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 리그' 꿈은 이루어진다.. 한국 아이스하키 '변방의 기적'
남자 대표팀, 세계선수권 3연승.. 선두 달리며 1부리그 진출 눈앞
- 국내파·귀화 선수 '환상 호흡'
이번엔 국내파가 12골 중 10골
세계적 수준의 귀화 선수들과 부대끼고 경쟁하며 기량 급성장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이전에 상상도 못 했던 일을 꿈꾸고 있다. 20여년 전,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 세계 3부리그와 4부리그를 오가는 변방 중 변방이었다. 최근 10년은 2~3부리그에서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며 좌절했다. 세계 최고의 16개 팀이 겨루는 1부리그(톱 디비전)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이제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그룹A(세계 2부 리그 격)에서 1부리그 승격까지 승점 '2'만을 남겨두게 됐다. 한국은 26일 헝가리와의 대회 3차전에서 3대1 승리를 거두고 대회 3전 전승, 승점 9로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위 1·2위 팀은 내년 세계선수권부터 1부리그에 오르게 된다. 한국은 2위 오스트리아(승점 6), 3위 카자흐스탄(승점 5)과의 격차를 벌려 유리한 고지에 섰다. 세계 아이스하키계는 "한국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놀라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6개 팀 중 세계 랭킹이 23위로 제일 낮다.
한국이 최근 보여준 놀라운 성장세에 대해 많은 분석이 나온다. 일부 팬은 "7명의 귀화 선수 덕분 아니냐"고 폄하하기도 한다. 한국이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귀화시킨 북미 출신이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내파는 들러리나 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이런 편견도 뒤집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넣은 3경기 12골 중 귀화 선수가 넣은 골은 알렉스 플란트(캐나다 출신)의 2골이 전부다. 김기성이 3골, 신상우와 신상훈이 각각 2골, 안진휘·김상욱·이영준이 각각 1골씩을 넣었다.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만 해도 한국의 5경기 11골 중 귀화 선수가 6골을 넣었는데,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졌다.
이런 선수들의 성장에 대해 외국인 귀화 선수들이 불러온 '메기 효과'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강력한 외국인 귀화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부쩍 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평창을 겨냥해 2013년 브락 라던스키(캐나다)를 시작으로 귀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북미에서 선진 하키를 경험하며 성장했고, 한 수 위의 프로 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을 한국에 영입한 것이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같은 실업팀에서 뛰면서 한국 선수들의 실력도 함께 상승했다.
대표팀 공격수 안진휘는 "맷 달튼 같은 톱 레벨 골리(골키퍼)를 상대로 훈련하면 골을 넣는 게 정말 어렵다. 그를 상대로 연습하면서 빠른 슈팅을 몸에 익히게 됐다"고 했다. 수비수들도 마찬가지다. 덩치 크고 파워 좋은 귀화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퍽을 간수하는 기술이 더 향상됐다고 한다. 귀화 선수가 들어오면서 이전엔 느슨했던 한국 대표팀 내 경쟁도 뜨거워졌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국내파 선수들도 살아남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국내파가 귀화 선수들과 대등하게 성장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2만 추가하면 자력으로 1부리그 승격 자격을 얻는다. 한 경기에서 승리(승점 3) 혹은 연장전 승리(승점 2)를 거두거나, 두 경기 모두 연장 끝에 패해도 연장패(승점 1) 2경기로 승점 2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28일 오전 2시 30분(한국 시각) 오스트리아, 29일 우크라이나와 경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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