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분석-재벌개혁④] 누구나 외쳤던 공약..실천의지가 중요

장영일 2017. 4.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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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법인세 인상..개혁강도에서 후보간 차이
"옥죄기 일변도 보다 기업 경쟁력 제고 측면도 고려해야"

최순실 게이트 영향 등으로 인해 대선 후보들의 '재벌개혁'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재벌개혁과 관련된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외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우면서 대기업으로 대변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양상이다.

특히 법인세와 관련해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인상을 약속하고 있어 현 판세대로 대선결과가 나올 경우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역대정권이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실천의지 때문이라며 차차기 정부가 지속해서 계승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들의 재벌개혁이 일회성에 그치면서 다음 정부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대선 후보들의 재벌개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권소화 기자



◇ 후보들, 재벌개혁 집중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 후보들은 재벌개혁을 대표적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을 최우선 개혁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서면투표 의무화로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감사위원과 이사 선출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자측 입장을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공공부문부터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이를 4대 재벌에서 10대재벌 순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후보들도 문 후보와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다만 집중투표제 시행 등과 관련한 개혁 강도에 대해선 입장이 갈린다.

문 후보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동시에 도입, 나아가 서면으로 대신 투표할 수 있는 서면투표제까지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후보도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안 후보는 단계적 집중투표제, 홍 후보는 전자투표제 도입만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유승민 후보는 집중투표제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즉 3명의 이사를 뽑을 경우 1주당 3표씩 주어지고 주주는 3표를 모두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들이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거나 대주주가 내세운 후보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

5명의 후보들은 모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약속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가 (손)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손)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모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다중장부열람권' 도입을 제안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정거래위원장 임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정위가 독과점 기업에 대해 기업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기업분할명령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을 국내 시장 점유율로 판단해 기업분할을 명령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들은 대선 후보들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업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경영권 방어제도가 없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외국 자본들이 마음먹고 뭉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그룹 오너가 주주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회는 지난 2월20일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 금산분리 강화 vs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은산분리 완화 문제는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다. 은산분리란 비금융회사가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행법 규정이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안 후보와 홍 후보, 유 후보는 찬성 입장이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문 후보 등은 "은산분리를 포함한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법 개정 여부는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 후보 등은 "금융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키로 하고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고 금융사와 제조사의 금융을 통합관리하는 감독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금융사와 제조사 통합금융 감독 정책은 문 후보와 같지만 추가적으로 그룹계열사 간 자본적 정성평가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심 후보는 금산분리 규제 강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을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시 보험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현재는 취득 원가로 계산하는데 이를 시가로 계산해 다른 업권과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문 후보와 심 후보의 공약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소비자 이익과 핀테크 발전을 위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자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는 특례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기술혁신을 토대로 설립된 은행이 기존 은행산업의 비효율적인 관행을 깨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현행 금산분리 규제가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된 기존 은행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누가 돼도 법인세는 인상될 듯…재계 "기업 투자의지 꺾어"

문 후보는 대기업 법인세율(과세표준 500억원 초과)을 현재 22%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다. 3억원 초과 고소득자에게는 최대 42% 소득세율을 적용한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문 후보 측은 조세 부담률을 2016년 19.4%에서 2022년 21%까지 끌어올릴 경우 매년 1조2000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 후보와 심 후보도 법인세를 25%로 복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안 후보 역시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 후보는 19일 TV토론에서 "순이익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 이하 기업들보다 낮다"면서 법인세 인상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등이 법인세율을 내리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반해 한국만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현 35% 수준인 법인세율을 15%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기업들을 옥죄기 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재벌을 범죄집단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라며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의지를 꺾는 것"이라면서 "거둔 세금을 잘 활용할 생각보다 법인세부터 올리고자 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경우 자본유출 및 국내 투자 감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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