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9년만에 닥친 최악의 ACL 부진, 올 것이 왔다

2017. 4. 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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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서호정 기자 = 4년 만의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탈환으로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높이 세웠던 K리그가 불과 5개월만에 역대 최악의 부진 앞에 섰다. 전북 현대의 극적인 우승으로 가려지는 듯 했던 아시아 무대에서의 K리그 경쟁력 저하가 2017년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 

조별리그 종료까지 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K리그는 2개팀이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F조에 속한 K리그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은 상하이 상강과의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하며 1, 2위와 승점 차가 무려 9점으로 벌어졌다. E조의 울산 현대는 홈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에게 0-4로 완패했다. 2위인 가시마와를 넘어서겠다던 계획은 무산됐고 오히려 승점 차가 5점으로 벌어지며 남은 브리즈번 원정은 의미가 없어졌다.

중국 슈퍼리그가 3팀 중 2팀(상하이 상강, 장쑤 쑤닝), 일본 J리그가 4팀 중 2팀(가시마 앤틀러스, 우라와 레즈)이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G조 2위 수원 삼성과 H조 2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수원은 홈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무승부만 기록해도 16강행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0-1로 패했다. 마지막 일정인 광저우 헝다와의 원정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건 사실상 무의미하다. 가와사키가 홈에서 조 최약체 이스턴SC를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주는 홈에서 감바 오사카를 상대한다. 승리하면 16강 진출 확정이고, 비기거나 패할 경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지만 이미 조별리그 1위를 확정지은 장쑤가 애들레이드 원정에서 힘을 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감바전 필승만이 답이다. 그나마 제주는 조별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이 K리그 팀들 중 가장 좋기 때문에 기대를 받고 있다. 

2009년 AFC가 챔피언스리그를 32개팀 체제로 전환한 뒤 K리그는 가장 저조한 성적 남기는 시즌을 맞을 수 있다. K리그는 2009년부터 최소 2팀 이상을 16강에 진출시켰다. 조 1위 팀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2015년이 유일하지만 당시엔 4팀이 전원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었다. 

올해는 조 1위 배출 가능성이 상당히 희미해졌다. 수원만이 희망을 안고 있지만 광저우 원정에서 승리해야 한다. 자력으로 16강에 갈 수 있는 수원의 선전을 기대해야 하지만 광저우의 전력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게다가 광저우도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총력전이 예상된다. 제주도 홈에서 자칫 감바와 비기거나 지면 경우의 수에 의해 탈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현재 K리그는 최대 2개팀이 16강에 진출하고 조 1위를 1팀 배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정반대로 전원 16강 탈락의 가능성이 혼재해 있다. 

올 것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시즌 전북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원동력은 다른 K리그 팀들을 상회하는 투자의 힘이었다. 김신욱, 김보경, 로페즈 등을 영입해 기존의 이동국, 이재성, 레오나르도, 최철순, 권순태, 조성환 등과 준 국가대표급 전력을 구축했다. 4강에 올랐던 서울도 데얀, 박주영, 아드리아노의 막강 화력과 주세종, 곽태휘 등의 보강 효과를 봤다. 기존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 선수를 보강하는 것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내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갔다. 전력 보강에 소극적이거나 조직력이 아예 붕괴됐다. 서울은 아드리아노, 김남춘, 다카하기, 유상훈, 윤주태 등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보강이 오히려 전력의 마이너스로 이어졌다. 수원도 김민우, 매튜 저먼, 다미르 등이 왔지만 사실상 전력 유지 수준이었다. 울산은 감독 교체와 선수 다변화로 인해 조직력을 꾸리지 못했다. 그나마 제주가 경쟁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기존 전력을 유지하며 적절한 선수들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심판 매수로 인한 징계로 올해 출전권이 발탁된 전북의 부재 효과보다는 결국 K리그 스스로가 경쟁력 저하의 길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 현재의 챔피언스리그 성적표다. 재정 문제에 시달리는 구단들은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자극이 될 외국인 감독이나 대형 외국인 선수 입성은 없다. ‘그래도 아시아 최강이다’라는 과거의 자산과 영광에 취해 주변 상황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마주한 현실이다. 

셀링리그라는 엉뚱한 정체성을 거론했지만 빠져 나간 자국 선수들의 자리를 메우지도 못했다. 좋은 필드 플레이어는 중동과 중국으로 갔다. 지난해부터는 좋은 골키퍼들마저 줄줄이 일본으로 향했다. 한국은 분명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고 있지만 그 순환 속도에도 한계는 있다. 빠져 나가는 속도를 키워내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수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했던 J리그는 올해 명예 회복에 성공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인프라와 인력을 통한 시스템의 힘만으로 경쟁하긴 벅찼지만 지난해 퍼폼과의 초대형 중계권 계약 후 자금력이 갖춰지며 희망의 터널을 뚫었다. 총알을 확보한 J리그는 알찬 전력 보강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을 내는 중이다. 리그 내부에서도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이동하며 활력을 주고 있다. J리그 스스로도 수년째 계속되는 부진에 위기의식 느끼며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에 많은 당근과 지원 제공했다. 

자금력의 슈퍼리그는 외국인 선수 영입 효과를 확실히 누리고 있다. 중국 3개팀의 공격력은 막강하다. 조별리그 5차전까지 상하이는 13골, 장쑤는 8골, 광저우는 16골을 넣었다. 3팀이 총 37골을 넣었다. J리그는 4팀이 40골을 넣었고, K리그는 4팀이 29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이 안에서 특급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엄청나다. 상하이 상강은 헐크(3골), 엘케손, 오스카(이상 2골)가 팀 득점의 53%를 차지했다. 광저우는 알란(5골), 파울리뉴(3골), 굴라트(2골)가 62.5%를 책임졌다. 장쑤는 하미레스(4골), 알렉스 테세이라(3골)가 사실상 팀 공격 그 자체다.   

울산이 속한 E조에서 대파란을 일으키며 16강 진출을 확정한 태국의 무앙통조차도 홈 강세와 조직력, 적절한 외국인 선수의 활용의 모범이 됐다. 데포르티보와 뉴캐슬 등에서 활약한 스페인 출신 공격수 시스코와 태국 국가대표 에이스 티라실, 겨울에 과감히 영입한 한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이호 등 챔피언스리그를 위한 전력을 구축해 성공을 거뒀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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