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바닥 찍고 올라선' 브레멘, 명가 재건 나서다

2017. 4. 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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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최근 10경기 무패(8승 2무)로 분데스리가 전체 1위. 16위 승강 플레이오프권에서 7위로 수직상승. 후반기 성적 8승 2무 3패 골득실 +14로 바이에른에 이어 2위. 2009/10 시즌 이후 7시즌 만에 유럽 대항전 복귀 노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20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강등권을 전전하던 북독 명가 베르더 브레멘이 최근 10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유럽 대항전 진출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 브레멘, 바닥 찍고 올라서다

최근 분데스리가 순위권 경쟁에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북독의 명가 브레멘이다.

브레멘이 어떤 팀인가? 브레멘은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승 2위(760승)와 최다 승점 2위(2726점), 그리고 최다골 2위(3026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함부르크(유일하게 분데스리가 출범부터 지금까지 전체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팀)에 이어 최다 경기 수 2위(1794경기)를 달리고 있다. 

그 외 브레멘의 분데스리가 우승 횟수는 4회로 바이에른(25회)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5회),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5회)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DFB 포칼(독일 FA컵) 우승은 6회로 바이에른(18회)에 이어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북독을 넘어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레멘은 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3/04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시작으로 2009/10 시즌까지 단 한 번도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놓친 적이 없는 챔피언스 리그 단골 손님이었다. 이 기간에 유일하게 유럽 대항전 진출권 순위에서 떨어졌던 2008/09 시즌(10위)조차 포칼 우승을 차지하며 유로파 리그에 진출했다. 적어도 2000년대 바이에른의 최대 대항마는 도르트문트도, 샬케도, 바이엘 레버쿠젠도 아닌 브레멘이었다.

하지만 브레멘은 2008년, 홈구장 베저슈타디온 확장 공사를 단행하면서 재정 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해 2009년 여름엔 디에구가 유벤투스로 이적했고, 2010년엔 메수트 외질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으며, 2011년엔 페어 메르테자커가, 2012년엔 나우두와 마르코 마린이 차례대로 이적 수순을 밟았다.

자연스럽게 브레멘은 2010/11 시즌 챔피언스 리그 참가를 마지막으로 유럽 대항전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도리어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강등 위기에 여러 차례 직면해야 했다. 2010/11 시즌엔 24라운드까지 15위에 있다 고전 끝에 1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2/13 시즌에도 줄곧 하위권을 달리다 14위로 어렵게 잔류에 성공했다. 2014/15 시즌엔 16라운드까지 최하위를 달리다 감독 교체 후 반등하며 10위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 브레멘은 줄곧 강등권을 전전하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최종 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14년 동안 브레멘을 지도하던 '원 클럽맨(유스 시절부터 선수 생활은 물론 코치와 감독까지 무려 42년간 브레멘 한 팀에서만 있었다)' 토마스 샤프 감독이 2012/13 시즌을 마지막으로 사임했고, 3년 사이에 3명의 감독(임시 감독 볼프강 롤프 포함)이 부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연히 팀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리 만무했다.

이번 시즌 역시 시작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분데스리가 첫 4경기에서 무려 14실점을 허용하며 전패와 함께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에 브레멘은 빅토르 스크리프닉 감독을 경질하고, 2군 팀을 지도하던 알렉산더 누리를 새 감독에 임명했다. 

브레멘은 감독 교체 후 첫 3경기에서 2승 1무 무패를 달리며 잠시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후 다시 부침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7년 새해 들어 브레멘은 4연패를 당하며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6위로 떨어졌다. 브레멘 구단 역사상 해가 바뀌고 4전 전패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대로 브레멘의 강등권 추락은 기정사실이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21라운드를 기점으로 브레멘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잔류를 놓고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마인츠와 볼프스부르크, 그리고 다름슈타트를 차례대로 연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24라운드 바이엘 레버쿠젠 원정에선 경기 종료 직전 펠릭스 비드발트 골키퍼가 외메르 토프락의 페널티 킥을 선방해준 덕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시 브레멘은 RB 라이프치히와 프라이부르크, 그리고 샬케를 상대로 3골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며 신바람 행진을 이어갔다. 28라운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선 2-2 무승부에 그쳤으나 29라운드 함부르크와의 북독 더비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탄 브레멘은 지난 주말 잉골슈타트 원정에서 막스 크루제의 4골 원맨쇼 덕에 4-2 역전승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브레멘은 최근 10경기에서 8승 2무 무패 행진을 달리며 16위에서 7위로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브레멘의 최근 10경기 분데스리가 성적은 도르트문트(7승 1무 2패)와 바이에른(6승 3무 1패), 호펜하임(6승 3무 1패), 그리고 라이프치히(6승 2무 2패) 같은 강팀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후반기 성적으로 확장하더라도 브레멘은 바이에른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파죽지세라는 표현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 브레멘, 상승세의 원동력은?

브레멘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우선 에이스 크루제를 빼놓을 수 없다. 크루제는 개막전을 일주일 앞두고 치른 포칼 1라운드에서 인대 부상을 당해 뒤늦게 분데스리가 11라운드에 들어서야 복귀전을 치렀다.

전반기 7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크루제는 후반기 들어 연신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브레멘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후반기 12경기에 출전한 크루제는 11골 4도움을 기록하며 바이에른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이어 후반기 득점 2위이자 공격 포인트(골+도움) 전체 1위를 당당히 달리고 있다. 크루제가 공격의 중심을 잡고 있기에 브레멘이 연신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크루제는 브레멘 유스 출신이지만 쟁쟁한 선배 공격수들에게 밀려 2009년 여름, 2부 리가 상 파울리로 이적했다. 이후 프라이부르크(2012/13)와 묀헨글라드바흐(2013-2015)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크루제는 독일 대표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크루제는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지난 시즌 문제아로 떠오르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구단 허락 없이 포커 대회에 참가해 구설수에 오르내린 데 이어 '악마의 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누텔라를 하도 많이 먹어 과체중 논란에 휘말렸다. 심지어 지난 해 3월, 나이트에서 생일 파티를 즐기다 '빌트'지 여기자의 휴대폰을 무력으로 뺏어 사진을 삭제하는 소동을 일으켰고, 누드 비디오가 유출되는 사건까지 동시에 터져나오면서 독일 대표팀에서 축출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결국 크루제는 쫓겨나듯 볼프스부르크를 떠나 브레멘으로 이적했다. 친정팀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 그는 후반기 맹활약 덕에 브레멘 팬들 사이에선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루제가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기에 브레멘의 연승 행진도 가능했다. 실제 브레멘은 크루제가 결장한 분데스리가 11경기에서 15골(경기당 1.36골)에 그치고 있지만 크루제가 출전한 19경기에서 35골(경기당 1.84골)을 넣고 있다. 크루제의 존재 자체가 매 경기 팀 득점 0.5골의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이에 크루제를 대표팀에서 내쫓은 요아힘 뢰브 감독조차 "크루제가 오는 여름에 있을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 대회에서 공격 옵션으로 쓰일 수 있다. 현재 그의 컨디션이라면 대표팀에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는 이번 시즌을 통해 많이 발전했다"라며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또 다른 브레멘 상승세의 원인으로는 전술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전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누리 감독은 겨울 휴식기에 치른 전지 훈련을 통해 3-1-4-2로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이는 주효했다. 브레멘은 전통적으로 수비가 약한 팀이다. 심심하면 분데스리가 최다 실점 상위권에 이름을 오리내리던 브레멘이다. 심지어 전성기를 구가할 때조차 약점이 수비로 지목됐을 정도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레멘은 전반기만 하더라도 17경기에서 무려 36실점(경기당 2.12골)을 허용하며 분데스리가 전체 최다 실점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브레멘은 후반기 들어 13경기에서 단 15실점(경기당 1.15골) 만을 허용하며 바이에른(7실점)에 이어 최소 실점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스리백으로 전환하면서 중앙 수비수 숫자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리자 수비가 안정세를 찾아갔다.

펠릭스 비드발트 골키퍼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크루제와 마찬가지로 브레멘 유스 출신이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두이스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다 2015년 여름, 다시 친정팀에 돌아온 그는 지난 시즌 무려 65실점을 허용하며 분데스리가 전체 골키퍼들 중 최다 실점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번 시즌 역시 비드발트는 전반기 6경기에 출전해 20실점을 헌납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심지어 백업 골키퍼 자리마저 내줄 것이라는 보도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전지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누리 감독의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한 비드발트는 후반기 들어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브레멘의 무패 행진을 견인하고 있다. 22라운드부터 24라운드까지 3경기 연속 '키커'지 선정 베스트 일레븐에 당당히 뽑히는 등 후반기에만 4회 베스트 일레븐에 올랐다. 특히 레버쿠젠 상대로 페널티 킥을 선방한 24라운드엔 이 주의 인물에 선정됐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분데스리가 최악의 골키퍼였으나 후반기 활약 덕에 어느덧 '키커'지 골키퍼 평점에서 6위로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그 외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코펜하겐 주장 토마스 델라이니가 가세하면서 브레멘 중원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은 것도 상승세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델라이니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유스 출신 미드필더 막시밀리안 에게슈타인이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화에 성공한 것도 브레멘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원정에선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브레멘에 가세한 세르쥬 나브리가 있다. 나브리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10골 중 9골을 원정에서 넣으며 '원정의 사나이'로 떠오르고 있다. 나브리가 있기에 브레멘의 홈 성적은 분데스리가 12위에 불과하지만 원정 성적은 5위로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브레멘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7년 만의 유럽 대항전 복귀를 노리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포칼 우승팀 포함 5위와 6위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한다. 다만 이미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확보한 도르트문트가 우승할 경우 남은 한 장의 유로파 리그 진출권은 현재 브레멘의 순위인 7위에게로 넘어간다.

남은 일정 자체는 상당히 힘든 편에 속한다. 브레멘은 직접적으로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놓고 경쟁 중에 있는 헤르타 베를린(5위)과 쾰른(8위)을 연달아 상대한 후 마지막 2경기에서 분데스리가 4위 호펜하임과 3위 도르트문트를 만난다. 

다만 헤르타와 쾰른을 연달아 꺾는다면 브레멘은 한 발 더 유로파 리그 진출에 다가설 수 있다. 게다가 시즌 마지막 2경기 정도면 호펜하임과 도르트문트가 이미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일 확률이 높기에 브레멘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같은 상승세를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그 어떤 팀을 상대로도 승점을 쌓을 수 있다. 설령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후반기 브레멘의 상승세는 팬들에게 앞으로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몰락한 북독 명가의 재건은 이제 시작이다.

# 브레멘의 지난 10시즌 분데스리가 성적

2006/07 시즌 3위
2007/08 시즌 2위
2008/09 시즌 10위(DFB 포칼 우승)
2009/10 시즌 3위
2010/11 시즌 13위
2011/12 시즌 9위
2012/13 시즌 14위
2013/14 시즌 12위
2014/15 시즌 10위
2015/16 시즌 13위

# 분데스리가 유로파 리그 진출권 순위(30라운드 기준)

05위 헤르타 베를린: 승점 46점(골득실 +3) - 유로파 리그
06위 프라이부르크: 승점 44점(골득실 -14) - 유로파 리그
07위 베르더 브레멘: 승점 42점(골득실 -1) - 포칼 우승팀에 따라 결정
08위 쾰른: 승점 41점(골득실 +6)
09위 프랑크푸르트: 승점 41점(골득실 -2)
10위 묀헨글라드바흐: 승점 39점(골득실 -5)
11위 샬케: 승점 38점(골득실 +4)

# 후반기 분데스리가 공격 포인트(30라운드 기준)

1위 막스 크루제: 15개(11골 4도움)
2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14개(12골 2도움)
3위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12개(11골 1도움)
4위 앙토니 모데스테: 11개(10골 1도움)
4위 안드레이 크라마리치: 11개(8골 3도움)
4위 에밀 포르스베리: 11개(3골 8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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