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저성장 탈출구.. ICT 공약, 말 잔치로 끝나선 안돼"

정윤희 2017. 4.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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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정책 비전이 급선무
"인프라 구축으로 생태계 조성
SW 경쟁력 확보 등 주력해야"

■대선주자에 미래 어젠다를 묻다 (4)

19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제4차 산업혁명'이 핵심 경제 아젠다로 떠올랐다. 각종 공약과 지역별 유세 현장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거버넌스에서부터 특별구역 조성 등 각종 공약까지 쏟아진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전 방위 산업에서 융합혁신이 일어나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사람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지금의 LTE보다 20배 빨라지는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증강·가상현실(AR·VR) 등 다양한 ICT 기술이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전혀 다른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의 공약이 '선언적 구호'에 그칠 우려가 높다고 비판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산업 이해도가 부족하고, 내용과 혁신성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투자 유인을 없애는 통신기본료를 폐지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공약을 내걸거나, 5G 네트워크를 국가가 투자하겠다는 등 비현실적 공약도 줄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단순히 정부 주도냐, 민간 주도냐로 설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차기 정부가 구심점이 돼 혁신적 ICT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본지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질의서에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인재육성, 인프라 구축 지원, 혁신생태계 조성 등의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을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네트워크 등 인프라 구축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잘해왔던 부분으로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동시에 우리의 가장 취약 분야이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과거 1~3차 산업혁명은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갈 수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첨단기술이 한꺼번에 발전하고 예상치 못한 형식으로 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현장에서 결정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결국 일자리 경쟁 시대"라며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민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벌 대기업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정한 시장경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부처간 장벽 제거, 기초과학기술에 대한 연구투자 확대, 불필요한 규제 개선과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혁신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 역할로 꼽았다.

전문가와 ICT 업계 안팎에서는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신, 소프트웨어 등 ICT 인프라와 원천 기술 개발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는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준비도는 말레이시아에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UBS에 따르면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준비도는 세계 139개국 중 25위로,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 보다 낮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인공지능, IoT를 비롯해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원천기술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흩어진 ICT 정책기능을 한 데 모아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순히 민간 자율에 맡겨놓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 철폐도 필수다. 아직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다수 후보들이 법이 금지한 것 외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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