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지루한 싸움해 온 우리, 가능성과 벅차오름 드리고싶었죠"

박세연 2017. 4. 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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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지루한 싸움을 해온 우리에게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벅차오름을 느끼고 싶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돌아왔다. 3년 만에 내놓은 신곡은 디지털 싱글 ‘알바트로스’ 단 한 곡이지만 그 울림이 주는 깊이와 곡 작업에 들인 공은 여느 정규앨범 못지 않다.

26일 오후 서울 정동 모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은미는 ‘알바트로스’에 대해 “벅차오르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노래라 생각한다”며 “노래가 갖고 있는 힘이 여러분들게 전달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라 말했다.

‘알바트로스’는 ‘애인 있어요’를 합작한 작곡가 윤일상과 작사가 최은하가 다시 한 번 이은미와 뭉친 곡. 아직 펼쳐지지 않았을 뿐, 누구나 갖고 있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담고 있다.

데뷔 28년 가수로서 맞닥뜨린 신체적 부침과 변화, 어떤 노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리적 고민에 빠져 다소 “황폐한” 시절을 겪고 있던 이은미에게 찾아온 이 곡은 2016년 10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나며 그를 다시 한 번 가수 인생 ‘변곡점’에 서게 했다.

“곡이 만들어진 건 작년이었지만 30년 가까이 노래하며 혼란을 겪던 시기인데다, 국가적으로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며 패닉에 빠졌어요. 마음이 너무 황폐해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말에 틈틈이 광화문에 나가 촛불을 들면서 ‘우리가 할 수 있구나’ ‘내 안의 넓은 날개를 펼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두 분께 다시 작업을 청하게 됐죠.”

가수 이은미. 사진|강영국 기자
작곡가로 참여한 윤일상은 “희망에 대한 절박함이 이 시대에 요구돼 왔는데, 그런 절박함을 음악으로 만들었고 좋은 노랫말로 완성됐다. 이 노래를 듣는 모든 분들이 잠시나마 희망이 내 옆에 있는 것으로 품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녹음 작업은 수월하지 않았다. 여느 사랑노래 부르듯 한 게 아니라, ‘알바트로스’만을 위한 보컬을 들려주고자 했던 이은미의 목표 때문이었다.

“어떤 의식을 갖고 만든 게 아닌데도, 멜로디와 노랫말이 마치 이 곡으로 만나기 위해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 노래에요. 서로 말로 하지 않았지만 윤일상의 멜로디가 그대로 다가왔고, 최은하의 멋진 가사로 완성됐고, 거기에 벅차고 흥분되는 감정을 이은미라는 색이 아닌, 알바트로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목소리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작됐기 때문일까. 보컬 녹음만 무려 4일이나 걸렸다. 베테랑 보컬리스트 이은미로서도, 여타 가수들의 사례를 비춰봐도 전무후무할 일이다.

“노래 부르며 윤일상씨에게 투정을 많이 했어요. 부르기 까다롭고 힘든 노래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노래는,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표현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랫말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의미, 멜로디가 가진 에너지를 고스란히 투영하는 맑은 그릇이고 싶었죠. 기존에 내가 갖고 있는 테크닉이나 깊은 감정적인 것보다는 수줍게 이 노래를 투영하고 싶었습니다.”

‘알바트로스’가 이은미에게 특별했던 건,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든 촛불, 그 속에 담긴 많은 이들의 염원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광장에서의 경험은 최근 수 년 사이 자신의 정치색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내 온 ‘폴리싱어’ 이은미에게는 신념과 소신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지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수 이은미. 사진|강영국 기자
“주위에서 너무 많은 분들이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하는 것을) 만류하세요. 실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듯이 많은 분들이 알력이 존재하지 않느냐 의심하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물론 저 또한 그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대중음악 하는 음악가로서 많은 분들로부터 오랫동안 받은 사랑을 공공의 선으로 나누고 싶고, 내가 가진 좋은 에너지,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좋은 힘이 있다면 그게 좋은 쪽으로 쓰이게 하는 게 보답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그것이 정치적인 문제든 사회적인 문제든, 함께 살아갈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은미는 “작년에 리메이크 음반을 만들고 투어를 10월부터 시작했는데, 투어 시작하자마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드시는데 공연 하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도 털어놨다.

이어 “공연 없는 중간중간 함께 촛불도 들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느꼈다는 게 솔직한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나를 다시 바로서게 했고, 그 따뜻한 힘이 이 음악을 통해 다시 여러분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데뷔 30년을 코앞에 둔 이은미는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될까. 그리고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일까. 이은미는 본인이 가진 목표나 확신 대신, 향후 대중에 전하게 될 음악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우리에게 너무 많은 압박을 주고 있고,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죠. 저는 사실 사랑에 대한 애달픔이나 기쁨 이런 감정을 연가로 표현하는 걸 잘 한다고 스스로 점수 주는 편인데, 혹자는 ‘사랑노래 따위’라고도 하시지만 그런 ‘사랑노래 따위’를 거리낌 없이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그런 거리낌이 없는 시대가 오면 좋겠고, 그 중 신호탄이 ‘알바트로스’가 되면 좋겠습니다.”

가수 이은미. 사진|강영국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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