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재인 경남고 vs 안철수 부산고..뜨거운 동문 대결
경남 최동원·이대호, 부산엔 추신수
"우리 학교서 대통령 나와야" 경쟁
역사 1년 빠른 경남 이미 YS 배출
文은 비평준화, 安은 평준화 세대
총동창회에 "지지" 전화 쏟아져
“2012년과 달리 이번엔 문재인 동문이 무조건 (대통령)된다. 지지하는 경남고 동문이 많다.” (경남고 45회) “우리도 모교(부산고) 출신 대통령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부산고 47회)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경남고·부산고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크게 한판 붙은 모양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남고 25회이고,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는 부산고 33회라서다. 동문대결이 벌어진 셈이다. 경남고와 부산고는 2012년 대선에서도 대결할 뻔했다. 하지만 당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면서 대결이 무산됐는데 이번에 제대로 붙게된 셈이다. 부산에서 경남고와 부산고는 공부면 공부, 야구면 야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전통의 명문 라이벌 고교다. 야구는 비기는 간혹 경기도 있지만, 대선에서는 무승부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고교 출신이 마지막에 웃을까.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두 고교는 전국 10대 명문고에 들었다. 당시 명문고의 기준은 대체로 서울대 합격자 수로 따졌다. 서울대 입학생을 기준으로 72년 경남고는 173명이 합격해 전국 4위, 부산고는 141명이 합격해 5위를 기록했다. 73년에는 순위가 바뀌어 부산고가 5위(183명), 경남고가 6위(130명)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학교는 평준화 이후 전국의 다른 전통 명문 고교들과 마찬가지로 예전만큼 실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는 경남고 25회로 비평준화 세대이고, 안 후보는 부산고 33회로 평준화 세대다.
두 고교의 색깔은 조금 다르다. 전통적으로 경남고는 YS(고 김영삼 대통령)의 영향으로 정치인이 많고, 부산고는 관료 출신이 많았다. 또 평준화 이전까지 경남고는 부산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부잣집 아들들이 많이 입학했다. 부산진역이 가까워 통학이 쉬운 부산고는 경남지역 출신이 많이 다녔다고 한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학교 분위기에 맞게 모두 야구를 좋아한다. 문 후보는 부산 야구의 상징같은 고 최동원 선수가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하며 구단 측과 갈등을 겪을 때 최 선수를 도왔다. 2012년 대선 당시 고양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을 만났을 때는 “동네 야구 4번타자 출신이다. 대학(경희대) 시절에도 야구선수로 뛰었고, 사법연수원시절 4번 타자였다”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각각 동문 챙기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동문회에 별로 참석하지 않았던 2012년 대선 전후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후보는 지난해 초가을부터 경남고 동문과 만나기 시작했다. 경남중·고교가 동시에 모이는 총동문회는 물론 서울의 재경동문회에도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25회 동기회 모임과 동기회 주최의 등산모임에도 참석했다고 동문회 측이 전했다. 문 후보와 동기인 황호선 부경대 교수는 “문 후보가 사적인 모임에서 ‘동문에게 박수를 받으면 출마하고 싶다’고 발언했고, 지난해 가을부터 동문회 모임에 적극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지난달 23일 부산 동래온천장에서 열린 부산고 동기모임에 참석했다. 안 후보 참석 소식에 이 모임은 평소 40여명보다 많은 6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서 안 후보는 “(대선에서)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동기들의 박수를 받았다. 안 후보는 23일 모교에서 열린 ‘부고인의 날’ 행사에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대신 보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안 후보의 동기인 이만수(56)회장은 “안 후보는 동기회에 좋은 일을 하고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아 동문 일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난 대선이후 동문회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요즘 두 학교 총동창회 사무실 전화벨은 쉴새 없이 울린다. "모교 출신 후보를 지지하자"는 전국 각지 동문들의 전화다. 경남고 50회인 김모(39)씨는 “평준화 이후 세대가 지금 동문회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더라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보수성향이 강한 74년 이전 선배들이 동문회를 장악하고 있던 2012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40~50대 동문이 문 후보로 정권교체를 이뤄보자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남고 45회인 이모(44)씨는 “2012년에는 문 후보의 당선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동기와 후배들이 만장일치로 문 후보를 밀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고 동문은 더 절실한 분위기다. 이웃 경남고에서 YS(고 김영삼 대통령), 부산상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이번에는 부산고에서 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여론이 강하다는 것이다. 부산고 총동창회 이상철(35회·54)사무국장은 “선거법 위반이어서 동창회 차원의 지지선언을 할 수 없지만 모교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동문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부산고 43회 최용혁(47·자영업)씨는 “애 셋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미래 우리아이를 위해 기성정치와 한국을 바꿔야 한다. 동문들의 안 후보 지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경남고 출신 동문들이 문후보를 지지하고 부산고 출신 동문들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세대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사실을 두 고교 동문들은 인정하고 있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수십여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선 동문들이 결속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경남고 동문 300여명은 지난해 10월 SNS에 ‘열린포럼’을 창립했다. 동문만 활동하면 선거법 위반이어서 일반인이 많이 참여하면서 이 모임 회원은 현재 2600여명으로 늘었다. 이 포럼은 문 후보의 동기 황호선 부경대 교수가 이끈다.
회원 1700여명에 이르는 ‘안철수와 국민희망’ 밴드에는 부산고 출신이 수백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 밴드에 부산고 출신의 가입은 계속 늘고 있다. 부산고 재경총동창회는 지난 13일자 회보에서 안 후보의 국민의 당 대선후보 선출 소식과 간단한 경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부산 지역 전통 명문 고교 출신인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부산 지역이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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