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아동학대해도 또 '평가 인증'..누굴 믿고 아이 맡기나

송명희 2017. 4. 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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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해당 어린이집은 운영 정지와 함께 우수 보육기관을 의미하는 정부의 평가 인증도 취소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어린이집의 40%가량이 원장이나 해당 교사만 교체한 후 버젓이 재인증을 받아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린이집 평가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행주로 훔쳐낸 음식을 식판에 털어 아이에게 먹입니다.

아이의 머리를 때리고 거칠게 끌어당깁니다.

이 어린이집은 25개월 된 아이를 최소 47차례나 학대하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잡혔습니다.

두 곳 모두 정부가 보육의 질을 공식 인정한, '평가인증 어린이집'이었습니다.

<인터뷰> '아동학대' 피해 가족(음성변조) : "평가인증 받은 이런 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저 자신도 너무 충격을 받아가지고..."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2월 평가 인증이 취소된 인천의 어린이집입니다.

그런데, 입구에 '평가 인증' 로고가 다시 붙어있습니다.

<녹취>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새로 오신 (원장)분이 아마 평가인증을 받은 것 같아요. (보육 교사의) 반은 바뀌고 반은 그대로 있고…."

운영자는 그대로인데, 해당 원장과 보육교사만 내보낸 뒤 9개월 만에 재인증을 받은 겁니다.

서울의 이 국공립어린이집도 아동학대로 평가인증이 취소됐는데, 8개월 만에 다시 인증을 받았습니다.

<녹취>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선생님들은 두 분 다 면직처리가 됐고요. 원장님이 바뀌셨어요."

최근 3년간 아동학대 문제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 82곳 가운데, 이처럼 재인증을 받은 곳은 38%인 31곳에 이릅니다.

<인터뷰> 김희정(학부모) :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평가인증만 보고 보내는 건데 그 안에서 학대가 일어났었다고 하면..."

각종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75점만 넘으면 평가 인증을 받게 되는데, 아동학대에 따른 감점이 최고 8점에 불과해 너무 낮은 겁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교수) : "다른 부문에서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학대부문에 대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게 되고, 결국 학대는 반복되고 부모들의 불신은 증가하고..."

인증이 취소된 뒤 재인증을 받기까지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이런 어린이집 평가인증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매년 100억 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송명희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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