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미국과 북한 중 선택하라".. 압박 총공세 나선 트럼프

美, 각국에 北과 단절 주문 전방위 제재.. 압박 뒤 대화 유도 / 국제교역 봉쇄 고강도 대책 마련 / 테러지원국 재지정 계획도 추진 / 안보리 통한 제재조치 추가 요구 /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방안 모색도 /상원의원 전원에 대북정책 브리핑 / 외교안보 수장들 이례적 합동성명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마련한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 군사적 수단 동원, 협상 재개 등을 총동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합동성명 내용의 핵심은 대북압박과 협상 강조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실제로는 대북 군사적 위협 수단을 동원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며 국제적인 교역을 봉쇄하는 고강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세계 각국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하도록 압력을 가할 계획이다. 북한의 대사관이나 영사관 등 외교시설을 전면 폐쇄하라는 게 미국 주문이다. 대사관 폐쇄는 외교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세계 각국에 미국과 북한 중 한 나라를 선택하라는 요구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 같은 요청에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후견국은 반발할 수 있으나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3인 합동성명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도널트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브리핑하고 합동성명을 발표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왼쪽부터)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 이들은 합동성명에서 “북핵 문제가 최고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라며 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AP·AFP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계획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다방면에 걸쳐 제재를 받고 있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미국은 새로운 경제제재 조치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기술의 국제적 교역을 봉쇄할 방침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다양한 물질이나 부품 및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통제 범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이 같은 대북제재 조치를 추가하도록 요구하되, 미국이 독자적으로 이를 시행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 나누는 트럼프·시진핑.

트럼프 정부는 이날 외교안보팀 합동성명에 군사적인 옵션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양대 수단이 대북 압박과 함께 군사적 조치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대북 압박 수단으로도 북한이 물러서지 않으면 군사적인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를 한반도 인근에 동시에 배치했듯이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외교적 압박, 경제제재, 군사적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시차를 크게 두지 않음으로써 북한에 파상적인 공세를 취할 방침이라고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대북 군사 조치가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진군나팔 소리가 요란하지만 (대북정책은) 중국을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이 13일 오전 평양에서 열린 여명거리 준공식에 도착하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뒤따르고 있다.연합뉴스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이 이날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상대로 대북정책을 브리핑한 것은 물론 합동성명까지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외교안보 수장들의 합동성명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며, 트럼프 정부가 이를 최우선 순위로 다루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워싱턴 외교가는 평가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