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탕진엔 차별이 없으니..

이정국 입력 2017. 4. 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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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도가 의대를 졸업할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

하나, 나에게 탕진을 가르쳐준 분을 나의 부모와 다를 바 없이 소중하게 섬기고, 내가 소유한 모든 물질을 그분과 공유하면서 그분이 궁핍할 때는 그를 도와주겠다.

하나, 탕진을 배우고 싶다는 이들에게는 조건 없이 탕진의 기술을 가르치고, 내 아들과 내 스승의 아들과 탕진술의 원칙을 따르겠다고 선서한 제자들에게도 모든 방식의 탕진술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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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탕진재머 선서

[한겨레]

히포크라테스.

의학도가 의대를 졸업할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책임감을 확인해주는 의식이다. 탕진잼(탕진+재미)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를 차용해 ‘탕진재머(탕진을 즐기는 사람) 선서’를 만들어봤다.

나는 지름을 주관하는 지름신을 포함하여 모든 신 앞에서,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그에 따른 조항을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하나, 나에게 탕진을 가르쳐준 분을 나의 부모와 다를 바 없이 소중하게 섬기고, 내가 소유한 모든 물질을 그분과 공유하면서 그분이 궁핍할 때는 그를 도와주겠다.

하나, 탕진을 배우고 싶다는 이들에게는 조건 없이 탕진의 기술을 가르치고, 내 아들과 내 스승의 아들과 탕진술의 원칙을 따르겠다고 선서한 제자들에게도 모든 방식의 탕진술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겠다. 다만 탕진에 대해 비난하는 ‘꼰대’들에게는 전달하지 않겠다.

하나,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탕진재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탕진만을 할 뿐 일반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탕진은 절대 하지 않겠다.

하나, 나는 억만금이 생기더라도 가계에 치명적인 탕진 아이템을 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 사도록 권유하지도 않겠다.

하나, 나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미성년자 및 금치산자(또는 한정치산자), 저소득자에게 탕진의 기술을 전파하지 않겠다.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탕진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펼쳐 나가겠다.

하나, 내가 어떤 탕진을 하든, 오로지 재미를 위한 소비에만 힘쓸 따름이고, 탕진에 있어 고급제품이든 싼 물건이든 물질적 가치를 따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탕진테크’(탕진+재테크 합성어)로 거듭날 물건이든 아니든 구분하지 않겠다.

하나, 나의 탕진 수행과 관련된 일이든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든 관계없이, 내가 사거나, 권유했던 그 사실이 절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경우에, 나는 일체의 비밀을 결코 누설하지 않겠다.

내가 이 선서를 절대로 어기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 나간다면,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탕진술을 베풀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항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이 선서를 어기고 약속을 저버린다면 나의 운명은 패가망신의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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