머문다. 자택으로 귀가하면 근처에 장기 임대한 숙소에서 먹고 잔다. 관할지구대와 함께 후보 자택 경호도 함께한다. 보안은 경호팀의 생명이다. 일정은 철저히 함구한다. 외부에 일정이 새어나가면 신변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드러나지 않게 경호하라”는 후보 측 주문이 많아 더욱 어렵다. 경호팀이 사복을 입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돌발 상황도 적지 않다. 지난 2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성소수자 단체가 기습적으로 접근한 게 대표적이다. 문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는 “경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흉기를 들고 있었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얘기다.

해당 경호팀에도 아찔한 순간이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딜레마가 있다. 한 경호팀 관계자는 “후보들은 시민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지나친 통제를 하지 않길 바란다”며 “이 때문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민이 후보에게 접근하면 긴장해 진땀을 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오유 등 인터넷 커뮤니티 ‘순찰’도

지난 23일 새벽 부산 해운대의 한 초등학교 일대를 순찰하던 한 경찰관은 담장에 설치된 선거벽보가 훼손된 것을 발견했다. 선거전담 수사팀이 출동했다.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범인은 고양이 두 마리로 밝혀졌다. 담장을 넘으려다 미끄러운 선거벽보를 긁은 것. 그렇게 새벽녘 출동은 범인 검거에 실패(?)한 채 막을 내렸다.

경호만큼이나 24시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선거사범 수사다. 24일 기준 관련 사건은 총 186건. 대부분 현수막이나 벽보 훼손(101건)이지만 흑색선전(47건)이나 선거폭력(6건), 금품제공(3건) 등도 여전하다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이버 선거사범이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40건이지만, 선관위 자체적으로 삭제·차단 조치를 취한 것만 3만여건에 달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와 선관위는 오늘의유머·일간베스트 등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를 상시 ‘순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범죄는 허위사실 공표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퍼트릴 경우 ‘5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공직선거법 250조2항), 낙선 목적은 ‘7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250조1항)에 처해진다.

후보자 비방(251조)도 적지 않다. 허위사실 공표와 달리 사실을 적시해도 처벌 대상이다. 특정 지역·인물 비하(256조5항 10의2)는 이번 대선부터 새롭게 적용된 금지 행위다. 지역 차별이나 혐오 발언이 늘면서 2015년 12월24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추가됐다. 만약 후보가 이를 어기면 어떻게 될까. 함영욱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장은 “공직선거법상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선거사범 수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한다. 사이버수사기획팀 관계자는 “가급적 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하는 사건 중심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모호한 상황이 생기면 선관위 수사기관 시민단체 정당이 다 같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한다.

◆투표함 이송·개표 등 ‘철저 관리’

경찰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투표용지 인쇄소, 투·개표소 등 주요 선거 시설의 경비 업무도 담당한다.

경찰청 경비국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부터 선거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전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대 임무는 안전과 질서 유지다. 언제 어느 곳에 몇 명의 경찰관을 배치할 것인지 등을 경비국 차원에서 결정한다. 전국 투표용지 인쇄소 49곳부터 투표함 보관소(4010곳), 투표소(1만7251곳) 등을 지킨다. 투표함을 개표소까지 옮기고 훼손을 막는 일도 경비팀 임무다. 경찰은 개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갑호비상’을 유지한다. 전 경찰관의 연가가 금지되고 지휘관과 참모는 정해진 위치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현진 기자 app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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