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비 2천만원 '그들만의 대안학교' CBIS 폐교

유준호 2017. 4. 28. 17: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加대학 유학위한 사교육 창구" 강남 학부모들에 인기 높은데 자사고 폐지·축소 공약 맞물려
교육청도 "미인가기관" 警 고발..고가 대안학교 10여곳 긴장

법무부 "영어강사가 교과수업은 불법" 문제삼아 추방

유치원을 제외하고 초·중·고교 과정이 사실상 폐교된 서울 암사동 CBIS .
연간 학비가 2000만원에 달해 '귀족 학교'로 불리던 캐나다 오프쇼어 교육기관(캐나다 정부가 인정한 국외 교육기관) 'CBIS(Canada British Columbia International School)'가 돌연 초·중·고교 과정 폐교를 선언했다. 표면적 이유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서 강사들의 비자 자격을 문제 삼아 추방 조치를 내리면서 사실상 학교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서울시교육청이 미인가 사교육 기관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 조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보 교육감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강력한 사교육 근절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대선 주자들 공약까지 줄줄이 부각되는 분위기 속에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미인가 학교들부터 줄줄이 철퇴를 맞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매일경제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CBIS. 이곳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밟던 학생은 150여 명. 평소 같으면 하교 시간에 통학버스와 학부모가 몰고 온 외제차로 붐볐겠지만 몇 대의 통학버스와 자가용만 눈에 띄고 평소와 달리 분위기가 썰렁했다.

주차 관리원에게 "왜 이렇게 썰렁하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CBIS 관계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폐교 이후 사후 조치를 위해 한 학기만 추방 결정을 유예해 달라고 읍소했는데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며 "합법적인 어학원 시설로 다시 개편할 예정이며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추가 피해가 없도록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교육기관이 갑자기 폐교 상황에 내몰린 것은 이달 초 출입국사무소에서 강사들의 비자 자격을 문제 삼아 추방 조치를 내리면서부터다. 외국인이 취득하는 한국 E2 비자(영어 회화 교사 자격)로는 정식 교과 수업을 할 수 없는데도 이곳 강사들이 E2 비자로 사실상 '교과 수업'을 했던 게 문제가 됐다.

2012년 문을 연 암사동 CBIS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인증을 받아 현지 공립학교와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캐나다 오프쇼어 교육기관이다. 해당 교육기관에서 12년간 초·중·고교 과정을 거치면 캐나다 BC주가 인증하는 졸업증명서를 받을 수 있어 현지 고등학교·대학 유학을 위한 통로로 강동 송파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1년 학비는 1200만~1600만원 선. 스쿨버스비와 식비 등 학비 외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연간 학비가 2000만원에 육박해 '귀족 학교'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CBIS는 경기 성남·분당 등에서 유치원도 운영하지만 유치원은 폐교 조치에서 제외됐다.

비자 문제 이면에는 서울시교육청의 강력한 '고가 사교육' 근절 의지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인가를 받지 않은 대안학교 형태인 이곳에 대해 올해 2월 초·중등교육법 위반으로 학교법인과 대표를 고발 조치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접수한 강동경찰서는 지난 7일 기소의견으로 서울동부지법에 사건을 송치한 상태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를 인가해준 캐나다 BC주 역시 "오프쇼어 학교 인증계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규칙에 따라 학교를 '보호관찰' 상태로 전환하겠다"는 공문을 학교 측에 보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국내 학력 인증이 안 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이곳 아이들이 다시 국내 제도권 교육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초·중등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한 학부모는 "다른 미인가 오프쇼어 교육 시설에서도 똑같은 조치를 당할까봐 전학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강남 사교육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사고 폐지, 특목고 폐지 등 대선을 앞두고 '평등 교육'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교육당국 역시 강도 높은 제제로 보조를 맞춘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대치동 유명 학원인 A학원 관계자는 "모든 유력 대선 주자가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조희연 교육감 역시 동조하고 있다"며 "다른 고가의 미인가 귀족 학교에도 불이 옮겨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학원 업계 관계자는 "CBIS 외에도 같은 오프쇼어 형태로 국내에서 운영되는 11개 학교가 강사 비자 문제로 단속 대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단속 업무는 교육지원청의 일상 업무로 지속적 단속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강사 비자 문제를 수사 중인 서울출입국관리소 측은 "다른 미인가 대안학교까지 수사할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