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중단·자사주 소각 '패키지' 발표 왜?

서명훈 기자,장은지 기자 입력 2017. 4. 27. 10:54 수정 2017. 4. 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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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통한 '편법 승계' 의혹 완전 차단
'경영권 승계 위해 뇌물' 특검 논리도 '빛바래'

(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장은지 기자 =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중단과 무려 4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주회사 전환과 자사주 문제에 대한 해답을 ‘패키지’로 내놓으면서 관련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을 포함한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지주회사로 전환,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는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계속 나왔다.

◇ 지주회사 전환 “안한다”… 발표시기도 한달 앞당겨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검토해 온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검토 결과 사업경쟁력 강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경영 역량이 분산돼 사업에 부담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컨설팅 회사 등과 공동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실익을 분석했다”며 “그 결과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가 나와 논의를 중단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 놓은 관련 법들과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 주가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는 발표시점이 앞당겨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에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검토 작업에 6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결과는 5월말에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토 작업이 한 달 가까이 빨라진 셈이다.

A대기업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주된 구속 이유”라며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는다고 예상보다 빨리 발표한 것은 이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며 "순환출자는 여러 계열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상황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과 시점을 찾아 전부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 40조 자사주 소각, 의혹 차단+주주가치 제고 ‘이중포석’ 삼성전자는 이날 무려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자사주를 매각하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이점을 포기하고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중단과 함께 자사주를 소각,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사주도 의결권이 살아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는 13.3%로 이를 활용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함에 따라 이같은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는 무용지물이 됐다. B대기업 관계자는 “대형 M&A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이를 포기하면서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자사주를 이용한 편법 승계는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 국회에는 지주회사 전환과 자사주를 활용해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차단하는 법 개정이 발의된 상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식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 등기이사인 이재용 부회장도 지주회사 전환 중단과 자사주 소각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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