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미 "'비구니' 제작중단은 사산한 아픔 같았다..한동안 방황"

입력 2017. 4. 28. 18:03 수정 2017. 4. 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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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불교계의 요구로 제작 중단된 임권택 감독의 영화 '비구니'가 부분 복원돼 미완성작으로 28일 관객에 첫선을 보였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지미가 주연을 맡아 태흥영화사의 첫 작품으로 촬영이 시작됐지만, 전체 시나리오의 5분의 1가량이 촬영됐을 무렵 불교계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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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제작 중단된 임권택 영화 '비구니' 부분복원 상영
송길한 작가 "작품 유린하는 일 다시는 없어야"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전주=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1984년 불교계의 요구로 제작 중단된 임권택 감독의 영화 '비구니'가 부분 복원돼 미완성작으로 28일 관객에 첫선을 보였다.

개막 이틀째를 맞은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포커스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를 통해서다.

송길한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비구니'는 출가한 여인의 번뇌와 구원을 향한 일생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지미가 주연을 맡아 태흥영화사의 첫 작품으로 촬영이 시작됐지만, 전체 시나리오의 5분의 1가량이 촬영됐을 무렵 불교계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됐다.

이날 CGV전주고사 1관에서 열린 상영회에서는 70분 분량으로 복원된 미완성작이 소리가 덧입혀지지 않은 채 무성영화처럼 상영됐다. 관계자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다큐멘터리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배우 김지미는 이날 상영회 후 열린 시네마클래스에서 "이 작품은 내가 처음 시발점을 제시해 불이 붙은 작품"이라며 "건강한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사산한 격이니 어머니의 입장에서 너무나 아팠다"며 울먹였다.

"작품이 중단되고 나서 완전히 방향을 잃어버리고 마치 죄인처럼 느껴져서 두문불출하는 생활을 상당 기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다시 패잔병들끼리 만났죠. 임권택 감독, 정일성 감독, 송길한 작가, 나 이렇게 넷이 더 좋은 영화를 만들자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방랑하다가 '티켓'이라는 작품이 탄생했고, '길소뜸'이라는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그는 "그나마 이런 흔적이 남아서 후배들이라도 볼 기회가 생기면 생각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이런 아픔을 겪는 영화인들이 다시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권택영화박물관 제공]

임권택 감독은 "이런 필름을 여러분께 보여드린다는 게 죄송하다. 저의 영화인생에서 너무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렸던 작품"이라며 "'비구니'라는 영화 찍다만 것이 세상으로부터 감쪽 같이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것이 드러나면서 제 안에 쌓여있던 상처와 부끄러움을 건드릴 것 같았다.특히 경제적 피해를 많이 본 태흥영화사에 제일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작품이 불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영화라는 틀 안에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그런 것들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내 영화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내 영화가 확실하게 여물고 내 인생이 끝난다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완성을 지향한다는 것, 치열하게 열심히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온전히 잘 살아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송길한 작가는 "그 때 좀 더 투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이 영화를 여기까지만이라도 복원해주신 전주영화제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남의 작품을 가져다 함부로 유린하는 이런 일은 앞으로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영화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상처가 있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부분복원하고 이를 기리는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현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라며 "주류 영화에서는 만들어지기 힘든 격조와 깊이가 있는 작품이며 후배 영화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지미와 함께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데뷔한 안성기도 이날 객석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나도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 레이디'라는 뮤지컬 영화가 중간에 사산된 경험이 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젊은 후배 영화인들이 이런 상황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좋은 영화로 보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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