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딜레마 .. '완판' 아파트도 중도금 막혀

안장원.황의영.심새롬 2017. 4. 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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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관리 위해 돈줄 조이기
분양 7곳 중 1곳 금융사 못 정해
자금력 약한 건설사 사업차질 우려
집단대출서 개인대출로 전환 필요

지난해 10월 1100여 가구가 분양돼 1순위 평균 2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경기도 안산시 초지역 메이저 타운 푸르지오 아파트. 분양 직후 계약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완판’(완전 판매)됐다. 그러나 ‘집단(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이달 초였던 1차 중도금 납부시기를 미뤘다.

자료: 주택산업연구원·국토교통부·업계 종합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말 중도금 1차 납입일이 도래한 전국 247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중도금 대출 금융사를 정하지 못한 곳이 7곳 중 하나 꼴인 36곳(14.7%)이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금융권과 주택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중도금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 대출 옥죄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돼 건설경기를 위축시키고, 주택 공급이 줄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당국과 금융권은 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자료: 주택산업연구원·국토교통부·업계 종합
중도금 대출 논란은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다른 독특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아파트 공급방식은 완공한 뒤 팔지(후분양) 않고 착공할 때 미리 파는 선분양이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분양을 하고 분양받은 소비자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받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주택 수요자는 계약금(대개 10%)을 내고 계약한 뒤 완공 때 잔금(30%)을 내야 아파트를 갖게 된다. 그 사이 중도금(60%)을 6차례 정도 나눠 낸다. 이 때 필요한 게 중도금 대출이다.

분양업체는 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모든 아파트 분양 계약자를 대상으로 금융회사로부터 일괄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는다. 분양계약자 개인의 상환능력은 상관 없다. 때문에 중도금 대출로 인해 투기 세력이 끼어들 여지가 있었다.

건설업계는 HUG나 주택금융공사가 중도금 대출 상환을 보증해 떼일 염려가 없는데도 금융회사가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료: 주택산업연구원·국토교통부·업계 종합
HUG는 2012년부터 중도금 대출 보증을 취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15조원의 대출을 보증했다. 이중 분양 계약자가 갚지 못해 HUG 등이 물어 준(대위변제) 금액은 87억원이다. 사고율이 0.01%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중도금 대출을 못받으면 분양업체는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 . 중도금 대출을 받아 공사비와 사업비를 조달하기 때문이다.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자금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 위기를 맞는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중도금 대출 문제를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도금 대출은 안전해도 전체 대출 부실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대출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료: 주택산업연구원·국토교통부·업계 종합
중도금 대출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인 잔금대출로 이어진다. 분양 계약자는 아파트가 완공된 뒤 잔금(대개 분양가의 30%)을 낼 때 잔금 대출을 받아 중도금 대출을 갚는다. 잔금 대출은 준공된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어서 기존 주택 담보대출과 별 차이가 없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과장은 “중도금 대출이 결국 개개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는 만큼 소득을 넘어서 과도하게 돈을 빌리면 부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방식을 바뀔 때가 됐다”고 말한다. 해결책으로 우선 꼽히는 게 후분양제다. 후분양을 하면 중도금 대출이 아예 필요 없게 돼 논란 자체가 없어진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가 후분양 유도 등의 정책을 펴왔지만 업체들이 사업비 마련의 어려움으로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며 “주택사업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선행돼야 후분양제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안으로 잔금대출처럼 중도금 대출을 개인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이 꼽힌다. 집단으로 받는 중도금 대출 대신 개인별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분양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면 된다.

하지만 분양권 가격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담보가치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분양권은 완공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담보로 잡기가 쉽지 않아 금융회사는 대출을 주저한다. 결국 소득이 별로 없는 소비자가 대출만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사실상 어려워진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실장은 “소득이 괜찮은 실소유자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시장이 변해가기 때문에 자본이득을 노리고 아파트 분양 시장에 뛰어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장원·황의영·심새롬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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