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혜자의 깊이.. 노년, 쓸쓸하지만 따사로운 [리뷰]

권남영 기자 입력 2017. 4. 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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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인생을 '길'에 비유한다.

길 끄트머리쯤에 다다란 이들에게는 '노년'이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영화 '길'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표류하던 길 위의 수미는 우연히 만난 청년들에게서 다시금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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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인생을 ‘길’에 비유한다. 길 끄트머리쯤에 다다란 이들에게는 ‘노년’이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그들은 나의 할머니·할아버지 혹은 어머니·아버지, 그리고 훗날의 나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었을 뿐 여전히 여린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 ‘길’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은 짤막한 세 가지 이야기를 이어 붙였다. 자식들은 해외에 보내고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는 순애(김혜자), 어린 손녀를 키우며 살다 뒤늦게 진짜 사랑에 눈을 뜬 상범(송재호),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뒤 삶의 의지를 잃는 수미(허진)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순애의 하루는 바쁘다. AS기사들이 수시로 집에 드나든다. 순애가 일부러 고장 낸 가전제품을 고치기 위해서다. 순애는 매번 따뜻한 음식을 대접한다. “늙으면 쓸 데 없어지는 게 죽는 것보다 무섭거든요.” 젊은 냉장고 수리공(온주완)에게 순애는 이런 말을 건넨다.

늦은 나이에 베이커리 카페를 열게 된 상범은 창업 코디네이터 혜진(지안)에게 낯선 설렘을 느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상범의 첫사랑이었다. 초반 내레이션에서 상범은 이렇게 읊조린다. ‘세월이 흐른 게 서글픈 건 아니지만 이따금 그립다. 젊은 날의 내 자신이.’

홀로 음식점을 운영하며 지내던 수미는 “사는 이유이자, 산다는 것에 대한 찬사”였던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크게 흔들린다. 생에 대한 미련마저 사라지고 만다. 표류하던 길 위의 수미는 우연히 만난 청년들에게서 다시금 희망을 찾는다.

영화는 노인들이 겪는 결핍과 고독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냈다. 저예산 영화인만큼 연출 면에서 엉성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경쾌함만큼은 유지했다. 노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빈곳을 촘촘히 메웠다. 특히 ‘국민 배우’ 김혜자는 깊이 있는 연기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정인봉 감독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대배우들이 참여해주신 덕에 세대간 소통할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다음 달 11일 개봉. 86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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