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신인 허정협의 '명경지수 타법'

김승재 기자 2017. 4.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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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3년차 넥센 신고선수, 홈런 6개 터뜨리며 '행복한 활약']
- '흐지부지 투수' 한때 야구 포기
보급병 제대후 타자로 재기.. 넥센서 기회 잡고 2년간 2군
- 이정후와 함께 신인왕 유력
"조급함 대신 마음 비우니 신기할 정도로 타격 잘돼"

강정호(30)와 박병호(31)의 메이저리그행(行)으로 '우타 거포'의 명맥이 끊긴 넥센에 범상치 않은 '중고 신인'이 등장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육성 선수)' 자격으로 2015년 넥센에 입단한 허정협(27)이 시즌 초 홈런 6개(26일 기준)를 터뜨리며 이대호(7개), 최형우(5개) 등과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년간 경기 출전 경험이 적어 신인왕 기준인 '5년간 60타석 이하'에 해당돼 올 시즌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했다.

프로 3년 차에 처음 1군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허정협은 같은 팀 '바람의 손자' 이정후(19)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그는 25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무명이었던 제가 신인왕으로 거론되는 자체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1군에서 야구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프로야구 넥센의 허정협이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2015 시즌 신고 선수 자격으로 입단해 올 시즌 홈런 6개(26일 기준)로 홈런왕 경쟁을 벌이며 팀의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넥센 히어로즈

야구 선수로서는 늦은 나이에 처음 주전(우익수 5번 타자)을 꿰차기까지 그는 먼 길을 돌아왔다. 그는 인천고 때까지 언더핸드 투수였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약체'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 진학해 1년을 더 던지다 야구를 그만두고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저는 흐지부지한 투수였어요. 언더핸드로 던지니 구속도 많이 안 나오고 제구도 좋지 않아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죠."

경기도 양주 25사단에서 보급병으로 근무한 그는 2년간 야구 생각으로 괴로웠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계속 미련이 남았어요. 남들만큼만 노력하고, 남들보다 더 잘하길 바란 게 후회가 됐어요." 전역 후 복학한 그는 타자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타자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올 것 같아서"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독기를 품고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뒤늦은 전향인 만큼 실력은 따라오지 않았다.

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그의 이름을 부르는 팀은 없었다. 프로 진출의 꿈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허정협은 "홀로 남겨진 순간 '나는 이 정도였구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대한 뒤 후회 없을 만큼 노력했기에 미련이 남진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 생계를 걱정하던 찰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넥센에서 '신고 선수로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다시 기회를 잡은 허정협은 지난 2년간 퓨처스리그(2군)에서 홈런 31개를 쏘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1군 무대(2015시즌 4경기, 2016시즌 13경기)에선 한 차례도 2루타 이상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는 올해 초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1군 주전으로 낙점됐다. 그는 "그동안엔 조급한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결과가 안 좋았던 것 같다"며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편안하게 마음을 가지라는 감독님과 코치님 조언대로 하니 신기할 정도로 공이 잘 맞았다"고 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신인왕도 30홈런 달성도 아니다. 그의 목표는 "다치지 않고 오래 1군에 남는 것"이라고 했다. 넥센에서 31번을 달고 있는 그는 "야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 썼던 번호"라며 "초심을 잊지 않으려 31을 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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