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기대 vs 우려..개장 앞둔 '공중정원' 명암

박소연 입력 2017. 4. 27. 22:32 수정 2017. 4. 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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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동안 폐쇄됐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다음달이면 시민이 거닐 수 있는 공중정원으로 돌아옵니다. 서울의 또다른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환영하는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기자]

제구실을 못하던 교각은 튼튼하게 고치고 낡은 콘크리트 바닥은 모두 뜯어내 보행길로 만들었습니다.

안전성 문제로 지난 2015년 12월 차량 통행을 금지했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다음 달 20일 공원으로 재탄생합니다.

서울 고가공원입니다. 통행로 곳곳엔 원형으로 된 화단이 놓여있는데요. 보리수 나무 등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이곳에선 숭례문 등 서울 도심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1.4m 높이의 안전펜스를 유리로 만들었습니다.

도심 속 '공중정원'이란 기대에 공원과 맞닿은 서울 중림동 일대에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주현륭 : 작년 7월에 문을 열었어요. 대부분 여기 주변 가게들이 그쯤 다들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반면 공원 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반 주택가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봉제공장이 몰려 있는 서울 서계동입니다. 흔한 공장 간판도 없는 이곳에 고가공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봉제공장 관계자 : 디자이너들이 여기를 불편해서 안 넘어오니까 일이 떨어지니까 여기 사람들은 먹고살아야 해서 (고가공원) 반대하는 것 아니에요.]

2000여 곳에 이르는 서울 서계동 일대의 봉제공장들은 과거 서울역 고가를 통해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으로 의류를 납품해 왔습니다.

[이경자/한국봉제협회 이사 :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이쪽 거래를 끊고 동대문 쪽으로 옮겼어요. 저희는 피해가 굉장히 심해요. 예전보다 일감이 50% 줄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원단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는 교통 불편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김성수 : 옛날보다 많이 걸리죠. 옛날에는 신호 한 번도 없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신호를 세 번 정도 받아야 여기 들어오죠.]

서울시는 이 지역에 내년 상반기까지 봉제산업 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 넘도록 부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가 인근에 형성돼 있던 수제화 거리의 상인들도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역 고가 우회 도로여서 차량 통행이 늘어났지만 되레 이곳을 찾는 손님은 줄었다는 겁니다.

[권기호/염천교 수제화 거리 상인회 회장 : 교통지옥이에요. 여기는 도매를 하는 데니까 가게 하는 분들이 와서 잠깐 차량 세워놓고 신발을 가져가야 하는데, 유통 단계가 전혀 없어진 거지.]

지난 2015년 12월 서울 고가가 폐쇄된지 1년 반 가까이 지났는데요. 서울 도심지역 교통 상황은 어떤지 직접 택시를 타고 이동해보겠습니다.

회현역 주변 고가 시작 부분에 이르자 좁아진 도로에 차량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오난규/택시 운전기사 : 항상 막힌다고 봐야 해요. 이쪽으로 가는 손님이 없어요. 거의. 요금이 1만원씩 나오는데 누가 택시 타려고 해요. 이 불경기에…]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서울 서계동까지 5.6km를 움직이는데 34분이 걸렸습니다. 고가 폐쇄 후 대체 도로를 신설하지 않다 보니 인근의 교통 정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랜드마크를 꿈꾸는 고가공원이 이제 곧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 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도심 교통정체는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는데 사각지대에 대한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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