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직거래 잘 하는 법? 작은 장터에 나가보라"

홍창욱 2017. 4. 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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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2]

[오마이뉴스홍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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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 현실이 많이 어렵다.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구당 소득이 도시 가구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고 점차 인구가 고령화되어 농업도, 농촌도 늙어가고 있다. 수입 농산물은 늘어나고 있고 국내 농산물간의 경쟁도 격화되어 있다. 풍년이면 농산물이 많아서 가격이 떨어지고 흉년이면 수확량이 많지 않아 농가 수입은 줄어든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방법은 없을까?

기업 혹은 조합과의 계약재배가 방법이겠지만 영농 규모와 친환경 농업 유무 등에 따라서 제약을 많이 받는다. 소농, 관행농업 가리지 않고 매년 안정적인 판매가 보장되는 것이 바로 소비자와의 직거래다. 직거래는 참 어려운 일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농부는 소비자의 주문 전화를 일일이 받아야 하고 송장에 기록하고 입금 확인해야 하며, 매일 수확한 농산물을 포장, 배송해야 한다.

깨진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와 목소리를 높여가며 파손처리까지 거쳐야, 직거래한 사이클이 끝난다. 반면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모바일폰으로 주문, 입금하고 오늘 밤에 주문해도 내일 아침에 농산물을 받기를 원한다. 이 부조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농부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가 아날로그 농부와 디지털 시대를 사는 마을기업 사원의 결합이다. 무릉외갓집은 조합원 농부가 열심히 농사지은 농산물이 수확되면 사원이 도시 소비자 회원들에게 상품 정보와 주문링크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 제주 영어교육도시 장터 인근 도시에서 열린 장터에 무릉외갓집이 출점하여 로컬푸드를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 홍창욱
스마트폰에서 링크를 연 회원은 배송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대금을 입금한다. 고객이 주문한 정보들은 엑셀 시트에 차곡차곡 담기고, 다음날 사원이 이를 집계한 후 택배사 프로그램에 파일 채로 올려두게 되면 알아서 송장이 출력된다. 아침에 주문량이 몇 상자인지 수량만 전달하고 농부가 작업을 끝내면 상자 위에 송장만 붙이면 끝이다.

무릉외갓집은 회원이 주문하고 사원이 수집한 디지털 주문 정보를 송장에 옮겼을 뿐이기에 다양한 조합원 농산물을 동시에 다량 판매할 수 있다. 조합원은 본인이 몇 해 동안 쌓아온 고객들과 무릉외갓집 회원 판매를 통해 직거래 수량을 늘려나갈 수 있고 회원은 얼굴 있는 생산자의 제철 농산물을 신선한 상태에서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첫 번째 조합이다.

다음은 디지털을 경유하지 않고 농부와 소비자가 면대면으로 만나는 방법이다. 오일장이 그러하고 로컬푸드 장터가 그러하다. 무릉리에는 무려 1000㎞ 거리의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쉐 장터에 출점하는 여성농부 설아씨가 있다.

무농약 감귤과 월동채소를 마르쉐에 가져가서 팔았는데 이번 달에는 김치와 만두까지 직접 만들어서 완판했다. 1명의 농부와 수 십명의 소비자가 서로 연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웃 농부의 농산물까지 소개하다 보면 인근 마을까지 행복해질 것이다.

좋은 농산물을 싼 값에 공급받는 소비자는 본인의 가족뿐 아니라 이웃까지도 건강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접 만나 손을 잡는 것이 참 중요하다.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믿음을 나눌 수 있어 관계가 지속된다. 직거래란 바로 이런 것이다.

▲ 친구기업 벤타코리아의 무릉리 농장방문 조합원 원형농장을 찾아 감귤을 함께 수확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 홍창욱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도 울고 갈 아날로그 농부의 집념을 소개한다. 원형농장의 김정언 농부는 몇 년째 주문하고 있는 고객의 집을 다음 로드뷰(주소지의 길거리 사진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살펴볼 정도로 고객에게 관심이 많다.

고객을 잘 알면 소통에 어려움이 없고 농촌마을의 정을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다. 그는 고마운 분들이 주문한 감귤상자에 직접 재배한 브로컬리나 콜라비를 서비스로 보내주기도 했고 지난해부터는 파손을 방지하려 나무합판을 귤상자에 넣어 포장할 정도로 노력파다. 그 노력에 감동한 건지 매해 고객이 늘고 있다.

3가지 사례로 알아본 농산물 직거래,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만나려는 노력이 있다면 우린 상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고 한번 물꼬를 트면 개울물이 강이 되고 언젠가 바다를 만날 것이다. 작은 장터에 나가 서로를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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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홍창욱/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 지역의 주간신문 <서귀포신문>(www.seogwipo.co.kr)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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