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핵심장비 기습 반입]대선 전 불가능하다더니..'환경평가 약속'도 뒤집었다

박성진·송윤경 기자 2017. 4. 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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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군 “시간 절약 위해 환경평가·시설공사 절차 차후 진행”
ㆍ차기 정부서 되돌릴 수 없도록 신속하게 ‘못 박기’ 의도

주한미군이 2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핵심장비를 경북 성주골프장 터에 전격 반입,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잇따른 ‘말 바꾸기’로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측이 26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장비를 기습 배치하자 지역 주민들이 골프장 길목 마을회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를 규탄하고 있다. 성주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미군이 이날 반입한 사드 장비는 발사대를 비롯해 사격 통제 레이더, 교전통제소, 요격 미사일, 발전기, 냉각기 등 군용 트레일러 및 트럭 20여대 분량이다. 발사대는 차량형 이동식 2기가 관측됐다.

군 관계자는 “발사대와 사격통제소, 레이더를 연결하면 초기작전운용 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미군은 장비를 일단 배치해놓고 각종 성능 테스트 등 초기작전운용에 필요한 사항을 검증, 확보한다는 계획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의 사드 시험 가동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성주골프장이 평탄하게 이뤄져 별도 공사 없이 발사대가 자리할 곳만 콘크리트 평탄화 작업을 하면 된다.

사드는 일단 배치된 이상 5월9일 대선 이전에도 얼마든지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 16일 “한·미 협의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대선 이전에 장비가 배치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과는 배치된다. 국방부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를 놓고 국방부가 미국 측의 입장 변화에 따라 춤추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그동안 주장해온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아닌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사드의 배치 시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국방부는 사드 배치 시기를 2017년 말까지라고 했다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내년 8~10월 배치 완료하겠다”고 발언하자 덩달아 6~8월 배치를 시사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말 롯데와 사드 부지 맞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는 대선 전 배치를 부인하지 않아 일정이 3개월가량 앞당겨진 ‘4월 말~5월 초설’을 부추겼다.

국방부 말 바꾸기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16일이었다. 미 백악관 외교정책 참모가 “(사드) 배치가 진행 중이지만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선 전 마무리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맞장구쳤다. 국방부 당국자는 “문 대변인의 발언은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전제로 한 것이지, 일부 시험 배치를 의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군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고 사드 장비를 배치한 것도 당초 약속과는 다르다. 한·미가 사드 반대 여론을 고려해 환경영향평가를 받겠다고 환경부에 통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도 20일 한·미 양국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한 직후에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관련 절차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속한 장비 가동을 위한 시간 절약 차원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사드 배치 이후에 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도록 신속하게 ‘대못 박기’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드 배치가 이뤄진 데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데 따른 중국의 강력한 반발 등 외교적 부담은 차기 정부가 짊어지게 됐다.

<박성진·송윤경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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