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이 할수록 떨어지는 시급..사무직 41% '포괄임금 굴레'

박태우 입력 2017. 4. 27. 23:26 수정 2017. 4. 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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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는 기업에 유리한 것이지 노동자들이 원한 것은 아니죠. 노동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도잖아요."

보고서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초과근로수당 차액분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을 때 정확한 출퇴근 시간 기록이 회사에 있다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이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회사가 사무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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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비용 부담없어 노동시간 방치
휴일·밤샘 근무해도 일한만큼 못받아

[한겨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포괄임금제는 기업에 유리한 것이지 노동자들이 원한 것은 아니죠. 노동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도잖아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패션업체 직원의 말이다. 이 회사에서 상품기획이나 디자인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신상품이 나올 즈음 밤을 새워 일하거나 주말 출근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나 일반 사무직에는 월 20시간, 디자이너에게는 월 50시간의 고정연장수당을 지급할 뿐, 실제 노동시간을 따져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주 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거나 야간·휴일에 일하는 경우 50%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도록 해 장시간 노동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실제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법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감시·단속직이나 운수업에서 시작된 포괄임금제는 사무직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졌다. 27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사무직 근로시간 실태와 포괄임금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100인 이상 사업장 206곳 가운데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41.3%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포괄임금제가 근로계약에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을 명시도록 한 의무와, 초과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무색하게 만든다”며 “포괄임금제에 따르면 일을 많이 하면 시급이 내려가고, 적게하면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포괄임금제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그 결과 장시간 노동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보고서 조사대상 206곳 가운데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61.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초과근로수당 차액분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을 때 정확한 출퇴근 시간 기록이 회사에 있다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이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회사가 사무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포괄임금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먼저, 임금이 기본급·초과근로수당 구분 없이 지급되는 ‘정액급형’ 포괄임금제에 대해선 “장시간 근로 규제 및 근로시간에 대한 적정한 임금 보상 측면에서 노동자에게 매우 취약한 제도이므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고정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정액수당형’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고정 초과근로수당이 실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영계에서는 사무업무의 경우 업무 성과가 노동시간의 길이와 비례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소득이 일정액을 넘는 경우 노동시간 규제와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면제해주는 제도(화이트칼라 이그젬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근로시간과 관련된 법률규정의 본질적 목적은 적정근로시간을 통해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데 있다”며 “초과근로수당은 이를 간접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소득과 근로시간 규제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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