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고민 끝에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감당하기 어려워..得보다 失 많다"

김은정 기자 2017. 4. 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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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자 “6개월간 검토해보고 결론 내리겠다”고 했던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점을 꼽았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가 필요한데,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4년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실패했고, 2015년 10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합병비율 논란과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합병 반대 진통 등이 크게 불거졌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은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으로 등장해 총수 이재용이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비선 실세에 뇌물을 줬다는 혐의까지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 외에도 현재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법)과 보험업법 규정대로라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을 팔아야 해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점도 ‘실(失)’로 꼽았다.

이와 함께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운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주주 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발표 직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2% 가까이 급락했지만, 곧 상승 반전해 전날 대비 2.43% 오른 219만2000원에 마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회사 측이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는 대신 4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덕분이다. 시가총액은 306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 주요 계열사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물산은 전날 대비 6.84%, 삼성에스디에스는 6.48% , 삼성엔지니어링은 6.04%각각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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