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갑상선암, 한쪽에만 있는데 왜 양쪽 다 제거할까?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2017. 4. 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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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갑상선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가 수술상담을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이 환자의 갑상선암은 왼쪽 갑상선에서 시작해 양쪽 목의 림프절로 퍼져 있었다. 오른쪽 갑상선은 정상이었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다른 병원에서 갑상선 전절제술(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과 양쪽 경부림프절절제술(목의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권유 받았다.

환자는 특별한 병이 없는 오른쪽 갑상선은 제거하지 않고 좌측 갑상선만 제거하는 갑상선 반절제술을 받고 싶다고 했다. 갑상선기능을 조금이라도 살려 보고 싶다는 것이다.

‘발견된 갑상선암이 왼쪽 갑상선에만 있는데 왜 갑상선을 전부 절제하자고 권했을까? 오른쪽 갑상선은 왜 남겨 놓을 수 없을까? 그럼 어떤 경우에 갑상선을 절반만 제거하는 걸까?’ 이런 의문들이 들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갑상선암의 ‘전이’와 ‘재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갑상선암은 갑상선에서 처음 생기는데 어느 순간 갑상선을 벗어나 림프관을 따라 림프절로 퍼져 나간다. 암이 처음 발생한 부위를 벗어나 퍼져 나가는 것을 전이라고 한다.

전이 초기에는 암세포숫자가 적고 크기가 작아 어떤 검사를 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암 전이 여부검사에서 전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전이되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지만 너무 작아 미처 관찰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암치료가 모두 끝난 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미세하게 남아 있는 암세포를 ‘미세잔존암’이라고 한다. 미세잔존암은 존재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미세잔존암이 계속 증식하면 크기가 커져 검사에서 발견되는데 이를 ‘재발’이라고 한다.

암 수술 후 재발위험이 높다는 것은 미세잔존암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미세잔존암은 CT나 MRI, PET 같은 영상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암이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추가해 재발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미세잔존암이 남을 수 있어 장기간 추적 관찰한다.

갑상선암의 미세잔존암은 항암화학요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고 방사선치료도 잘 사용되지 않는다. 갑상선암에서 중요한 보조치료는 방사성요오드치료다. 방사성요오드치료는 갑상선암세포가 요오드를 잘 섭취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치료다.

요오드섭취능력은 정상갑상선세포가 암세포에 비해 50배 이상 강력하기 때문에 정상갑상선세포가 많이 있으면 방사성요오드치료로 갑상선암세포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방사성요오드치료를 하려면 멀쩡한 정상갑상선을 모두 제거해야하는 것이다.

갑상선암이 상당히 진행돼 재발위험이 높고 재발 시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갑상선암수술 후 방사성요오드치료를 고려한다. 사례의 환자는 좌측 갑상선암이 양쪽 목으로 이미 많이 퍼져 있는 심각한 상태이고 재발위험이 매우 높다. 수술 후 방사성요오드치료가 꼭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갑상선을 모두 제거해야하는 것이다.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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