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대충 할 줄 알았는데.. 이 식당, 대박 났다

최수현 기자 2017. 4.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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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윤식당' 성공 비결]
수년째 함께한 '나영석 사단'.. 동아리 같은 팀, 잡담하듯 회의
계획 벗어날 때 '진짜 드라마' 완성
tvN 이진주 PD

tvN '윤식당'은 나른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과 바다가 펼쳐지고, 시원한 수영복 차림 남녀가 느긋하게 자전거를 탄다. 한없이 여유로운 풍경 한편엔 정신없이 바쁜 식당 주방이 있다.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신구는 화끈한 노동을 끝낸 뒤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지난 21일 5회 시청률 13.3%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윤식당'은 스타 PD 나영석(41)이 올 상반기 후배 PD들과 '협업'을 시도한 3개 프로젝트 중 하나다. 공동 연출로 나선 이진주(31) PD가 아이디어를 냈고 실무를 주도했다. 촬영지인 인도네시아 작은 섬 '길리 트라왕간'은 이 PD가 지난해 휴가를 보낸 곳이다. '부자의 탄생' '완판 기획' 등 창업 관련 예능 조연출을 맡았던 그의 경험과 여행·요리라는 나 PD 특기가 어우러졌다.

CJ E&M 공채 1기인 이 PD는 2013년 나 PD 팀에 합류해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에 참여해왔다. '윤식당'은 어떻게 성공했으며 '나영석 사단'은 어떻게 매번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는지 물었다.

◇잡담 같은 회의, 동아리 같은 팀워크

나 PD 팀 회의실 벽에는 이런 말들이 쓰여 있다고 한다. '까불지 말자' '사람이 우선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경쟁자가 생기고, 인성이 뛰어난 사람은 조력자가 생긴다'

‘윤식당’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서진(왼쪽부터), 윤여정, 정유미, 신구. 공동 연출을 맡은 이진주 PD는 “출연자들이 그렇게 열심히 장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tvN

나 PD는 PD·작가 등 30여 명과 한 팀을 이뤄 일한다. 그 안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굴러간다. 대개 예능 프로그램은 매번 스태프가 모였다가 흩어지지만, 나 PD 팀은 이우정·김대주 작가 등을 중심으로 수년째 유지돼 왔다. 이 PD는 "노하우가 쌓이고 이전에 부족했던 점을 다음 프로그램에서 보완할 수 있다"며 "팀 분위기가 마치 동아리 같다"고 했다.

회의는 "잡담하고 수다 떠는 분위기"라고 한다. "'오늘은 이런 걸 생각해야 돼'라는 주제는 있지만, 자유롭게 일상을 나누고 이것저것 함께 검색해보다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고 나면 나 PD는 결과물을 별로 고치지 않는다고 한다.

◇절반의 계획, 절반의 우연

나 PD는 "100% 이상을 기획하지만 50% 정도만 충족시킬 때 재미가 만들어진다"고 한 적 있다. 하지만 이 PD는 "'윤식당'은 내가 처음 기획해본 작품이라 70% 이상 계획대로 끌고 가고 싶었다"고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계획대로 된 것이 30%도 안 된다"고 했다.

출연자들이 장사는 대충 하고 실컷 노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제작진은 예상했다. 막상 그들은 엄청나게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장사했다. 한 달간 공들여 꾸민 가게가 딱 하루 장사하고 나서 해변 정리 사업으로 철거될 줄도 전혀 몰랐다. 하루 만에 새 가게를 후다닥 완성해 장사를 재개했다. 다양한 국적의 손님이 찾아올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가 없어 번역하면서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이 PD는 "대본도, 방향도 없이 낯선 상황을 열어놓는 것이 제작진으로선 불안하지만 그로 인해 '진짜 드라마'가 얻어진다"며 "출연자들이 촬영인 줄 알면서도 다 잊고 실제 상황처럼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연출의 기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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