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와 성 소수자의 동행, 그 감동과 웃음의 시너지
[오마이뉴스 글:김동민, 편집:곽우신]
ⓒ 영화사 진진 |
영화 <런던 프라이드>는 얼핏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성 소수자와 광부를 절묘하게 연결해 낸 작품이다. 색안경을 끼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맞서 투쟁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그리고 3차 산업의 물결 속에서 도태되어 가는 광산 노동자들. 영화는 각자가 꾸려온 삶의 방식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이들 간의 연대를 '약자'라는 교집합 속에 뭉뚱그린다. 이 과정에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가는 두 집단의 서사는 연대가 만들어내는 시너지와 인간애를 한꺼번에 조명한다. 그렇게 영화는 1984년 석탄 파업 당시 극적인 실화를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으로 스크린 위에 재현해 냈다.
ⓒ 영화사 진진 |
"여자들이 가족을 먹여 살려 자존심 상하는데 게이까지 나타났다"고 불편해하던 마을 남자들의 변화는 특히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마크 일행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가부장적인 마을의 분위기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뻣뻣하기만 한 마을 남자들 앞에서 춤을 추며 무대를 휘어잡고, "섹스는 남자한테만 즐거운 게 아니다"라고 역설하는 이들의 모습은 '웨일즈'란 작은 사회 속 일종의 선구자로까지 비친다. 이들의 연대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넘어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를 아우르기에 이른다. 그렇게 작은 광산 마을의 노동 운동은 성 소수자 운동을 넘어 페미니즘 운동으로 퍼지고, 나아가 '인권'이라는 거대한 정의에까지 다다른다.
ⓒ 영화사 진진 |
두 시간가량의 적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내내 빠른 템포로 내달리는 영화는 만듦새는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에 부족함이 없다. 밀도 높게 펼쳐지는 사건과 대사들은 군더더기 없이 뇌리에 각인되고, 그 와중에 교차하는 유쾌한 농담과 가슴 아린 슬픔 또한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어우러진다. 극 중 LGSM과 웨일스 주민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서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코미디와 드라마의 앙상블은 여느 할리우드 장르물과 비교해도 탁월하다. 주요 시퀀스마다 과감하게 쓰인 1980년대 디스코 넘버들과 인물들이 직접 부르는 혁명가요들은 이러한 영화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는 지점이다. 그중에서도 극 중 웨일스 마을회관에서 한 여성의 선창으로 울려 퍼지는 이 노랫말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우지만 장미를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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